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활성화' 총알 쥐자마자…또 코로나 암초 '불쑥'

제주시 애월읍 한담산책로를 찾은 나들이객이 맑은 날씨 속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국내여행과 여가 활성화를 통해 침체된 관광·레저 산업의 회복을 꾀하고 있다. 숙박과 관광·영화 할인쿠폰 등을 통한 소비진작을 노리고, 전국 주요 관광지 방역 태세를 확립해 코로나19(COVID-19) 대응에 나선다.

하지만 잠잠해지나 싶었던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긴 커녕 다시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기대 효과에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 오히려 집단감염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체부는 방역 상황을 고려해 사업 추진 완급을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6일 정부에 따르면 2020년도 3차 추가경정예산에서 문체부 소관 분야 예산이 종전 국회 제출안보다 70억원 가량 늘어난 3469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문체부는 이를 통해 관련 산업 일자리 확충과 경기 보강 사업을 진행, 꽉 막힌 관광·문화 수요 물꼬를 튼다는 계획이다.

초점은 국내관광 회복에 맞춰졌다. 1~4월 관광 소비지출액이 전년 동기 11조원 감소하는 등 코로나19로 고사 직전인 관광산업 전반을 살리는 동시에 여행 활성화 자체가 얼어붙은 소비심리 진작에도 효과적이란 판단에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조사에서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중점과제로 전문가 4명 중 1명(26%)이 '소비 진작 및 관광 회복'을 언급한 이유다.

이에 문체부는 3459억원의 예산 중 20% 가량인 716억원을 투입, 숙박·관광·공연·전시·영화·체육시설 등 6대 분야에 할인소비쿠폰을 제공한단 계획이다. 이 중 국내 여행객들의 숙박비용(3~4만원)을 지원하는 데 290억원, 관광상품 할인에 97억원을 쏟아 붓는다. 국내 온라인여행사(OTA) 사업자와 숙박업소 등과 연계해 전국 각지에서 지역여행·여가 할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기대효과는 나쁘지 않다. 지난달 먼저 푼 영화 할인 쿠폰으로 '개점휴업' 상태였던 영화관이 관객들로 붐볐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첫 주말(5~7일) 사흘 간 40만1815명의 관객이 극장을 방문, 코로나가 휩쓴 지난 3월 이래 주말 최고 관객 수를 기록했다. 6월 4주차 관객 수는 쿠폰 할인시행 전주 대비 439% 증가하는 등 고꾸라진 영화산업 활성화에 마중물이 됐단 평가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단 점에서 관광당국의 고민이 커진다. 지난 3일부터 전날(5일)까지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사흘 연속 신규 확진자 수가 60명대를 기록하는 등 확진자 수가 치솟고 있어서다. 본격적인 여행 성수기가 시작하는 시점인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사업 시행을 염두에 뒀는데, 여행 활성화가 자칫 집단감염을 부추길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여전한 코로나 위협에 이 시국에 무슨 여행이냐는 여행이나 여가 생활에 부정적인 여론이 점차 커지는 것도 부담이다. 혹시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방역 조치가 격상될 경우 여행을 통한 소비진작 사업이 시작도 전에 좌초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지난달 예정됐던 문체부는 '2020 특별 여행주간'을 방역당국 요청에 따라 이달 1일로 미뤘다.

지난달 14일 오후 휴관 중인 서울 종로구 경복궁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체부가 추경을 통해 추진하는 또 다른 사업인 '관광지 방역·수용태세 개선지원' 사업도 덩달아 제동이 걸릴 위기다. 354억원을 투입해 전국 2000여곳 관광지에 단기 방역관리 인력 6400여명을 배치, 안전여행과 관광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업시행 시점이 아직 여유가 있긴 하지만 현재 휴관 중인 대다수 관광지와 박물관·미술관 등 문화시설이 코로나 장기화로 휴관 기관이 길어질 수 있어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현재 휴가 성수기에 접어들며 여행심리가 부쩍 높아진 만큼 관광수요 회복 정책을 코로나 확산세를 피해 성수기가 아닌 비수기로 미루면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단 의견도 있다. 성수기 이후 물 오른 여행수요를 지속해서 이어갈 수 있단 관측에서다. 하지만 관광이나 레저, 공연업계 등 당장 쓰러지기 직전엔 현장에선 조속한 사업시행을 바라는 눈치다. 문체부 입장에서도 이번 추경의 취지를 고려하면 마냥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관광당국은 방역 상황을 고려해 사업을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할인소비쿠폰 사업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와의 협의를 거쳐 철저한 방역조치를 병행해 시행시기를 조정할 예정"이라며 "국민들이 '안전한 문화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철저한 방역 체계 아래 사업 추진 시기와 방식을 면밀히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