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높아보이게 한다고?" 실손보험, 손해율 논란 없앤다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의 손해율 공시 기준이 이달부터 바뀐다. 기존에 두 가지 방식의 손해율이 혼재된 데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고 소비자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지난 1일부터 실손보험 손해율 공시기준을 기존 위험손해율에서 영업(경과)손해율로 변경 공시중이다.


손해율은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다. 일정 기준 대비 높은지 낮은지에 따라 보험사의 손실 여부를 판단한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크게 산출방식에 사업비가 포함되는지에 따라 위험손해율과 영업손해율로 구분된다. 사업비가 포함되지 않는 위험손해율은 보험요율을 산출할 때 사용된다. 사업비가 포함되는 영업손해율은 보험상품의 영업실적을 판단하는 지표로 쓴다.

위험손해율에는 보험료로 받은 금액 중 사업비가 얼마가 보태고 빼졌는지가 들어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영업손해율보다 더 높은 수치가 나온다. 통상 위험손해율은 100%를 넘을 경우, 영업손해율은 약 80%를 초과할 경우 보험사가 손실을 보는 것으로 판단한다.

보험업계는 두 가지 손해율 지표를 모두 산출하지만 협회를 통해 손해율을 공시하거나 금융감독원에 보고할 때는 위험손해율 기준으로 해왔다. 그동안 국내에서 실손보험은 대부분 장기상품으로 판매돼 사업비를 구분해 뽑아 내는 게 쉽지 않아서다. 하지만 이를 두고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등에서 보험업계가 손해율을 높아 보이게 하려는 의도로 수치가 더 높은 위험손해율을 이용한다고 비판해 왔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장은 “국내 실손보험의 경우 해외와 달리 장기상품이고, 특약 형태가 많다는 특수성 때문에 그간 위험손해율을 기준으로 써 왔는데 2017년부터 이른바 ‘착한실손’이라 불리는 단독형 상품이 나오면서 영업손해율을 공시할 환경이 됐다”며 “다만 공시기준이 바뀌더라도 보험료 조정은 영업손해율이 아닌 위험손해율을 기준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손보사의 평균 위험손해율은 132%, 영업손해율은 116.7%다. 각각 손실 기준점인 100%, 80% 대비 손해율이 30%p(포인트) 이상 높은 상태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현재 실손보험 손해율 현황을 보면 어느 손해율 지표를 사용하더라도 적자가 심각한 상황은 변함이 없다”며 “또 협회를 통해 공시되는 영업손해율은 2017년 이후 판매한 단독형 실손보험 기준이기 때문에 손실이 큰 과거 판매된 상품이 빠져서 실제 손해율과 차이가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