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컨설턴트' 출신들, 유통업계 요직 맡아 혁신 드라이브

강희석 이마트 대표

보스턴컨설팅그룹, 베인앤드컴퍼니 등 세계 3대 컨설팅업체 출신들이 유통업계 주요 보직을 꿰차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의 급격한 산업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영입한 외부 전문가들이 조직 혁신을 이끌면서 이들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강희석 이마트 대표를 필두로 최근 컨설턴트 출신 임원들이 유통업계 중요 자리에 발탁되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 단행한 '2020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외부인사를 처음으로 영입했다. 강 대표는 1993년 행정고시 합격 이후 농림수산부 식량정책과, 유통기획과 등을 거쳐 2005년 베인앤드컴퍼니에 입사했다.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소비자와 유통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이마트 컨설팅을 맡기도 했다.

이마트에 본격적으로 합류한 강 대표는 지난 1년간 이마트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19(COVID-19) 위기속에서도 이마트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5조 907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6.7% 늘었고, 영업이익도 30.1% 늘어난 1512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16조 3065억원으로 올해 초 목표치로 제시했던 매출 21조원을 올해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 대표가 이마트 점포 30%를 그로서리(식음료) 매장 중심으로 리뉴얼하고, 수익성 낮은 전문점은 폐점하는 등 혁신 전략이 통했다는 얘기다.


강 대표는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으면서 지난 10월 이마트 정기 인사 때 신세계그룹 미래 사업으로 각광받는 쓱(SSG)닷컴 대표까지 겸임하게 됐다.

이마트와 쓱닷컴의 온·오프라인 시너지 강화를 위해 최근 강 대표는 같은 회사 동료였던 베인앤드컴퍼니 출신 최영준 CSO(최고전략책임자)를 티몬에서 데려오기도 했다. 최 CSO는 이전 티몬에서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일하면서 티몬의 사상 첫 월간 흑자(1억6000만원)를 달성하고, 상장 작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들 이외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으론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와 최근 GS홈쇼핑으로 영입된 박솔잎 GS홈쇼핑 경영전략본부장(전무)가 있다.

왼쪽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오른쪽 정경운 롯데쇼핑 HQ(헤드쿼터, 본부) 기획전략본부장

순혈주의가 유독 강했던 롯데도 올해는 변화를 택했다. 오프라인 유통 산업 정체에 코로나19 타격까지 고스란히 받으면서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 실적이 고꾸라진 롯데는 그간의 기조를 버리고 외부 인사를 데려오기 시작했다. 특히 롯데는 최근 보스턴컨설팅 출신 인사를 잇달아 주요 보직에 선임하고 있다.

지난달 롯데쇼핑 HQ(헤드쿼터, 본부) 기획전략본부장으로 영입된 정경운 상무가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로 일했던 이력이 있고, 올해 정기 임원 인사때 롯데마트 대표로 선임된 강성현 대표 역시 보스턴컨설팅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강 대표와 정 상무 모두 현재 진행중인 롯데쇼핑의 구조조정을 책임지고 '뉴롯데'를 함께 이끌어갈 적임자로 지목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례없는 위기에 직면한 유통업계가 기존 틀에서 벗어나 조직을 슬림화하고 새로운 전략을 짜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유통 혁신 전략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최근 강희석 대표 등의 활약으로 컨설턴트 출신 인사들의 몸값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