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폭탄급' 레바논 폭발, 정부가 보관하던 질산암모늄이 원인?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베이루트 AFP=뉴스1) 4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항 선착장에 있는 창고에서 대규모 폭발사고가 발생해 화염과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 AFP=뉴스1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4일(현지시간) 폭발 사고가 발생해 40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폭발 원인으로 '질산암모늄'이란 물질이 유력하게 지목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폭발이 일어난 곳에는 레바논 정부가 수년 전 압류한 폭발성 물질을 보관한 창고가 있었다. 창고에는 특히 질산암모늄이 대량으로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 고위 국방 관계자는 이날 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하산 디아브 총리의 말을 인용해 책임자를 찾아 가장 엄중한 처벌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총리는 "2750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질산암모늄이 지난 6년간 사전 예방조치도 없이 창고에 있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질산암모늄은 질산과 암모니아가 반응해 형성되는 화합물로 주로 비료나 폭발물 제조에 쓰인다. 특히 역사적으로 비료 제조보다는 폭발 사고를 야기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1974년에 텍사스주 텍사스시티 항구에서는 질산암모늄을 실은 선박에 불이 붙어 폭발 사고가 일어나며 581명이 숨졌다.

1995년 오클라호마시 연방청사 건물 폭파 사건에서도 질산암모늄이 주원료인 폭탄이 쓰였다. 이 사건으로는 16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날 레바논 국영 통신은 해당 창고에서 불이 났다고 보도했다. 창고 안에 불꽃놀이 화약이 보관되어 있었다는 현지 보도도 있었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된 다수의 영상에서는 대형 폭발 직전 검은 연기와 함께 색색의 섬광이 보였다.

한편, 이번 폭발이 누군가의 고의적인 테러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베이루트에서의 폭발 사고에 대해 "끔찍한 공격으로 보인다. 미군은 일종의 폭탄 공격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