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유니콘 싹쓸이'…국내 스타트업 '큰손' 부상한 글로벌 VC

쿠팡, 엘앤피코스메틱(메디힐), 크래프톤,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야놀자, 무신사,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의 공통점은?

이들 기업은 모두 CB인사이트(CBinsights)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기업으로 등재됐거나 등재됐다가 제외된 기업(우아한형제)이다. 그 외에도 주요 투자자 목록에 알토스벤처스, 세콰이어캐피탈, 레전드캐피탈 등 글로벌 벤처캐피탈(VC)의 선택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글로벌 VC는 국내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거듭나는데 사실상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VC 알토스벤처스의 포트폴리오 목록은 그대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스타트업 목록이나 다름없다. 쿠팡, 우아한형제들, 크래프톤, 비바리퍼블리카, 크로키닷컴, 쏘카, 직방, 당근마켓, 하이퍼커넥트 등이 전부 알토스벤처스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이다.

알토스벤처스는 2019년 말 기준 30여개 회사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10개 안팎의 신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7개 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며 운용자산(AUM)은 2000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알토스벤처스 관계자는 회사의 투자기준에 대해 "무조건 계속 크는 회사가 더 좋은 회사는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다만 투자를 고려할 때 투자대상 회사의 경영진이 큰 회사를 만드는 과정에서 요구하는 희생을 할 각오가 되어있는지 살펴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VC 중 하나인 세콰이어캐피탈은 중국 자회사인 세콰이어캐피탈차이나와 함께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큰손'으로 부상했다.

세콰이어캐피탈은 2014년 쿠팡 투자로 국내 시장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뒤 2015년 데일리호텔, 2018년 비바리퍼블리카, 더파머스, 2019년 눔, 2020년 무신사 등 꾸준히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 레전드캐피탈은 국내 의료·뷰티·엔터테인먼트 등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레전드캐피탈은 레전드홀딩스의 자회사로 레노버 창업주인 류촨즈 회장이 최대주주다. 레전드홀딩스는 중국 1위 컴퓨터 제조사인 레노버를 비롯해 레전드캐피탈과 홍이투자, 선저우디지털 등을 자회사로 거느린 대기업이다. 엘앤피코스메틱,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에 투자한데 이어 베스핀글로벌, 루닛, 강남언니 등에도 꾸준히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싱가포르투자청(CIG)은 우아한형제들, 비바리퍼블리카에 투자한데 이어 지난해 야놀자에도 2000억원을 투자했다. 야놀자는 지난해 유치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지난 1일 여행플랫폼 기업 트리플에 1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여행 관련 스타트업 6~7곳에 투자하며 상장 전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한 VC 관계자는 "시리즈 D 이상의 후기 투자단계에 접어들수록 국내 VC자금만으로 후속투자를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우아한형제들이 딜리버리히어로에 4조7000억원에 인수된 것처럼 기존 투자자들의 원활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선 미리 글로벌 VC들의 투자를 활발히 유치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