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홈즈가 와도 한국선 '집나간 남편' 못찾는다

오늘(5일)부터 한국에서 ‘탐정’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탐정’이라는 이름으로 영리활동을 할 수 없어 ‘민간조사원’이라는 이름을 대신 썼다. 탐정사무소 대신 흥신소나 심부름센터의 간판을 달아야 했다.

하지만 아직 한국의 ‘탐정’은 반쪽짜리다. 이름만 사용할 수 있을 뿐 역할이나 업무에 관한 법제화가 진행되지 않았다. 이혼 소송 중인 배우자의 부정행위 증거를 수집하는 것도 위법의 소지가 있다. 경찰은 공인탐정제도 도입을 추진하면서 탐정의 역할을 허위·과장하는 업체를 단속할 계획이다.
민간조사원→탐정, 명칭사용 가능...역할·업무 범위 법제화는 아직
5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개정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이날부터 시행돼 ‘탐정’이라는 명칭으로 영리활동을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전까지는 ‘탐정’이란 이름으로 활동을 할 수 없었다.


‘탐정사무소’ 개업이 가능해진 셈이다. 지금까지 비슷한 업무를 했던 사람들은 ‘민간조사원’(PIA)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탐정업은 OECD 국가 중 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허용이 된 상태였다.

앞으로 등장하는 탐정이 경찰력의 한계를 보완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명칭사용만 허가됐을 뿐 탐정의 자격이나 업무 범위에 대한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영화나 소설을 통해 일반적으로 탐정 업무라고 생각하는 실종자·가출인 찾기 등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

이에 경찰은 ‘탐정’ 명칭을 사용하는 업체는 물론 심부름센터·흥신소를 대상으로 특별 단속을 할 예정이다. 전국에 등록된 심부름센터는 2000개(2017년 기준)가 넘는다. 또 ‘민간조사’ 관련 자격증을 발급하는 단체를 대상으로 탐정 자격에 관한 허위, 과장 광고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사라진 신랑' 찾을 수 없는 韓 탐정...가출한 미성년 자녀 찾기는 가능

의뢰인이 탐정을 찾아와 실종된 사람을 찾아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탐정물 영화나 소설의 흔한 도입부다. 하지만 한국 탐정에는 제약이 따른다. ‘변호사법’과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할 수 있어서다. 위법한 내용의 조사를 의뢰하면 의뢰인 역시 교사범으로 처벌될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잠적한 채무자 내지 범죄가해자의 은신처 파악 등 소재 확인 △가출한 배우자 내지 성인인 자녀의 거주지 등 소재 확인 등은 ‘개인정보 보호법’ 위법의 소지가 있다. 소재 확인 대상자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취급해서다.

이혼소송에서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입증할 증거를 찾아달라고 하는 것도 위법 소지가 있다. 변호사 외에는 수사·재판 중인 사건에 관한 증거를 수집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사기 사건에서 상대방의 범행을 입증할 자료 수집 △교통사고 사건에서 인근 CCTV 확인 등 사고 원인 자료 수집 등도 마찬가지다.

개정되는 법안으로 가능해지는 것은 ‘탐정’이라는 명칭 사용과 함께 가출한 아동·청소년 및 실종자 소재를 찾는 것 정도다. 이들은 개인정보 보호법상 대상자의 동의가 없어도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서다.

이밖에 △공개된 정보의 대리수집 △채용대상 내지 거래상대의 동의를 전제로 이력서 · 계약서 기재 사실의 진위 확인 △도난 · 분실 · 은닉자산의 소재 확인 등은 기존 민가조사원도 가능한 조사활동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안별로 구체적인 사실관계(행위내용)에 따라 위법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음성적인 사실조사 활동에 따른 폐해를 없애기 위해 경찰청은 공인탐정 제도 도입을 위한 법안이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