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농장 개들 살려달라" 역대 최다 청원에…인천시 "보호대상 아냐"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인천시가 계양산 개농장서 구한 개들이 '보호대상'이 아니라며 보호소로 지정해달란 시민들의 청원을 사실상 거절했다. 해당 청원은 조회수 6만2340건에 4000건이 넘는 공감을 받아, '역대 최다 공감 청원'이기도 했다.

인천 계양산 개농장은 1992년부터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운영돼 왔다. 26년간 불법으로 운영되다가 2018년부터 계양구청서 철거 명령을 내렸다. 전부 도살될 위기에 처한 300여마리의 개들을 시민들 노력으로 어렵게 구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 거주 한 복지가 도움으로, 개농장 주인에게 육견 사업을 포기하는 '위로금' 명목으로 3300만원을 건네기까지 했다.

동물보호단체 케어와 시민들은 뜬장을 철거하고 개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사료와 물을 처음 먹이고, 병든 개들을 치료했으며, 강추위가 오기 전 가까스로 2000여만원의 돈을 모아 비닐하우스를 설치했다. 현재도 시민들이 시간을 내어 봉사하고, 자비로 후원하고 있다.

그런데 계양구청이 시민보호소가 불법이라며 행정처분을 하겠다고 압박하는 상황. 계양구청은 1월4일까지 조치하지 않으면 철거하겠다고까지 했으나, 케어와 시민들의 행정심판 청구로 집행이 정지됐다.

이와 함께 '롯데목장 개살리기 시민보임' 내 봉사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천시에 "시민보호소로 지정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청원을 냈었다.

이에 대해 인천시가 답변한 것. 홍준호 인천시 산업정책관은 18일 오후 영상 답변을 통해 "개농장 개들은 동물보호단체가 농장주에게 돈을 주고 소유권을 사들인 '주인이 있는 개들'이라 '구조·보호조치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동물보호법 제14조엔 구조·보호 대상인 동물들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개농장서 구한 개들은 소유주가 분명하니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롯데목장 개살리기 시민모임 측에선 "사실 관계부터 잘못 파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모임에서 개농장 주인에게 돈을 준 건, 육견사업을 포기하게 하기 위한 '위로금'일 뿐, 소유권을 넘겨 받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시민모임 측에서 입수한 계약서를 살펴본 결과, '육견사업 포기 명목의 위로금'이란 설명만 있을 뿐 '소유권'을 넘긴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인천시가 역대 최다 공감을 얻은 청원에 답변하면서, 사실 관계도 제대로 따지지 않았단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시민모임 한 봉사자는 "당시 개농장에 있던 개 300여마리가 도살장에 가게 생겨 이를 막기 위해 위로금을 냈던 것"이라며 "소유주가 없는 동물을 있다고 하고, 공감을 얻겠다고 동분서주한 시민들 노력에 무성의한 답변이라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