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녀 2년간 집단 강간한 소방관 20명, 3명만 기소…들끓는 프랑스

'줄리를 위한 정의' 시위./사진=트위터

프랑스에서 20명의 소방관이 미성년자를 성폭행하고도 '강요나 폭력'이 입증되지 않아 3명만 기소돼 부실한 법체계에 대한 분노가 들끓고 있다.

8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시 소방관들이 10대 소녀 줄리(가명)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한 심리가 대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20명의 소방관이 연루됐지만 기소된 사람은 단 3명뿐이다.


사건의 시작은 줄리가 13세였던 지난 2008년이다. 줄리는 발작 증세로 어려움을 겪을 때 자신을 도와줬던 소방관 피에르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피에르는 줄리의 의료 기록에서 연락처를 알아내 "친절한 메시지"를 보내 줄리를 길들이기 시작했다. 이후 피에르는 줄리에게 옷을 벗고 웹캠으로 촬영해줄 수 있냐고 요구했고 줄리가 응하자 그의 전화번호를 다른 소방관들에게 넘겼고 이들도 줄리에게 똑같은 요구를 했다.

게다가 피에르는 2009년 1월 줄리의 집에서 그를 성폭행했으며 같은 해 11월에는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고 동료 소방관 2명과 줄리를 집단 성폭행했다. 이후 20명에 달하는 소방관들이 2년 동안 130차례 이상 줄리의 집에서 성폭행을 저질렀다.


줄리는 2010년 7월 결국 피해 사실을 어머니에게 털어놨고 줄리의 어머니는 즉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줄리의 어머니는 처음에는 피에르가 딸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집에 찾아온 줄 알았다고 호소했다.

법원은 2011년 3월에서야 피에르의 집에서 집단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소방관 3명에 대해 수사를 지시했고 수사는 8년이 걸렸다. 2019년 7월 가해 소방관들은 강간죄 대신 '15세 미만 청소년과 합의 하에 삽입성교를 저지른 죄'를 적용받았다.

기소된 가해자 3명은 줄리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고 법원도 '강요 또는 폭력적인 강압'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프랑스 법체계에서는 강압 증명이 강간죄 판결의 핵심이다.

터무니없는 수사 결과에 줄리는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고 가족들은 항고했지만 고등법원도 줄리가 성행위에 동의했다며 항고를 기각했다.

줄리 측 변호인단은 오는 10일 열릴 대법원 재판에서 사건에 연루된 20명의 소방관을 모두 기소하라고 주장할 계획이지만 현재 가해 소방관들 중 피에르와 그의 집에서 집단 강간을 한 2명만이 "강간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나머지 17명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합의 된 성관계'라는 판결을 두고 여성단체에서는 반발이 나왔고 이들은 오는 14일 프랑스 전역에서 강간죄 기소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줄리의 사건을 담당한 검사 역시 15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강요 또는 폭력적인 강압'에 대한 입증이 없어도 강간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판결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