코로나에도 극성인 나이롱환자, 보험금 지급 '국제기준' 만든다

사진=보험개발원

가벼운 차량 충돌에도 병원에 입원하는 이른바 ‘나이롱환자’(가짜환자)들이 극성을 부리면서 보험업계가 경미사고와 관련한 국제기준 제정을 추진한다. 시속 약 6~7km 이하에서 발생한 사고는 일상생활에서도 겪을 수 있는 초경미손상으로 간주해 대인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골자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개발원은 오는 11월 국내에서 세계자동차수리기술연구위원(RCAR) 포럼을 개최하고 ‘경미사고 인체상해 위험도 국제기준’ 제정을 추진한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공신력 있는 지급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RCAR에 경미사고 인체상해 위험도 국제기준 제정을 건의하고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달 중 국내에서 RCAR 포럼을 개최하고 국제기준을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인해 11월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RCAR은 미국, 캐나다를 비롯해 독일, 영국, 스웨덴 등 해외 주요 19개국의 26개 기관이 모인 자동차수리 관련 국제기구다. 스웨덴, 독일 등 회원국에선 이미 부상발생 위험이 거의 없는 안전범위를 설정해 이에 해당하면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경미사고로 부상 여부를 판단할 때 공학적 접근은 배제되고 의학적인 기준만 인정된다.

국제기준 제정의 핵심은 해외처럼 초경미사고에 대한 인체상해 위험도를 만들어 안전범위에 해당하면 대인보험금을 주지 않는 것이다. 안전범위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보험개발원은 국립과학수사 연구원, 연세원주외과대학 공동으로 초경미사고 실차 추돌시험과 일상생활 충격시험 등을 실시했다.


시험 결과 초경미사고에서 탑승자의 상해위험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놀이기구 탑승이나 주차 멈춤턱 정차 등의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충격 수준과 유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최대가속도(0.2~2.0g)는 초경미사고 시 발생하는 최대가속도(0.2~2.2g)와 유사하게 나타났다. 초경미 접촉사고가 났을 경우 탑승자는 놀이기구를 타면서 느끼는 수준의 충격을 받는 정도라는 것이다.

보험개발원은 시험 결과 등을 바탕으로 속도변화값 기준으로 ‘델타V5km’ 즉, 시속 약 6~7km 이하에서 발생한 사고를 초경미사고로 본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초경미사고에 대한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모럴헤저드(도덕적해이)가 끊이지 않아 국제 공조를 통해 줄여나가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국제기준이 마련되면 국내 보험사의 대인보험금 지급 기준에 실제로 반영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10년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중상자는 51% 감소한 반면 3주 미만의 치료를 요하는 경상자는 41% 증가했다. 2017년 기준, 3주 미만의 치료를 요하는 경상자는 전체 교통사고 환자의 95%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