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비율, '역대 최저'라지만…코로나 만기연장 '뇌관'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자료=금감원

국내 은행권 부실채권비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실채권비율이 9분기 연속 0%대를 기록했다. 일각에선 코로나19(COVID-19) 등 사태로 피해를 본 기업과 개인의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지급을 유예하고 있어 부실채권비율이 과소 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총여신 중 고정이하여신 비중)은 0.65%로 전분기말 대비 0.06%p(포인트) 하락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0.2%p 떨어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6월 말(0.7%) 이후 12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역대 최저치다.

부실채권은 3개월 이상 연체돼 돌려받는 게 불확실한 돈을 말한다.

9월 말 부실채권 규모는 14조1000억원으로 6월 말보다 9000억원 감소했다. 기업여신이 12조억원으로 전체 부실채권의 대부분(85.5%)을 차지했고, 가계여신과 신용카드 채권은 각각 1조9000억원, 1000억원이었다.

3분기 말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30.6%로 전분기 말(121.6%) 대비 9.5%p 상승했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에 따른 손실 흡수능력 확충을 주문해 은행들이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영향이다.

올해 3분기 중 발생한 신규발생 부실채권은 2조7000억원으로 전분기(3조6000억원) 대비 9000억원이 감소했다. 기업여신 신규부실이 1조9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전분기(2조7000억원) 대비 8000억원이 줄었다. 가계여신 신규부실은 6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000억원 감소했다.

금감원은 올해 3분기 중 부실채권 정리규모는 3조6000억원으로 전분기(4조5000억원) 대비 8000억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4조6000억원)와 비교하면 1조원 줄었다.

한편 일각에선 현재 은행권의 부실채권비율이 과소 평가됐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개인의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지급을 유예해주는 조치를 내년 초까지로 늘렸다. 이 때문에 무늬만 정상 채권 형태를 띄고 있는 사실상 부실채권이 향후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