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핀테크 숙원 '종합지급결제업'···"쉽지 않네"

종합지급결제업 기대효과 이미지/사진제공=금융위원회

카드사와 빅테크(IT대기업) 숙원인 '종합지급결제업' 도입 논의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당초 금융당국은 종합지급결제업을 신설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9월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이슈와 우려들이 부각되면서 뒤로 밀리는 모습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의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이 담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한은이 빅테크와 핀테크(금융기술) 업체들의 종합지급결제업 진출과 관련해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종합지급결제업은 전자금융사업자가 금융결제망에 들어가 예금·대출(예대) 업무가 제외된 계좌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현재 전자금융사업자는 은행과 연계된 계좌만 내준다. 하지만 앞으로는 네이버·카카오·토스 등도 은행 제휴 없이 결제와 송금, 급여이체, 카드대금·보험료 납부도 되는 계좌를 내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빅테크와 핀테크 업체들도 종합지급결제업 적용을 받게 되면 기존 금융기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어 사실상 빅테크와 핀테크 맞춤 금융 지원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한국은행(한은)이 종합지급결제업자가 될 빅테크 업체들에게 결제망을 제공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종합지급결제업자가 참여하게 되는 금융결제망을 한은이 운영·관리한다. 그러나 한은은 자신들의 결제망을 이용하려면 금융사로서 신뢰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빅테크와 핀테크의 금융 부문 신뢰성에 아직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결제망 참여 리스크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종합지급결제업 자체를 반대하거나 부정적으로 여기는 건 건 아니다. 큰 방향에서 도입에 동의를 하고 있다"면서도 "우려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 실무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의 종합지급결제업 적용 여부 역시 여전히 난항이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카드사들은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계좌를 가질 수 있고, 결제 영역을 두고 싸우고 있는 빅테크·핀테크들과의 경쟁을 위해 카드사들 역시 종합지급결제업 도입을 숙원으로 여긴다.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종합지급결제업 진출을 막지는 않겠지만 예대업무가 금지된 종합지급결제업 계좌가 대출이 가능한 카드사 '인하우스(사내 사업부)'에서 서비스 되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굳이 하겠다면 자회사를 통해 진출하라는 것이다.

직접 종합지급결제업 계좌와 결제 서비스를 연동해 신사업 구상에 나서려 했던 카드사들은 난처해진 상황이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전 각계 의견을 듣기 위해 구성된 '디지털금융협의회'에서 의견을 피력하려 했지만, 지금까지 두 차례 열린 회의에서 관련 내용은 아직 논의조차 안됐다.

카드 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로서는 답답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에 지속적으로 종합지급결제업 직접 진출에 대한 건의를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