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취소·교체' 文발언, 해명에도 논란…"아이들이 물건이냐"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영상으로 열린 제3회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입양 취소, 입양아 교체' 발언 논란을 두고 청와대가 해명에 나섰지만,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는 해당 발언이 '사전 위탁보호제' 등 입양 관련 제도를 보완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표현 자체가 인간 존엄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들이 물건이나 강아지도 아니고…"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입양 아동 학대 방지 대책과 관련 "입양 부모의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아이하고 맞지 않을 경우에 입양 아동을 바꾼다든지 등 여러 방식으로 입양을 활성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야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시민들이 불쾌함을 느낀 이유는 입양 아동을 마치 물건처럼 표현했다는 데 있다.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발언이 관례적으로 시행 중인 '사전 위탁보호제' 등 입양 관련 제도를 보완하자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다시 취소한다", "바꾼다" 등의 표현 자체가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는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길거리에 지나가는 관심 없는 행인이 감수성 없이 툭 던지는 말 같다"며 "정인이 사건의 중대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해결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최형숙 변화된 미래를 만드는 미혼모협회 인트리 대표도 "아이들이 물건이나 강아지도 아니고 마음에 안 들면 바꾸는 게 어딨냐"며 "그럼 마음에 안 들면 아이를 다섯 번이고 열 번이고 바꿀 수 있느냐. 아이는 무슨 죄냐"고 비판했다.

스스로 입양부모이기도 한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입양 아동은 시장에서 파는 인형도 아니고, 개나 고양이도 아니다. 개와 고양이에게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며 "문 대통령의 입양 아기에 대한 인식에 분노한다"고 썼다.
해명에도 비판 계속…"문제 핵심은 아동 학대"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으로 열린 '2021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나아가 정인이 사건의 본질은 입양이 아닌 아동학대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청와대는 입양아를 포함한 아동 학대 문제 해결이 아닌 입양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비판이다.


청와대가 강조한 '사전 위탁보호제'가 제대로 운용되더라도 아동학대를 제대로 막을 수 있겠냐는 반응도 나왔다. 사전 위탁보호제는 아이 입장에서 새 가정을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현재 프랑스는 법으로 6개월 사전 위탁 후 사례 관리 평가해서 입양허가를 법원이 내주고 있고, 영국, 스웨덴도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 청원인은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양부모님께 사과하셔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문 대통령의) 말은 결국 이번 아이의 사망이 아이를 죽인 살인자 양부모와 살인자에게 죽임을 당한 아이가 '맞지 않아서' 생긴 일인가? 아이를 바꿔주면 이 아이는 살고 바뀐 아이도 살았을까?"라고 반문했다. 정인이 사건을 입양 관리의 관점으로만 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동학대가 문제의 핵심이고 이에 대한 대책이 무엇인지가 궁금한데 왜 사전위탁보호 제도를 운운하며 입양문제를 거론하는 것인가"라며 "아동학대에 대한 정확한 대책을 내놓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