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여학생, 남자 앞에서 노래 금지…'황당' 명령에 인권단체 반발

머니투데이

김현지B 기자

아프가니스탄의 여학생들. /사진=로이터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12세 이상 여학생에 대해 남성이 참석한 공공행사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금지했다.

1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타임스, DPA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프간 교육부는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앞으로 12세 이상 여학생은 남성이 참석한 공공행사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앞으로 여학생들은 여성들로 이뤄진 행사에서만 노래를 부를 수 있으며, 남자 음악 교사로부터 지도받을 수도 없다.

이 같은 조치의 배경에 대해 교육부는 현지 언론에 "(행사 준비를 위한) 노래 연습 때문에 수업에 집중할 수 없다고 학부모와 학생들이 항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법이 왜 여학생에게만 적용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에 인권 단체들은 정부를 강력히 비판하며 금지령에 반발하고 나섰다. 소설가이자 인권운동가인 후마이라 카데리는 "이번 조치는 지난 몇 년 동안 이뤄낸 가장 긍정적인 성과 중 하나(여성 인권 회복)를 훼손했다"고 규탄했다.

시인 카와 조브란도 정부가 여성 탄압을 통해 탈레반 재집권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이냐며 비난했다.

아프간에서는 주로 공적인 행사에서 학생들이 단체로 노래를 부르는 일이 잦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탈레반 집권기에는 주로 여성들을 대상으로 노래 제창, 음악 감상 금지 조치 등이 내려졌다.

여성들은 남성과 동행해야만 외출을 할 수 있었고 여아에 대한 교육도 금지됐으며, 공공장소에서는 부르카 착용이 강제되었다. 부르카는 이슬람 여성들의 전통복식 중 하나로 눈 위의 망사를 제외하고 머리부터 발목까지 덮는 통옷이다.

하지만 2001년 탈레반 정권이 미국 침공으로 무너진 이후로 여성 인권도 차츰 회복됐다. 하지만 이같은 금지령이 발포되자 인권 운동가들을 중심으로 여성 인권 회복에 반하는 움직임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