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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엔 멀쩡해 보여도…만취 10대 모텔 데려간 남성 '강제추행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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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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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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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정황만으로 '블랙아웃' 상태 판단 못해…유죄→무죄→유죄

CCTV엔 멀쩡해 보여도…만취 10대 모텔 데려간 남성 '강제추행 유죄'
술에 취해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블랙아웃(black out)' 상태라면 심신상실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블랙아웃 상태인 10대를 모텔에 데려간 20대는 강제추행죄로 처벌을 받게 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최근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32)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2017년 당시 28세였던 김씨는 술에 취해 심신상실 상태에 있던 A씨(당시 18세)를 숙박업소로 데려가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김씨의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10개월을 선고하는 한편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그러나 2심은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범행 당시 의식이 있었지만 술에 취해 기억을 못 하는 '알코올 블랙아웃'으로 심신상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2심 재판부는 김씨와 술집을 돌아다닌 A씨가 똑바로 서있거나 걸음이 흔들리지 않는 모습 등이 CCTV에 담겨있어 심신상실로 볼 수 없고, 범행 당시 기억을 못할 뿐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부 정황만으로 블랙아웃 상태에 있는 피해자가 의식이 있다고 봐선 안 된다며 2심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연령, 피고인과의 관계, 만나게 된 경위 등을 근거로 피해자의 심신상실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했다. 범행 전후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지, 블랙아웃으로 기억만 잃었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A씨는 사건 당시 1시간 만에 소주 2명을 마셨으며 바닥에 눕거나 소지품을 잃어버리는 등 만취 상태였다.

김씨와는 인근 건물에서 처음 만나 2~3분간 대화를 나눴으며 함께 술집을 찾아다녔다. 이후 김씨는 A씨를 모텔로 데려갔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짧은 시간 동안 다량의 술을 마셔 자신의 일행이나 소지품을 찾을 방법을 알지 못했다"라며 "처음 만난 김씨와 함께 숙박업소에 가서 무방비 상태로 잠이 들어 추행을 당할 당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해자와 김씨의 관계, 함께 숙박업소에 간 경위 등에 비춰볼 때 피해자가 김씨와 성적 관계를 맺는 것에 동의했다고 볼 정황을 확인할 수 없다"면서 "이러한 제반 사정에 대한 고려 없이 블랙아웃이 발생해 피해자가 기억을 못 한다는 이유만으로 동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이 알코올 블랙아웃을 심신상실 상태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을 3년여에 걸쳐 심리했으며 형사정책연구원에 '알코올 블랙아웃'에 관한 연구용역을 의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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