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 中영사관보다 더한 곳 있다”…미국의 ‘스파이 전쟁’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AFPBBNews=뉴스1

미국이 지난주 ‘스파이 행위’를 이유로 텍사스주 휴스턴 주재 중국 영사관을 폐쇄하는 초유의 조치를 내렸지만, 이는 본보기에 불과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 당국이 다른 지역 총영사관에서 더한 스파이 행위를 포착했으나 충격을 감안해 휴스턴만을 폐쇄 대상으로 삼았다는 얘기다.
"中, 스파이 행위보다 더한 것도 한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AFPBBNews=뉴스1

28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진짜 스파이행위의 허브는 샌프란시스코 주재 중국 영사관이지만 미 정부는 이를 폐쇄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샌프란시스코나 뉴욕 등 주요 도시 영사관을 폐쇄할 경우 이에 따른 여파가 커질 것을 고려해 휴스턴을 본보기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에 대한 보복 조치로 중국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를 요구했고 지난 27일 완전히 문을 닫았다. 35년만의 업무중단이다.


악시오스는 “모든 나라에 스파이가 있고, 미국 또한 영사관을 이러한 행위의 거점으로 삼는다"면서도 "중국은 수년동안 이보다 더한 일을 해왔다”고 전했다. 중국이 미국 주재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통해 중국을 떠난 위구르족 관련 정보를 수집하거나, 유학생이나 반체제 인사 감시를 비롯해 지역과 주 단위 수준의 정치 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악시오스는 한 예로 “중국 대사관이 미국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들에게 돈을 주고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문을 지지하는 운동을 하거나, 중국 공산당을 반대하는 시위대를 쫓아낼 것도 요구했다"고 했다.

또 중국학생학술협회(CSSA)에 공산당 사상 연구회를 개최할 것을 지시하거나, 당리당략을 준수하는 지 증거 사진을 보낼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미 정부가 휴스턴 영사관을 폐쇄한 것은 이처럼 중국의 미국내 스파이 활동이 선을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이달초 중국과 관련된 산업스파이 행위가 10년간 1300%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중국 총영사관은 휴스턴보다 더 심하다는 미 당국의 판단도 미국 IT(정보기술)의 집약체인 실리콘밸리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휴스턴 주재 중국 영사관이 코로나19 백신 관련 정보를 빼돌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3국' 국적자도 포섭하는 중국…예민해진 美

지난 24일 미국 법원에서 중국의 스파이로 활동했음을 인정한 싱가포르 출신의 준웨이여. 그는 10년 징역형에 처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미국이 중국의 스파이 행위에 예민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중국이 싱가포르 등 서양친화적인 지역의 제3국 국적자도 포섭하고 있어서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미국에서 싱가포르 국적 스파이에 대한 공포가 다시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서방 각국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는 싱가포르를 스파이 양성소로 운영하면서 라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싱가포르 출신 준웨이 여(39)다. 그는 지난 24일 미 법원에서 중국을 위해 간첩 활동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 선고는 오는 10월 예정돼 있으며, 10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 중국 외교정책 관련 박사과정을 밟던 준웨이여는 201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학술회의에 초청받았다. 학술회의가 끝나자 중국 정책연구소 소속이라고 주장하던 이들이 준웨이여에게 접근했다. 그들은 정치보고서와 정보를 제공하면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제의했다. 이들은 처음에는 동남아 지역 관련 정보를 요구했지만 점점 미국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지난해 1월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가짜 컨설팅 회사를 만든 후 취업사이트인 ‘링크드인’을 통해 금전적이나 직장내 문제가 있는 이들을 접촉해 다시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시켰다. 이중에는 미 공군 전투기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이도 있었다.

빌라하리 카우시칸 전 싱가포르 외교부 차관은 “한명의 바보가 싱가포르인 전부를 용의자로 만든다”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은 “준웨이여의 사례로 인해 서방 싱크탱크들은 싱가포르가 중국 스파이 모집의 주요 타깃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