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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도 돈 벌겠다" 중2 아들말에…PC방 사장님 3일째 집에 못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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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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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1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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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9시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 PC방 전경. 손님이 단 한 명도 없다./사진=이강준 기자
15일 오전 9시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 PC방 전경. 손님이 단 한 명도 없다./사진=이강준 기자

"며칠전에 중2 아들이 '나라도 나가서 돈을 벌고 싶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 어린아이가 그런 말을 할 때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습니다"

15일 오전 9시 서울 성동구의 한 PC방에서 만난 사장 이모씨(47)는 가족의 얼굴을 보지 못한지 3일째다. 손님이 뚝 끊겨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어 이씨 혼자 가게에서 숙식하며 PC방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PC방은 분명 운영중이었지만 손님이 한 명도 없어 매우 고요했다.

PC방은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완화하고 고위험시설에서 제외되면서 지난 14일 자정부터 영업이 가능해졌다. 다만 PC방 내에서 코로나19(COVID-19) 전파 차단을 위해 라면 등 음식을 취식할 수는 없다.

미성년자도 PC방에 출입할 수 없으며 자리 역시 한 칸씩 띄워서 앉아야 한다. QR코드도 의무적으로 찍어야 이용가능하다.

문제는 PC방 이용층 중 60%가 미성년자고, 전체 매출 중 40% 가량이 식음료에서 나와 이씨를 비롯한 PC방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이씨는 "어떤 기사에서는 1시간에 850원이 남는다고 하던데 말도 안되는 소리다"라며 "유료게임 등 각종 비용을 제하고 나면 1시간 요금 1000원에서 500원만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는 전부 식음료 매출에서 충당해야 한다"라며 "정부가 '열게 해줬으니 이제 됐지?' 이런 느낌인데 '팔다리 다 잘라놓고 알아서 살아라'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고 덧붙였다.

이씨의 PC방 사정이 악화되기 시작한 건 지난 2월 대구 신천지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부터다. 그때부터 방역 당국과 언론이 고위험시설 중 대표 사례로 PC방·노래방·클럽 등을 언급하기 시작하면서 손님이 끊기기 시작했다.



PC방 간이 침대서 노숙한지 3일째…단골은 QR코드를 요구한 그에게 욕설


15일 오전 9시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 PC방의 카운터 모습. 가운데에 간이 침대가 놓여있다./사진=이강준 기자
15일 오전 9시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 PC방의 카운터 모습. 가운데에 간이 침대가 놓여있다./사진=이강준 기자


이곳에서 PC방을 23년간 운영한 베테랑 자영업자 이씨는 우선 인건비부터 줄이기 시작했다. 4명까지도 있었던 아르바이트생은 점차 줄어 한 명도 남지 않았다. 이씨는 PC방에 간이 침대를 설치해 졸지에 재고로 남은 라면과 과자로만 끼니를 때우며 사업장에서 '노숙'하는 신세가 됐다.

그러는 동안 이씨의 건강은 급격히 악화됐다. 좀처럼 제대로 자질 못해 만성피로가 생겼고, PC방 영업을 못하는 동안 생활비를 해결하기 위해 매일 2주 넘게 공사장 일용직 근무를 서다 온몸에 생채기가 났다.

하지만 이씨의 사정을 봐주는 건 아무도 없었다. 상가관리비와 월세는 꾸준히 나왔고 코로나19에 긴 장마기간과 태풍까지 겹쳐 습기가 가득차 PC와 가게 내 각종 전자기기는 망가진 상태였다. 영업 첫날에만 수백만원의 손해를 떠안고 시작한 것이다.

단골들도 이씨를 외면했다. 라면 취식이 불가능해지자 가게 체류시간도 줄었고 QR코드를 써본적이 없는 손님들도 PC방 안에 들어왔다 나가기 일쑤였다. 어떤 20대 고객은 QR코드를 찍어야 한다고 이씨가 요구하자 욕설을 날리기도 했다.



"음료수는 가능하다"는 뒤늦은 구청 안내…이씨 "내년에 PC방 그만둘 것"


구청은 지난 14일 오후 4시30분쯤 뒤늦게 매장내 음료수 취식은 가능하다고 안내문자를 보냈다./사진제공=PC방 사장 이모씨
구청은 지난 14일 오후 4시30분쯤 뒤늦게 매장내 음료수 취식은 가능하다고 안내문자를 보냈다./사진제공=PC방 사장 이모씨
구청의 뒤늦은 안내는 이씨를 더 당황시켰다. 지난 14일 오후 4시30분쯤 구청으로부터 "PC방 내에서는 물과 음료수는 마실 수 있다"라는 안내문자가 온 것. 이씨는 "이미 정부가 대대적으로 PC방내 취식은 안된다고 해놓고 이제와서 물과 음료수가 된다고 하면 어느 손님이 그걸 알겠나"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이달 20일까지 PC방 운영 지침을 준수하라고 업주들한테 안내한 상태다. 문제는 그 이후도 상황이 나아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씨는 "희망이 없다. 추석 명절때는 어떻게 가게를 해야할 지도 모르겠다"라며 "어떤 계획도 무의미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씨는 23년간 운영해온 PC방을 올해까지만 운영할 예정이다. 이씨는 "어제(14일)는 평소에 비해 절반 모자르게 매출이 나왔고, 오늘은 그 절반도 안 될 것 같다"라며 "내일이 오는게 너무 두렵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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