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형' 불러 140만명 울린 미기, '희망가'로 또다시 감동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세상만사를 잊었으면 희망이 족할까"(고전가요 '희망가' 中)

코로나19 재확산, 경기침체, 집값 폭등… 옛 가요 '희망가'의 가사처럼 '풍진세상'(風塵世上·편안하지 못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만났다. 우리에게 과연 희망은 있는 것일까? 힘든 시기가 지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지난 20일 발표된 리메이크곡 '희망가'(다날엔터테인먼트)가 유튜브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울림과 감동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대중들은 '희망이 필요한 시기에 잔잔한 희망을 준다', '조용하면서도 강렬하게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노래', '요즘 복잡하고 심란한데 희망가를 들으며 위로를 받는다'며 공감한다.

2020년 말의 '희망가'를 부른 미기(MIGI·美氣)는 얼마 전엔 나훈아의 '테스형'을 불러 크게 주목받은 가수다. 그는 나훈아가 9월30일 방송된 KBS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테스형'을 불러 전 국민적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기 전인 9월 초에 유튜버에서 '테스형'을 커버했다. 나훈아와는 다른 색다른 매력과 감동에 호평이 적잖았고, 9월3일 업로드된 영상은 11월 말 현재 약 14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미기는 9월11일엔 자신이 고정출연 중인 KBS 2라디오 '김혜영과 함께'의 코너 '미기의 번개배쏭'에서도 '테스형'을 불렀는데 DJ인 김혜영이 방송 도중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됐다.


"나훈아 선배님의 KBS 방송 전에 '테스형'을 커버했었죠. 나훈아 선배님을 너무 존경했는데 새 앨범이 나오자마자 정말 와닿았습니다. 인생, 사랑, 세상, 가족, 종교에 이어 소크라테스까지 나오니 처음엔 재밌었는데 나중엔 뭉클해지더라구요. 김혜영 DJ는 제 라이브로 '테스형'을 들으니 '너무 공감이 되고 이야기를 토해내는 것 같아 감동이었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미기는 '희망가'는 어떤 마음으로 불렀을까? "사람이 슬플 때, 힘내라고만 하면 공감이 안되죠. '많이 슬프죠?' 하면서 공감해 주는 게 먼저에요. '희망가' 역시 '내 희망은 무엇일까?' 하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고민들을 노래를 듣는 분들과 같이 한다는 공감의 마음으로 불렀어요."

미기는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뮤지컬 음악감독으로도 일했다. 주변 동료들이 제작자보다 플레이어가 더 나을 것 같다고 권유해 가수로 데뷔했다. 싱어송라이터로 자작곡은 '자화상'과 '골랄골라'가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천년지기', '그집앞'과 같은 리메이크곡이 더 큰 화제가 됐다. 최근 발표한 '희망가'엔 '부활'의 김태원이 기타 연주로 참여해 화제몰이 중이다.

미기는 사실 크리에이터로 가수 활동을 한 최초의 인물이다. 그의 인터넷 방송, 라이브 방송은 무려 PC용 음악 재생 프로그램인 '윈엠프'(Winamp)'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 간다. 2000년대 초 윈엠프와 세이클럽을 통해 네티즌들의 신청곡을 불러주는 오디오 음악방송을 하다, 아프리카TV가 개국하면서 영상으로 라이브 음악방송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영상 방송 콘텐츠는 선정적 소재들이 대부분이었다. 게임방송이나 '먹방'도 없던 시절이었다. 미기의 방송도 오해를 받을 때가 적지 않았다. 동료들도 프로 같지 않아 보인다며 대부분 만류했다.

"하지만 제가 느끼기엔 달랐어요. 타락이 아니라 혁신이라고 느꼈고, 인터넷 방송의 시스템과 메커니즘이 너무 매력적이었죠. 인터넷이 방송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유튜브도 2012년 비교적 일찍 시작했어요. 유튜브는 바다와 같은 곳이죠. 나의 배만 띄우면 되요. 나는 핑크색 배, 너는 파란색 배, 다른 가수나 방송도 응원하면서요."

미기의 유튜브는 신청곡을 받아 노래를 불러주는 콘텐츠가 많다. '테스형'을 비롯해 '천년지기' 등 히트 영상들이 꾸준히 나왔다. 현재 구독자 약 25만명, 누적 조회수 약 1억7000만회를 기록 중이다.

"제 유튜브는 공감을 코드로 잡았어요. 일상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눕니다. 구독자들과 소통하고, 서로 위로하면서 힐링을 합니다. 레거시 미디어에서 정돈된 폼으로 방송하는 경우보다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제 활동명처럼 아름다운(美) 기운(氣)을 많은 사람들과 계속 나누고 싶습니다."

미기는 최근 글로벌 크리에이터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인플루언서글로벌협동조합(GIN·Global Influencers Network·대표 권순홍)에 홍보대사로 참여했다. 지난 8월 공식 출범한 GIN은 한국, 미국, 캐나다, 영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호주,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 태국, 필리핀, 중남미 등 40여개국 다국적 인플루언서 5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미기는 아시아 지역 홍보대사를 맡았다. 미기는 자신의 유튜브를 찾아온 일본인 구독자들과 만나기 위해 2018년 직접 일본으로 가 도쿄와 오사카에서 콘서트를 연 적도 있다. "제 목소리로 인해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일본인 분들과 만났던 자리였죠. 저에게 정말 큰 의미였어요. 그때 팬들 중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신 분들도 있죠."

미기 자신도 일본어에 능통하다. 1990년대 인기 일본 밴드 '딘'(DEEN)의 음악에 빠져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했다. JLPT 1급이다. 요즘엔 중국어 공부에 열심이다. 중화권 팬들이 적잖아 중국 노래를 커버한 영상을 유튜브에 종종 올린다. 중국어 자막을 단 '돌아와요 부산항에' 커버 영상도 중국인 구독자들에게 인기 있는 콘텐츠다.

"요즘 많은 곳에서 저를 찾아주시는데 그때마다 제 역할을 다 하고 싶어요. 미기라는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열심히 꺼내 좋은 기운을 전하고 싶어요. 저로 인해서 기분이 좋아졌다는 말을 들을 때가 저도 가장 기분이 좋아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기운을 계속 퍼뜨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