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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재팬'에 우리도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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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2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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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품 불매운동 1년] 下

[편집자주]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1년을 맞았다. 소비자들의 분노가 자발적인 불매운동으로 타오른 'NO 재팬' 운동은 지난 1년간 시장의 지형을 뒤바꿨다. 편의점을 장악했던 일본 맥주가 사라지고, 유니클로 매장엔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어졌다. 하지만 과도한 반일 정서나 부정확한 정보로 애꿋은 기업들이 피해를 입는 부작용도 있었다. NO 재팬 운동 1년을 뒤돌아본다.


뒤돌아본 일본 불매운동 1년, 애꿎은 피해도…


'NO재팬'에 우리도 다쳤다
'NO재팬 운동'은 이례적으로 중장기적이고 광범위한 불매운동으로 소비자들의 단합된 힘을 보여준 사례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일본 기업이 아닌데도 일본과 사업 관계가 있거나 일본산 원료를 사용한다는 것만으로 불매운동의 애먼 타깃이 됐고 일본 음식을 판매하는 음식점들에 손님이 끊기기도 했다. 이와 같이 그림자도 분명했다는 지적이다.

불매운동 대상이 일본제품 혹은 일본과 관계가 있는 기업의 제품 등으로 광범위하고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탓에 애꿎은 기업들의 피해도 이어졌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롯데그룹이었다. 롯데는 고 신격호 명예회장이 1948년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과 롯데그룹의 독특한 지배구조 때문에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롯데지주'와 '호텔롯데'가 양대 축이다. 이 중 호텔롯데 지분은 일본 롯데홀딩스, 일본 롯데계열의 투자회사 등이 보유하고 있다.

롯데는 롯데쇼핑을 비롯해 롯데제과, 롯데상사, 롯데하이마트, 롯데칠성, 롯데케미칼 등이 모두 불매운동 리스트에 올랐다. 특히 롯데쇼핑은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으며 불매운동 직후인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876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했다. 당시 롯데는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2015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매출의 95%가 한국에서 나오고, 세금을 내며 직원 대부분이 한국사람"이라는 설명을 한 바 있다.

롯데칠성음료도 '처음처럼은 대한민국 소주브랜드입니다'라는 캠페인을 적극 진행한 바 있다. 인터넷커뮤니티 등에서 일본 아사히가 롯데칠성음료(주류)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허위사실이 번지면서다. 당시 처음처럼을 비롯한 주류제품들이 불매운동 타격을 받으며 지난해 3분기 주류부문 매출이 20% 가까이 빠지기도 했다. 이 영향이 올해까지 이어지며 지난 1분기 주류 매출도 전년동기대비 30% 하락한 1384억원을 기록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일본 브랜드라는 소문으로 타격을 받았다. 당시 세븐일레븐은 "세븐일레븐은 글로벌 브랜드로, 코리아세븐은 대한민국 기업"이며 "당사는 미국 세븐일레븐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

CJ제일제당도 햇반에 들어가는 미강추출물이 일본산이라는 이유만으로 곤혹을 치러야 했다. 미강추출물은 쌀겨에서 뽑아낸 원료로 밥의 맛과 향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국산 제품의 품질이 상대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아 일본산 원료를 이용해 왔다. CJ제일제당은 순차적으로 국산화를 추진하며 연내에는 100% 국산 원료를 사용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유통업계에서는 1여년이 지난 현재는 이같은 불매운동의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당시보다 불매운동 동력이 저하된 것도 있지만 부정확한 정보나 과도한 잣대 때문이라는 것을 소비자들이 인지했기 때문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맘카페나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 아직도 가끔씩 불매운동 리스트가 올라오는 등 부담이 없지는 않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일본과 관련한 이슈가 등장하면 불매운동 기업 리스트가 거론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해명을 하는 것도 오히려 주목을 받거나 확산될까바 조심스럽게 지켜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령·이재은 기자



'NO재팬'에 문닫은 매장들…"한국인 대리점주는 무슨 죄냐"


데상트, 불매로 영업익 급감...'이미지 관리' 비난 불구, 데상트 대리점주 돕기 나서

일본 불매 운동 노노재팬 로고와 데상트 로고
일본 불매 운동 노노재팬 로고와 데상트 로고
일본 불매로 일본계 패션기업 데상트코리아는 영업이익이 86.7% 감소하는 치명상을 입었다. 매장 수는 20여개 줄었으며 데상트키즈(영 애슬릿) 매장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본사 직영점 위주인 유니클로·ABC마트와 달리 데상트는 전국에 대리점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기 때문에 한국인 대리점주가 불매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불매로 치명상…영업이익 86.7% 급감=일본 스포츠 브랜드 데상트에게 한국 시장은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주력 시장이었다. 데상트 본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데상트코리아의 2018년 매출액은 7270억원, 영업이익은 679억원에 달했다.

