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처리 위반'…증선위, KT&G에 증권발행제한 2개월 등 조치의결

(서울=뉴스1) 정회성 기자 / 사진제공=뉴스1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가 정례회의에서 KT&G의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 인수 등 관련 회계처리 기준 위반 혐의에 대해 '고의성이 없는 중과실'이라는 최종결정을 내렸다.

15일 증선위는 KT&G의 회계처리 기준 위반건에 대한 세 번째 회의를 열고 증권발행제한 2개월, 감사인지정 1년 등 중과실에 따른 조치를 의결했다.


당초 과징금을 부과해야 했지만 제척기간 5년이 지나 증권발행제한 2개월로 조치를 대체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각 회계연도별 위반정도에 따라 조치단계를 산정하는데, 이중 최고등급을 기준으로 삼는다. 2012년도가 중과실 중 가장 높은 등급으로 해당연도 사업보고서가 2013년 3월에 공시돼 이 시점부터 제척기간을 계산하면 2018년 3월에 과징금 제척기간이 만료됐다는 설명이다.
◇감리착수 2년8개월만에 최종결정

이번 결정은 지난 2017년 11월 금융감독원이 KT&G에 대한 감리에 착수한 지 2년8개월 만에 나온 것으로 지난 5월 금융위 산하 회계전문기구인 감리위원회가 내린 결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수준이다. 앞서 지난 5월29일 감리위도 세 차례 회의 끝에 KT&G 관련 안건에 대해 고의성이 없는 '중과실'이나 '과실'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고의성'이 증선위에서 최종 인정될 경우 검찰고발, 통보 등의 조치로 이어져 거래정지까지 발생할 수 있던 만큼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됐다.

회계처리 위반 핵심 혐의는 KT&G의 종속회사인 트리삭티와 관련돼 있다. 지난 2017년말부터 감리에 착수한 금융감독원은 KT&G가 인도네시아 담배업체 트리삭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고의적 분식'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해 지난 3월 회사측에 중징계를 예고한 바 있다.


KT&G는 2011년 인도네시아 트리삭티 경영권을 보유한 싱가포르 소재 특수목적회사(SPC) 렌졸룩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KT&G는 트리삭티에 대해 '실질 지배력'이 없는데도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했고, 이것이 회계처리기준 위반이라는 것이 금감원의 주장이었다.

15일 증선위도 이 부분을 지적하며 "KT&G는 2011년에 투자한 인도네시아 현지 담배회사의 구(舊) 주주측과 체결한 주주간 계약에 의해 의결권 행사에 제약이 있었다"며 "대표이사 및 이사회 과반을 구 주주측이 장악하여 담배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지 못하였음에도 이 회사를 연결대상 종속기업에 포함해 2011년~2016년 연결제무제표를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7년 2월 담배회사의 구 주주측이 보유한 잔여지분을 모두 인수해 비로소 이 회사의 지배력을 확보하였다"며 "잔여지분 인수 전에 이미 보유중이던 지분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 등의 사업결함 회계처리를 누락했다"고 지적했다.
◇증선위, 9가지 항목 '회계기준 위반' 지적

금융위원회 / 사진제공=금융위

앞서 금감원은 KT&G가 중동지역 거래업체인 알로코자이와의 계약에서 하자 있는 제품에 대한 충당부채를 덜 쌓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대표가 연임을 위해 외형 확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회계처리 위반행위가 이뤄졌다는 판단이다.

이날 증선위는 "회사는 알로코자이에 수출한 제품에서 발생한 반점과 관련해 2012년~2013년 반점담배 보상을 위한 내부방안 마련 후 보상협상을 진행하고 있었음에도 회사의 의제의무에 해당하는 충당부채를 재무제표에 인식하지 않았고, 우발부채에 대해서 주석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충당부채는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696억2200만원, 685억9500만원이다.

이밖에도 증선위는 △종속기업 대여금에 대한 대손충당금 미계상 △피투자기업의 에스크로 미수금 과대계상 △해외종속기업 보유 담배 매출채권 대손충당금 미계상 △종속기업 투자주식 등 손상차손 과소계상 △장기종업원급여부채 미계상 △무형자산 손상차손 지연인식 △계정분류 오류 등 총 9가지 항목에 대해 지적했다.

한편 KT&G 측은 이날 증선위 의결에 대해 "당사의 회계처리가 고의적인 회계기준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의 결정을 존중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서도 "회계기준의 해석 및 적용상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고 당사는 당시의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기준에 부합하는 회계처리라고 판단했던 사안이라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사는 추후 이러한 불필요한 혼선의 재발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은 현재 회계시스템을 한층 더 고도화하고 그 운영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