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불' 화력발전 시설세 인상, 행안부가 되살렸다

행정안전부가 과세대상 확대를 예고한 지역자원시설세는 지방세 중 하나다. 지방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가 채 되지 않는다. 그만큼 인상 여력이 있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엇갈려 수년 간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지역자원시설세 개편안을 담은 지방세법 개정안이 십수건 발의됐다. 개정안은 크게 두 갈래다. 화력발전의 세율을 인상하는 방안, 지역자원시설세의 과세대상을 신설하는 방안이다.


◇기업들의 '트라우마' 지역자원시설세가 뭐길래지역자원시설세는 주민들이 꺼리는 시설의 보상차원에서 주로 기업에 부과하는 목적세다. 화력발전, 원자력발전, 컨테이너, 발전용수, 지하수 등으로 이득을 본 기업이 도(道)와 광역시에 세금을 낸다. 2019년 기준 지역자원시설세 세수는 1조9000억원 규모다.

화력발전 세율 인상안은 더불어민주당의 어기구·박완주, 국민의힘의 김태흠·이명수·배준영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모두 화력발전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의원들이다. 화력발전 세율 인상은 충청권 등 화력발전이 몰려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숙원사업이다.

현행 화력발전 지역자원시설세 세수는 발전량 킬로와트시(kWh)당 0.3원이다. kWh당 0.15원으로 시작했다가 2015년 세율이 2배 올랐다. 어기구 의원은 이를 kWh당 2원으로 올리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나머지 의원들의 안은 kWh당 1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부처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지난해 12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에서도 격론이 벌어졌다. 지방세 주무부처인 행안부는 kWh당 1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에 동의했다. 하지만 발전사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강하게 반대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산업부 관계자는 "발전사들은 유연탄 개별소비세 등 환경안전 비용을 다양한 형태로 이미 부담 중이기 때문에 중복과세 및 이중부담 우려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라고도 했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영상으로 열린 법무부ㆍ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 참석해 전해철 행안부 장관의 보고를 듣고 있다. 2021.03.08. [email protected]

◇시멘트 과세도 '뜨거운 감자'…전해철 장관은 과세대상 확대에 적극적이 과정에서 속도조절론이 등장했다. kWh당 1원으로 세율을 올리면 연평균 2704억원의 세수가 추가로 발생하는데, 발전사들이 이를 전기요금 인상으로 보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4월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권 입장에선 전기요금 인상 이슈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행안위는 정부에 조정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심사를 미뤘다. 4월 보궐선거 이후 심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행안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 세율 인상을 명시한 것이다.

과세대상을 추가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은 과제다. 21대 국회에서는 방사성폐기물, 시멘트, 풍력발전, 태양에너지발전, 물류화물 등을 지역자원시설세 과세 대상에 추가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이 나왔다. 이 중 방사성폐기물과 시멘트는 행안위 심사 대상까지 올랐다.

시멘트의 경우 생산 톤당 1000원의 지역자원시설세를 신설하는 내용이 거론된다. 이 경우 연간 500억원의 세금이 발생한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지난해 말 입장문을 내고 "어려운 경영환경을 외면한 처사"라며 "결국 시멘트업계의 공멸은 피할 수 없을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지역자원시설세의 세목을 추가하는 것은 전해철 행안부 장관의 소신이기도 하다. 전 장관은 의원 시절이던 2012년 조력발전을 지역자원시설세 과세대상으로 추가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화력발전 세율 인상을 결정한 2014년 말에는 유독 법안 문턱이 높았던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로 활동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산업부는 소관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반대를 하는 것인데, 관계부처 협의를 잘 진행하겠다"며 "지방소멸 등으로 지방의 세수 여건이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