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C 패소 SK이노베이션…"합의금 조율이 관건"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Trade Secrets) 침해'로 제소한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일부 배터리에 대해 '10년 동안 미국에서의 수입을 금지한다'고 결정했다. 다만 ITC는 포드 F-150 전기차와 폭스바겐 MEB(Modular Electric Drive)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배터리 셀·모듈·팩 등 국내 생산용 부품은 새로운 공급자를 찾을 수 있도록 각각 4년과 2년간 수입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배터리 관련 핵심 기술을 다량으로 유출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으며, SK이노베이션 측은 영업비밀을 유출한 사실이 없고, 인력 채용도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투명하게 채용된 것이라고 반박해왔다. 사진은 SK이노베이션이 입주해있는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모습.

국내 대표 2차전지 제조업체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 (373,500원 ▲500 +0.13%)과 SK이노베이션 (106,700원 ▼800 -0.74%) 주가가 엇갈렸다. 미국 리튬이온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판결 때문이다.

소송에서 패소한 SK이노베이션은 불확실성이 커졌다. 지속가능한 경영에 대한 의문과 함께 수조원대로 예상되는 합의금이 큰 변수로 부상했다. 반면 그동안 지적재산권 유출 우려가 컸던 LG화학은 이번 승소로 기술주도권을 지킬 수 있게 됐다.


15일 SK이노베이션은 전 거래일 대비 4.22% 떨어진 28만4000원에 마감했다. 장 초반 26만8000원까지 급락했다. 그러나 장중 외국인이 673억원을 순매수해 하락폭이 제한됐다. 이날 개인과 기관은 각각 324억원, 480억원 순매도했다.

LG화학은 3만원(3.13%) 오른 99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101만원까지 올랐다. 외국인이 1463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과 개인은 684억원, 747억원 순매도했다.

이날 두 종목의 주가를 흔든 건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의 판결이다. ITC는 10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리튬이온배터리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인정했다.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일부 배터리 셀·모듈·팩 관련 부품∙소재 미국 내 수입을 10년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이미 수입된 영업비밀 침해 품목의 미국 내 생산 및 판매도 금지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고려해야 하는 민사소송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며 "현시점에서 가치 평가는 어렵다.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보수적 관점을 유지한다"고 전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ITC 판결 이후 향후 60일 이내 수입금지 조치가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 ITC 최종 판결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ITC가 인정한 영업비밀 침해 사실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거부권은 현시점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며 "거부권이 행사되더라도 이후 미국 내 민사소송 및 미국 외 소송으로 장기화될 경우 양사 모두 수천억원대의 소송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최선의 선택은 양사간 합의다. 단 합의금 두고 양사 간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게 문제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이 제시한 합의금은 3조원 내외"라며 "SK이노베이션이 제시한 수천억원과 크게 차이난다"고 설명했다.

한편 LG화학은 이번 승소로 기술 및 영업기밀 누출에 대한 우려를 덜었다. 최근 배터리 산업 성장성과 중요성이 부가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인력을 영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기밀 누출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높아졌다.

강 연구원은 "업계 내 한국인 연구원 대부분은 분할 전 LG화학 출신으로 CATL 등 중국 경쟁사로도 LG화학 인력들이 이동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LG화학의 지적재산권이 국제적인 기관에서 법적으로 보호를 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라고 평가했다.

기존 SK이노베이션 공급사였던 폭스바겐과 포드가 다른 배터리 업체로 전환 시 발생하는 수혜도 기대된다. LG화학에게는 미국 시장점유율 확대할 수 있는 기회다. SK이노베이션의 폭스바겐과 포드 공급 유예기간은 각각 2년, 4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