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쌍 노부부의 반복된 비극…경찰이 놓친 수상한 연결고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거 영국에서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던 것으로 결론 났던 유사한 유형의 사건들이 실은 연쇄살인마의 소행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체셔 경찰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발생한 노부부의 살인 및 극단적 선택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검토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스테파니 데이비스 체셔 경찰 검시관은 1996년부터 2011년 사이에 발생한 총 5건의 노부부 사망 사건에 대해 주목할 만한 유사점이 있다며 연쇄살인범의 소행으로 의심된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경찰은 데이비스 검시관이 제출한 179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첫번째 사건은 1996년 4월28일에 세상에 알려졌다. 단란하게 살던 하워드(79)-베아트리체(78) 인스워스 부부가 어느 날부터 눈에 띄지 않자 이를 수상하게 여긴 이웃이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집에 들어간 경찰은 참혹한 광경을 발견했다. 베아트리스가 둔기로 머리를 맞고 흉기에 찔린 모습으로 침대에 누워 있고, 옆에는 하워드가 침대 머리판에 기대어 죽어 있었던 것.

경찰은 하워드가 베아트리체를 살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결론지었다. 하워드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 때문이었다. 하워드는 유서에서 베아트리체가 바이러스로 인해 고열에 시달려 괴로워한다며 수면제를 먹여 살해하려 한다고 썼다.

하지만 경찰은 하워드 부부의 경우 유서의 내용과 달리 베아트리체는 장기적인 질병이 없었으며 부부 모두 건강 상태가 좋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들 부부는 진정제 외에 약을 복용하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3년 가량 지난 1999년 11월26일. 하워드 부부가 숨진 곳에서 불과 2마일(3.2㎞) 떨어진 곳에서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다. 도널드(73)-아리엘(68) 워드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아리엘 역시 베아트리체처럼 맞은 자국과 함께 칼에 찔려 있었고 머리 일부분이 베개에 가려져 있었다.

도널드는 가슴과 목 부위가 칼에 찔리거나 상처를 입었다. 경찰은 이 사건도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도널드의 평소 성품을 비쳐볼 때 이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2000년 2월에는 맨체스터에서 마이클(59)-바이올렛(76) 히긴스 부부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결찰은 파킨슨병을 앓던 마이클이 부인을 때리고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2008년 11월에 맨체스터에서는 케네스(77)-일레인(76) 마틴 부부가, 2011년 2월에는 컴브리아에서 스탠리(92)-페기(89) 윌슨 부부가 마찬가지로 남편이 부인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데이비스 검시관은 보고서에서 이 5건의 사건이 여러 측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며 극단적 선택을 위장한 살인으로 의심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체셔 경찰 대변인은 "관련 보고서를 검토 중"이라면서 "다른 종결된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정보가 나올 경우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