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와 타협없다" "팔았다" …일론 머스크가 픽한 게임사에 무슨 일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게임 사이버펑크 /사진=사이버펑크 한국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대대적으로 찬사를 보냈던 폴란드산 롤플레잉(RPG) 게임 '사이버펑크 2077'의 제작사가 소스코드 해킹 사고를 당했다. 이 게임사는 "해커들과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고 공개 선포한 가운데 해커들이 탈취한 소스코드를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15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폴란드의 게임 제작사 CD프로젝트는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해커들이 남긴 랜섬노트(해커가 랜섬웨어로 탈취한 데이터를 복구하는 대가를 요구하며 남긴 일종의 협박 메모)를 공개하며 "해커들의 요구를 들어주거나 협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랜섬노트에 따르면 해커들은 지난 8일 '사이버펑크 2077'뿐 아니라 회사의 대표작인 '궨트', '위쳐3', '위쳐3'의 미공개 버전의 소스코드와 회계·경영·인사 관련 문서들을 탈취하고 회사의 모든 데이터와 서버를 암호화했다. 해커들은 "48시간 내에 협상하자"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으면 소스코드를 팔거나 온라인에 유출하고 경영 관련 문서들을 언론에 보내겠다"고 협박했다. 구체적인 요구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CD프로젝트는 해커들이 고객 데이터에는 접근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협상을 않겠다는 입장이다. 암호화된 데이터는 백업 데이터로 복구하기로 했다. 소스코드 유출로 인한 피해는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전현직 직원들에게도 다음날 트윗을 통해 "직원 개인 데이터가 유출됐다는 증거가 없다"며 "하지만 만일을 위해 사기 등에 주의하는 것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가운데 해커들은 협상이 거부되자 다크웹에서 '사이버펑크 2077'과 '위처3'의 소스코드 경매를 진행하는 한편 28기가바이트(GB) 규모의 '궨트' 소스코드를 파일 공유 사이트에 유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보안기업 Kela와 vx-underground 등에 따르면 "해커들이 경매를 통해 훔친 데이터 판매를 완료했다고 주장했다"며 "구매자가 소스코드를 외부에 배포하지 않는 조건이었다. 개시 입찰가는 100만달러(약 11억원)였으며 매수 제안이 700만달러(약 77억원)였다고 한다"고 전했다. 구매자가 사간 금액이 최소 700만 달러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경매한 데이터가 실제로 팔린 것인지, 또 구매자가 누구일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팔렸다면 왜 해커들에게 거액을 주고 데이터를 사갔는지도 미스터리라는 반응이 나온다.

해외 게임매체 홀스게임(WholesGame)은 이날 "이미 기존 제품의 사본인 소스코드를 갖는다고 해서 실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구매자가 이 게임 코드로 무엇을 하려는 지는 시간만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보안업체 에미소프트는 자사 블로그에서 "사실은 해커들의 구매자가 없을 수 있다"며 "CD프로젝트에게 협상을 거부당한 해커들이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체면을 차리기 위해 팔았다고 주장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해커와의 협상은 없다고 선언한 CD프로젝트가 차명으로 해커로부터 탈취된 데이터를 사들였들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한편 PC와 콘솔용 게임 '사이버펑크 2077'는 지난해 말 화제 속에 출시된 신작이지만 출시 직후 잦은 오류로 전세계적인 환불 사태를 빚기도 했다. 하지만 CD프로젝트가 전작 '위쳐3'로 성공을 거둔 후 증시에 상장한 후 내놓은 기대작이었던 만큼 판매 실적만큼은 기록적이었다. 전세계에서 출시 전 사전예약으로만 800만개, 연말까지 1300만개를 팔았다. 헐리우드 배우 키아누 리브스가 게임 주인공 목소리를 연기하는가 하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사이버펑크의 미학은 놀랍다"며 자사 신형 세단 '플레이드 모델 S'에서 이 게임을 실행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주목 받기도 했다. 머스크가 언급한 후 CD프로젝트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