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키거나, 흘리거나?'…휴대폰화면 사진찍힌 의원님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스마트폰으로 나눈 메신저 대화가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됐다./사진=뉴스1

"이거 카카오에 강력히 항의해주세요"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하셍(요)"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스마트폰으로 나눈 메신저 대화가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대화 내용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연설이 바로 포털 사이트 메인에 반영된다는 상대방의 말에 카카오 관계자에게 항의해야 된다는 윤 의원의 답변이 담겨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포털을 통한 여론통제를 시도한 것이냐"며 "대형포털 네이버의 임원 출신이자 문재인 청와대의 초대 국민소통수석 윤 의원의 문자가 충격이고 매우 유감"이라고 적극적으로 항의에 나섰다.

윤 의원처럼 국회에서 공개된 스마트폰 화면으로 곤욕을 치른 정치인들이 여럿 있다. 취재 열기가 뜨거운 곳에서 잠깐의 방심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내가 가서 도와줄" "북한 주민 송환 예정입니다"…문자로 들통

지난해 9월 천정배 당시 무소속 의원은 외교관 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이 공개돼 큰 논란을 빚었다./사진=뉴스1

지난해 9월 20대 국회 당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외교관 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이 공개돼 큰 논란을 빚었다. 해외 공관 국정감사 때 딸의 지인을 도와주겠다는 제안으로 유추됐기 때문이다.


천 의원은 외교부 서기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둘째 딸에게 "내가 이번 국감은 구주반에 속해 프랑스, OECD, 벨기에, EU, 모로코, 이집트, 이탈리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트빌리시 분관) 공관에 갈 예정"이라며 "혹시 너와 가까운 직원들 있으면 알려주고 내가 가서 도와줄(게)"라는 메시지를 작성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김유근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보다 먼저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 차장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에게 받은 문자를 살펴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고, 청와대가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컨트롤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그 밖에도 지난 2월 유승민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이 이혜훈 의원에게 '김형오가 갈수록 이상해진다', 2019년 권성동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황교안 대표에게 '월권적 발언을 드리게 돼 송구하다. 통합추진단장으로 원유철 의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 포착되기도 했다.
일부러 흘렸나?…'윤석열 장모 문건' 읽고 "충성충성" 문자 공개

2016년에는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에게 보낸 문자들이 공개됐다./사진=뉴스1

반대로 정치인의 스마트폰에 쏠린 시선을 이용해 일부러 노출했다는 의혹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아내와 장모 관련 자료를 읽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추 장관이 윤 총장과 검찰 개혁을 두고 계속해서 대립하는 상황에서 서류를 공개적으로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2016년에는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에게 보낸 "충성충성충성 장관님사랑합니다충성" "장관님 정현이가 죽을 때까지 존경하고 사랑하게 해주십시오" 문자들이 공개됐다.

하지만 해당 문자는 발송 3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박지원 대표를 통해 공개됐고, '정치적 술수'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진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망신 줘서 대표직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술수"라며 "이 대표로선 곤혹스러운 것이고 박지원으로선 폼나 보인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9월에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받은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는) 분노조절이 안 되는 사람"이라는 문자가 공개돼 "자신의 의견이 아니다"고 해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자만 문제? 근무 중 '누드사진' 보다 들키는 망신 당하기도

2014년 권성동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참석해 스마트폰으로 비키니사진을 보는 모습./사진=이동우 기자

스마트폰으로 주고받은 문자가 공개되는 것보다 더 큰 망신을 당한 의원들도 있었다. 직장인의 근무시간과 같은 국회 참석 시간에 '누드사진' 등을 보다 포착된 의원들이 다수다. 2014년 권성동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참석해 스마트폰으로 비키니사진을 보는 모습이 본지에 포착됐다.

2013년 심재철 당시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국회 본회의 도중 여성의 나체사진을 봐 물의를 빚었다. 당시 심 위원은 "누가 보내준 파일"이라고 해명했으나 직접 '누드'라는 단어를 검색하는 모습도 함께 공개돼 논란이 계속됐다.

2012년 '스마트폰 야동 퇴출법안'을 제출한 한선교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2006년 국회 시절의 모습이 공개돼 누리꾼들의 맹비난을 받기도 했다.

당시 한 의원은 동료의원들과 가슴이 파인 옷을 입은 여성의 사진을 본 후 흉내 내듯 자신의 가슴을 만졌고, 이를 공개한 누리꾼은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한 의원이 국회에서 '야한 사진'을 보는 장면"이라고 비아냥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