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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형제의 난'과 '조카의 난' 이렇게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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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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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3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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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가 판다]

금호석유화학 / 사진=류승희 기자 grsh15@
금호석유화학 / 사진=류승희 기자 grsh15@
"형(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이 나를 사업 파트너로 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계열 분리하기로 했었다."

몇년전 박삼구 회장과 소위 '형제의 난'을 마무리 지은 후 만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경영권 분쟁 이후 소회다. "형제간에 왜 그랬느냔" 질문에 대한 그의 의외의 답이었다.

◇'형제의 난'은 파트너십이 깨진 때문=3살 위인 형이 2005년 대우건설 인수나 2008년 대한통운 인수 등 그룹의 명운을 건 주요 경영의 의사결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묵살한 것에 대한 섭섭함이 시발점이었다고 한다.

인간적 섭섭함의 문제가 아니라 수조원이 드는 M&A에서 기업 공동경영 정신에 입각한 합리적 파트너가 아니라 나이 어린 동생 정도로 인식한데 대한 반발이기도 했다. 그룹이 위기에 빠지는 상황에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데 대한 아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고 박인천 창업주가 1946년 택시 2대로 시작해 국내 10대 그룹으로까지 성장한 기업으로, 그의 장남인 박성용 회장(2대 회장)과 둘째인 박정구 회장(3대 회장)의 타계 후 3남인 박삼구 회장과 4남인 박찬구 회장의 공동경영 체제를 이어왔다.

두 박 회장은 금호산업 (7,560원 ▲500 +7.08%)금호석유 (150,500원 ▲4,500 +3.08%)화학 등 동등한 지분을 기반으로 '형제공동경영합의서'에 따라 경영을 해오다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 후 처리과정에서 2009년 마찰을 빚었다.

두 회사를 인수한 후 그룹 전체에 불어닥친 위기에 대한 해법을 놓고 갈등이 벌어졌다. 박찬구 회장은 대한통운을 매각해 그 자금으로 대우건설의 부실을 막자는 입장이었지만, 박삼구 회장이 이를 반대해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져 석유화학만이라도 분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금호그룹 창업자인 고 박인천 회장의 4남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왼쪽)과 2남인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인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사진제공=금호석유화학
금호그룹 창업자인 고 박인천 회장의 4남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왼쪽)과 2남인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인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사진제공=금호석유화학

금호석화 측은 "당시 명분은 박삼구 회장의 그룹 회장 자리나 경영권을 뺐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그룹의 위기로부터 석유화학만이라도 안전하게 분리독립하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조카의 난' 형제의 난 때와는 다르다=이번 박철완 상무의 반기도 '섭섭함'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박 상무와 같은 나이인 박준경 상무(박찬구 회장의 장남)가 지난해 5월 전무로 승진할 때 동반 승진하지 못한 섭섭함이 없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호석화 측은 "2세 경영자간의 공동경영합의서에 따른 경영권 분쟁과 3세 경영자인 박철완 상무의 갑작스러운 공동보유 해지는 결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박철완 상무는 지난 27일 삼촌인 박찬구 회장과 지분 공동 보유 및 특수 관계를 해소한다고 공시했다. 또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신이 추천하는 이사 후보 선임과 배당확대도 제안해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댕겼다. 갈라서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대해 금호석화 측은 "그동안 어떤 형태로든 박 상무가 삼촌인 박 회장에게 의견을 전하거나 요구하는 것 없이 갑작스럽게 공동보유 및 특수관계를 해소해 당혹스러운 입장이다"라고 했다.

또 보통주 주당 1만원 이상의 배당과 사외이사 선임 요구 등 주주제안도 지나치다는 게 금호석화 측의 입장이다. 현재 금호석화 대주주는 차등배당을 적용해 일반 주주들보다 15% 낮게 배당을 받아가고 있는데, 이를 더 올려달라는 요구는 무리라는 것.

박 상무는 2009년 '형제의 난' 당시 박삼구 회장 쪽에 서서 박찬구 회장을 공격하는데 가세하기도 했다. 또 금호석화가 KDB산업은행 채권단 자율협약 상태일 때도 산은 측에 동등한 지위를 요구해 갈등이 일부 노출되기도 했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보인다.

금호, '형제의 난'과 '조카의 난' 이렇게 달랐다


◇지분경쟁 누가 이길까=박 상무는 고 박정구 회장의 장남으로 현재 금호석유화학 지분 10%(28일 종가 기준 7540억원)를 갖고 있는 개인 1대 주주다.

박찬구 회장은 6.69%, 박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전무는 7.17%, 장녀인 박주형 상무는 0.98% 등 가족지분을 합하면 14.84%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은 7.91%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18.4%(559만2528주)의 의결권 제한 주식을 빼면 박찬구 회장 가족이 18%, 박철완 상무의 지분율이 12.2%다.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이제 막 시작됐다.

어느 쪽이 더 유리한 입지를 선점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다만 그동안 박찬구 회장이 그룹을 경영하면서 탄탄하고 빠른 성장을 이뤄놓은 상태여서 시장은 박 회장에 대한 신뢰가 높다.

한편, 금호석화 측의 입장과 관련해 박철완 상무의 입장을 듣기 위해 법률대리를 맡은 케이엘파트너스 변호인 측에 전화 연락과 메시지를 남겼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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