2019년 7월2일부터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으로 하반기 실적이 박살나면서 데상트코리아의 2019년 매출액은 15.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97억원에서 90억원으로 86.7% 감소했다. 19년 연속 흑자 기록은 겨우 지켰으나 이익은 급감했다.

데상트는 2000년 한국 진출 이후 애슬레저룩(일상복으로 어색하지 않으면서 운동복의 기능성을 갖춘 옷)의 고급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격대는 높은 편이었지만 특유의 몸에 잘 맞는 핏과 디자인으로 한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자영업자인 대리점주들은 전국 주요 상권 A급 자리에 큰 비용을 들여 대리점을 냈다.

일본 불매 운동으로 데상트와 르꼬끄 매장을 운영하는 대리점주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대리점주들은 매출이 급감할 경우 본사보다 더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7월부터 시작된 불매로 여름 비수기를 넘어 겨울 성수기까지, 한국인 대리점주들은 회복하기 힘든 매출 감소를 감내해야 했다.

결국 불매 여파에 데상트는 지난해 11월 강남대로 직영점을 비롯한 매장들이 문을 닫게 됐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247개였던 데상트 매장은 2020년 6월 말 현재 227개로, 20개 줄었다. 단독 매장으로 전개하던 데상트 영 애슬릿 라인도 매장을 접고 데상트 매장 내에서 운영하는 형태로 사업을 축소했다.

◆"일본 기업 맞지만…대리점주는 무슨 죄냐"=데상트코리아는 일본 불매로 매출이 급감한 대리점주들에게 매장 지원비로 지난해 9월부터 4개월간 약 120억원을 지원했다.

데상트코리아 3개년 실적 흐름과 김훈도 데상트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데상트코리아 3개년 실적 흐름과 김훈도 데상트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또한 올해 3월에도 코로나19(COVID-19) 매장 내점객이 급감하자 데상트 본사는 데상트, 먼싱웨어, 르꼬끄 등 총 6개의 자사 브랜드 대리점 750여개에 3월 임대료 등 전액(약 3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결정은 패션업계에선 파격적인 행보였는데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대리점을 돕겠다고 현금을 푼 기업은 거의 없어서였다. 세간에서는 '이미지 관리'라는 비난도 제기됐지만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라도 대리점주와 상생한다고 현금을 푸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데상트의 상생 결정은 김훈도 데상트코리아 사장의 결정이었다. 데상트 본사는 일본이지만 데상트코리아는 김훈도 사장의 지휘 아래 독자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서다. 김 사장은 데상트코리아의 설립 멤버로 2000년부터 데상트에서 일했고 먼싱웨어 사업부장, 골프 사업부장, 경영지원실장 등을 역임한 뒤 2009년 대표이사에 취임, 일본 데상트 그룹 최초로 현지인 대표가 됐다.

데상트 관계자는 "일본 불매로 돌아선 고객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데상트코리아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좋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정은 기자



日여행 보이콧에 '비명' 지른 일본, 한국도 '상처' 남았다


日관광시장 '큰 손' 韓 '여행 보이콧'에 큰 타격…NO재팬에 체질 약해진 국내 여행시장도 코로나에 휘청

서울 김포국제공항에서 여행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서울 김포국제공항에서 여행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한일갈등이 촉발한 'NO재팬' 1년 동안 반일감정이 가장 크게 표출된 분야 중 하나가 여행이다. '여행불매'는 유니클로, 아사히 맥주의 굴욕으로 대표되는 소비불매와 함께 국민들이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분노를 보여줄 수 있는 직접적인 선택지였다. 일본 여행시장의 '큰 손'이던 한국인들의 여행 보이콧에 '관광굴기'를 노리던 일본 여행시장은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여행 보이콧' 분위기는 여전하지만 올 초 시작한 코로나19(COVID-19)에 여행불매 양상도 변하고 있다. 가기 싫어서가 아니라 갈 수조차 없게 되며 불매운동도 희석되는 모양새다. 설상가상으로 줄어든 한일 여행교류에 휘청거린 국내 여행산업마저 코로나까지 겹치며 고사 위기다. 여행 불매 1년은 일본에 커다란 타격을 안겼지만 한국의 여파도 적지 않은 상처 뿐인 승리였다.


◆한국인 '최애(愛) 여행지'…반년 만에 '가서는 안 될 곳'으로

'NO재팬'에 우리도 다쳤다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로 여행자제와 불매운동이 이어지던 지난해 8월 인천국제공항 일본행 탑승수속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베트남행 카운터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DB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로 여행자제와 불매운동이 이어지던 지난해 8월 인천국제공항 일본행 탑승수속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베트남행 카운터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DB
한국과 일본의 여행객들은 2010년대 들어 상대국 여행시장 성장에 가장 크게 일조했다. 1시간~2시간30분 이내의 높은 접근성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문화와 여행 콘텐츠, 그리고 무엇보다 양국 저비용항공사(LCC)의 급성장에 따른 취항노선 증가와 저렴해진 항공권 가격으로 한일 여행교류는 기하급수적으로 몸집을 불렸다.

