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거래허가제 구멍?..강남에 갭투자 방법 있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23일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주거지역에서 18㎡, 상업지역에선 20㎡ 넘는 토지를 살 때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아파트 등 주택은 전세를 낀 거래가 일절 금지되지만 상가 등은 일부 임대가 허용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오른쪽)과 대치동 일대 모습. 2020.6.23/뉴스1

정부가 투기 세력을 막는다는 취지로 강남·송파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를 의무화 했지만 신규 주택 수분양자는 예외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신규 아파트를 분양 받은 최초 수분양자의 경우, 본인이 실거주 하지 않고 전세를 내줄 수 있다. 실거주할게 아니면 사지 말라는 제도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부터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대치 삼성 청담동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실거주' '실경영' 목적이 아닌 경우 원칙적으로 매매거래를 할 수 없다. 주택의 경우 2년 거주의무가 생긴다.


하지만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는 경우는 예외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이날 발표한 자료에서 '주택법' 제 54조에 따라 주택 사업 주체가 주택을 공급하는 경우 등은 허가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향후 허가구역 내에서 신규로 주택을 분양 받는 수분양자의 경우, 2년 간 실거주 의무를 부과 받지 않으며 자유로운 전세계약 체결이 가능하다는 것.

이 같은 예외 규정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신규 주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대치동의 경우, 당장 다음달 구마을1지구를 재건축 하는 '대치 푸르지오 써밋'이 분양할 예정이다. 이 단지 청약 당첨자들에게는 실거주 의무가 주어지지 않는다. 입주 시점에 전세를 들이면 합법적인 갭투자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청담동에서는 '청담삼익' 아파트를 재건축 해짓는 '르엘 청담(가칭)'이 연내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입주 전 분양권 상태인 단지의 경우에도, 최초 분양자에게는 실거주 의무가 없다. 강남구 대치동에서는 '르엘 대치', 삼성동에서는 '래미안라클래시'가 내년 9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이 1년 연장된다 해도 이들 아파트의 최초 분양자는 입주 시점에 자유롭게 전세를 들일 수 있다.

서울시 토지관리과 관계자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1조에 따라 신규 분양 아파트 최초 수분양자는 토지거래허가제에 따른 실거주 규제를 적용 받지 않는다"며 "다만 이 수분양자로부터 분양권을 매수한 매수자에게는 2년 실거주 의무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갭투자 규제 관련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전문가들은 사실상 규제에 구멍이 뚫린 것이라 지적한다. 실거주 하지 않는 수분양자를 과연 실수요자로 볼 수 있느냐 하는 의문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정부 기조로 보면, 최초 분양자라고 해도 본인이 거주하지 않고 전세를 들일 경우 실수요자로 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며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자에게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를 일부 허용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행 청약제도에서는 청약 단계에서 실거주를 할 것인지 투기를 할 것인지 걸러낼 수 없는데, 수분양자들을 모두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제도 간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있어 예외 규정을 둔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과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제가 분양 시장까지 규제한다면 기존 청약 제도를 무력화 시키는 측면이 있어 예외 규정을 둔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