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하자 자살 감소…극단적 생각할 겨를도 없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전파가 가장 강력했던 지난 3~5월, 자살건수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규모 전염병 사태 이후 경기 침체가 오면서 자살이 급증한 사례가 여럿 있었다며 이를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대구 신천지 교회발 코로나19 대형 확산이 시작됐던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자살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국내 감염자수가 1만명을 돌파한 4월에도 지난해에 비해 22건이 줄었다. 특히 5월은 제일 큰 폭인 138건이 감소했다.

다만 이 수치는 경찰청 데이터와 연동한 추정치여서 추후 8월에 공식 집계할 때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전염병 유행 시기, 자살 오히려 '감소'…"공동의 적인 전염병 퇴치가 우선시"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6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는 16일 서울 중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2020.07.16. [email protected]

전문가들은 오히려 코로나19, 사스 같은 전염병 유행 시기에는 자살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사회적, 경제적 위치를 실감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데 그런 사고를 할만한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공동의 적'인 코로나19 퇴치가 가장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이들이 우려하는 건 '코로나19 이후'다. 전염병 사태가 종료되면 경기 침체 등 코로나19에 감춰졌던 각종 문제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하면서 자살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현수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장은 "재난 상황이 집중되는 시기에는 사람들이 자살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할만한 여유가 없다"며 "상황이 종료되고 나서야 자살이 급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 스페인독감 때도 그랬고 홍콩 사스때도 그렇고 그 해에는 자살률이 많이 높아지지 않는다"며 "그 다음해에 자살률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2003년 홍콩에서 사스가 퍼졌을 때 유행 당시에는 자살률이 소폭 감소했었지만 사태 종결 이후 1264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자살 건수가 급증했다.

한국만의 문제 아냐…'선제적 자살 예방 조치' 필요

[도쿄=AP/뉴시스]지난 1일 도쿄의 텅 빈 아사쿠사 거리를 마스크를 쓴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2020.04.02.

이런 현상은 비단 한국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G7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일본도 비슷하다.

특히 일본은 지난 20일에도 코로나19 신규 일일 확진자수가 419명을 기록할 정도로 사태가 더 심각해지고 있지만 지난 4월과 5월 자살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가량 감소했다.

후지 가즈히코 일본 경제산업성 경제산업연구소(RIETI) 연구원은 "전시에는 세계 공통적으로 자살률이 낮아진다. 이는 함께 대항할 '적'이 있을 때 연대 의식과 일종의 활력이 생기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도 전쟁과 같은 큰 일로 인식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종결 후 자살률 급증은 기정사실이라며 지금부터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주문이다. 이미 경제·문화가 밀집돼 사회변동이 빠른 서울시에서는 20대를 중심으로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전체 자살률은 높아지지 않았지만 지난 3~4월 서울시 20대 자살은 지난해 보다 60% 가량 늘었다"며 "코로나19에 타격을 받을만한 집단을 미리 선별해 직접적인 자살 예방 서비스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