이는 수치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관광공사와 일본정부관광국(JNTO) 등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출국자 2869명 중 무려 753만명이 일본을 찾았다. 출국자 4명 중 1명은 일본행 비행기를 탄 셈. 같은 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총 3120만명에 달하는데 전체 방일 여행시장의 24%를 차지하는 규모다. 일본이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관광대국이 되는 데 한국의 지분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을 기점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자발적인 일본여행 불매가 이어지며 인천이나 김포, 김해에서 출발하는 일본행 비행기가 텅 비기 시작했다. 매달 50~60만명에 달하던 일본행 한국인 여행객이 8월부터 -48%로 반토막나더니 9월 -58%, 10월 -65.5%로 급감세를 보였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이 558만명으로 전년 대비 26% 줄었는데, 이 중 하반기(7~12월)에 간 인원은 고작 157만명에 불과했다.


◆'한국인 사라졌다' 비명지른 日관광…국내 여행업계도 덩달아 휘청

서울 중구 일본정부관광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중구 일본정부관광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수출규제 단행에도 자신만만했던 일본은 크게 당황했다. 2008년 금융위기나 2011년 동일본대지진 등 경기침체나 자연재해가 아닌 정치적 이슈로 여행교류가 끊어진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강제징용 문제 등 사회·정치적 이슈가 몰아쳤음에도 2018년 750만명의 한국인이 일본을 찾았단 점에서 일반인의 삶에서 체감히 쉽지 않은 수출규제 정도론 여행불매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기대와 달리 수 개월 만에 한국인 여행객이 반토막나자 일본 관광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관광객 소비가 주 수입원인 지방 소도시들이 비명을 질렀다. 도쿄나 등 주요 관광지만 찾는 중국과 달리 한국인 개별여행객(FIT)들은 소도시를 여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이 뚝 끊기며 지역경제에 직격타를 맞아서다. 이에 일본 미야자키현 지사가 지난해 가을 한국 아시아나항공 본사를 찾아 여행활성화를 부탁할 만큼 상황이 급박했다.

여행불매 무기는 한국에게도 독이 됐다. 일본 시장 비중이 큰 국내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 전체 사업에서 일본 비중이 30%가 넘었던 하나투어가 노재팬 여파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0% 줄어드는 등 전반적인 여행시장 업황이 바닥을 쳤다. 한국을 찾는 일본인 여행객도 차츰 줄며 국내 호텔, 카지노 영업도 악화했다. 여행산업 고용인원이 상당하단 점에서 우리도 적잖은 피해를 입은 셈이다.

여행불매 옅어진 찰나 덮친 코로나…한일 여행시장 '넉다운'

정부가 한국인 입국 금지 국가에 대한 사증면제와 무사증입국을 잠정 중단한 8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인천국제공항=이기범 기자 leekb@
정부가 한국인 입국 금지 국가에 대한 사증면제와 무사증입국을 잠정 중단한 8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인천국제공항=이기범 기자 leekb@


반년 가까이 얼어붙었던 한일 여행교류는 올해 1월 들어 해빙조짐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19만7000명으로 저점을 찍은 방일 한국인 수가 12월 24만8000명, 1월 26만6000명을 찍으며 다시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접근성과 여행콘텐츠 측면에서 다시 여행심리가 반등한 것이다. 여행불매로 운영이 중단됐던 회원 수 130만명의 일본여행 커뮤니티 '네일동(네이버 일본여행 동호회)'가 문을 다시 연 것이 이를 반증한다.

하지만 2월부터 한국과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로 한일 여행시장은 다시 빙하기가 시작됐다. 코로나 팬데믹(전 세계적 대유행)에 물리적으로 여행 자체가 불가능해지며 양국 인바운드가 99% 감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문제는 일본여행 보이콧으로 체질이 허약해진 국내 관광산업이 코로나 직격타를 견디지 못하고 여행·호텔·면세·카지노 모두 회생 불가능할 지경에 놓였다.

현재 코로나 사태로 일본이 먼저 한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고 한국도 이에 맞대응하는 등 양국 앙금은 여전하다. 하지만 향후 코로나가 종식되고 억눌렸던 여행심리가 봇물 터지기 시작하면 끊어진 한일 여행길이 다시 재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불매도 코로나에 다소 희석됐고 해외여행이 다시 이어지면 접근성과 경제적 측면에서 가장 뛰어난 일본 수요가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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