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자금 투자했는데"…신라젠 소액주주 300명, 거래재개 요구

10일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은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앞에서 '신라젠 주권 회복 및 거래재개 촉구 집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사진=강민수 기자

면역 항암치료제 개발업체 신라젠 (4,550원 ▼15 -0.33%) 소액주주 300여명(주최 추산)이 10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신라젠 거래재개를 요구했다.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은 이날 오후 1시부터 거래소 정문 앞에서 '신라젠 주권 회복 및 거래재개 촉구 집회'를 열고 거래소 측에 현재 신라젠의 거래를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는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이성호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 대표와 장지수 자문위원은 삭발까지 강행하며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주주모임은 "상장 이전의 전‧현직 임원 배임행위가 현 시점의 기업 가치를 훼손했다고 볼 수 있으나 재무손익에 직접적으로 막대한 손실이 계상됐다고 보기 힘들다"며 "신라젠이 상장폐지되면, 신라젠 소액주주들은 막대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며, 1~2년의 개선기간을 부여한다고 하더라도 주식매매는 그 기간 중단되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신라젠 소액주주는 16만8778명으로 보유 주식의 비율은 87.68%에 이른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왜 상장 전 경영진의 배임 행위로 인해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어야 하느냐"며 "여당이나 야당 대표가 신라젠 주식을 들고 있었다면 이렇게 대응하겠느냐"고 호소했다.

김 대표는 "한국거래소 역시 상장심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제대로 관리됐더라면 신라젠에 (투자자들이) 들어가지 않았을 것"라고 강조했다.

대전에서 서울까지 왔다는 강모씨(53)는 "노후 대비를 위한 수단으로 신라젠에 투자했다"며 "만약 상장폐지가 된다면 여태 갖고 살아온 희망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공개 정보 주식거래' 혐의를 받는 문은상 신라젠 대표가 11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앞서 지난 5월 29일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는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회사 지분을 부당하게 취득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에따라 거래소는 지난달 19일 신라젠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란 회사의 상장 유지에 문제가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따져보는 심사 과정으로,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해당한다.

거래소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후 중 신라젠은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통보일(6월 19일)로부터 15일 이내에 경영계획서를 제출하면, 해당 제출일로부터 영업일 기준 20일 이내에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 심의의결을 걸쳐 상장폐지 여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기심위 심사 이후에는 15일 이내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어 상장폐지 여부를 다시 심의 및 의결한다. 여기서 상장폐지 결정이 나도 회사에서 이의를 제기하면 한 번 더 심의를 진행한다. 이에 따라 신라젠의 최종 상장 폐지 여부는 8월 말~9월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기술 특례 상장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신라젠은 2017년 하반기부터 간암치료제로 개발한 '펙사벡' 임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같은 해 11월 주가가 15만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신라젠의 시가총액은 7조원을 웃돌았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미국에서 3상 권고 중단을 받은 것을 계기로 기업가치가 급락했다. 지난 5월 4일 이후 거래정지된 신라젠의 현재 주가는 1만2100원에 불과하고 시총은 1조원에 채 못 미친다.

최근에는 코로나19(COVID-19) 백신 후보물질 2종을 도출하고 동물실험 계획을 알리는 등 부활 계획을 꾀했으나, 자금 부족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신라젠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손실은 584억9259만원으로 적자를 지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