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환경규제 1라운드, 中의 스크러버 지고 韓의 LNG선 떴다

'스크러버(탈황장치)냐 친환경연료냐.' 대형 선박에 대한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벌어진 '스크러버' 1차 경쟁에서 LNG(액화천연가스)를 중심에 둔 친환경 연료가 '우세승'을 거두는 분위기다.

2025년까지 지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LNG추진선 시장은 사실상 한국의 독보적 영역이다. 중국 조선사들의 건조가 지연돼 유럽 선주들이 낭패를 보는 반면 한국 조선사들은 납기를 한 달 씩 앞서 선박을 인도하고 있다. 환경규제가 지속 강화되는 가운데 한국 조선사들의 수혜가 기대된다.


6일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스크러버 설치량은 올해 1월 4000만DWT(재화중량톤수)로 정점을 찍고 지난 7개월동안 급격히 줄었다. 앞으로 설치될 양을 뜻하는 수주잔량 역시 2019년 7월 이후 지난 1년 간 1900만DWT에서 1000만DWT로 48%나 줄었다.

반면 지난해 7월 이후 1년간 LNG추진선의 수주잔량은 1900만DWT에서 2400만DWT로 28% 증가했다.

IMO(국제해사기구)는 올 1월부터 환경규제 'IMO 2020'를 시행 중이다. 선박 연료유 황산화물 배출 기준이 기존 3.5%에서 0.5% 이하로 강화됐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LNG추진선 △스크러버 설치 △저유황유 사용 중 하나를 선택해야 된다. 기존의 효자는 스크러버였다. 값싼 고유황유를 사용하되 오염물질을 저감할 수 있다. 기존 선박에 약 60억원 정도만 투자하면 스크러버 설치가 가능했다.
코로나19·국제 유가 하락·환경규제 강화…스크러버 설치에 악재

현대상선의 1만1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HMM 프라미스호'가 필리핀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에서 출항하고 있다. HMM프라미스호와 쌍둥이 배인 HMM 블레싱호는 모두 스크러버(탈황장치)가 설치된 세계 최초의 1만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이다. /사진제공=현대상선

코로나19(COVID-19)가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스크러버의 76%를 공급했던 중국 작업장들이 속속 폐쇄됐다. 스크러버 설치가 지연되면서 아예 설치를 포기하거나 설치기간을 연장하는 선사도 나왔다. 지난 4~5월 스크러버 설치 계획을 취소한 선박만 270여척이다.

코로나19로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서 고유황유와 저유황유의 가격 격차가 줄어들며 스크러버 수요에 또 영향을 줬다. 지난해 12월 저유황유는 고유황유보다 배럴당 약 300달러 비쌌다. 그러나 지난 4월 국제 유가가 폭락하면서 최근 3개월간 저유황유와 고유황유 가격 차이는 70달러까지 좁혀졌다.

여기에 LNG 가격이 15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스크러버에 결정타를 날렸다. 특히 탈황 이외의 환경규제도 속속 강화되면서 선사들이 궁극적으로 LNG추진선으로 눈을 돌렸다.

미국, 프랑스, 싱가포르, 스페인, 포르투갈 등 25개국이 아예 개방형 스크러버를 금지했다. 배기가스 내 황산화물을 해수를 이용해 씻어 바다로 배출하는 방식이다. 해양오염 가능성이 있다. 폐쇄형은 유지비가 크게 뛰는데다 화학세정제를 주기적으로 사용한다. 역시 환경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장기적 대응책은 'LNG추진선'…韓 조선에 기회결국 현재로선 황산화물을 배출하지 않는 LNG추진선이 IMO2020의 중장기적인 대응책이 될 수밖에 없다. 국내 조선3사도 선사들로부터 LNG추진선에 대한 문의를 꾸준히 받는다. 클락슨·로이드 선급 등은 2025년 세계 신조발주 선박 시장의 60.3%를 LNG추진선이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LNG추진선은 관련 기술이 LNG운반선과 유사하다. LNG선에 특화된 기술을 보유한 국내 조선업계가 전세계 발주를 독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관련 기술과 생산력 모두 국내 조선3사가 독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6년 세계 최초로 천연가스 직분사 추진방식의 LNG운반선을 인도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에만 컨테이너선 11척을 포함,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49척의 LNG추진선을 수주했다. 국내 조선3사는 LNG 추진이 가능한 선종을 늘리며 미래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첫 LNG추진선 건조부터 차질을 빚으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경쟁상대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상해외고교조선이 건조 중인 LNG추진 컨테이너선 첫호선은 당초 지난해 11월 인도 예정이었지만 벌써 10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중국에 LNG추진선을 발주한 프랑스 선사 CMA CGM은 선박 인도가 늦어지면서 'IMO 2020' 대응에도차질을 빚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등 한국 조선사들이 LNG추진선을 한 달 가량 조기인도 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업계에선 중국이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일정이 지연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이 LNG추진 컨테이너선을 인도하지 못하는 상황을 선주들도 지켜보고 있다"면서 "선박 지연 사례도 없고 LNG선 원천 기술을 보유한 한국이 LNG추진선 시장에서 유리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