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소송, 재벌그룹과 맞붙는다? '빈센조'는 드라마일뿐

/사진=tvn 드라마 캡처

송중기의 드라마 복귀작 '빈센조' 지난 5화에선 극중 재벌그룹 바벨화학과 여기서 근무하던 근로자가 백혈병 증세로 쓰러지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 빈센조(송중기 분)는 바벨화학 근로자들의 법정 대리인으로 나서고, 대기업인 바벨화학은 대형로펌 우상의 변호사들을 내세워 손해배상 재판을 이어간다.


하지만 이와 같은 드라마의 얼개가 현실과는 동떨어져 어색하다는 말이 나온다. 우선 산재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근로복지공단이 보이지 않는다. 실제 사업장에서 예상치 못한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업장을 운영하는 기업과 산재 사고를 당한 피해 근로자가 직접 재판에서 맞붙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업장에서 발생한 근로자의 사고가 업무와 관련이 있다면 근로복지공단은 휴업급여와 요양급여 등을 산정해 지급한다. 만약 근로자의 피해가 업무상 사고로 승인을 받지 못했다면 근로자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에 나설 수 있다. 실제 재판은 기업과 근로자간이 아니라 근로복지공단과 근로자간 산재 승인 여부를 두고 벌어지는 소송이 대부분이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산업안전규정을 지켰더라도 사업장에서 생길 수 있는 각종 사고에 대비해 산재보험이 존재한다"며 "일반적으로 산재 승인이 나면 각종 급여가 피해 근로자에게 지급되고 끝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기업에서 별도로 보상 등이 이뤄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종종 피해 근로자가 기업을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나설 때도 있다.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의무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다. 정해진 안전시설을 설치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사고가 발생했다면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뿐만 아니라 손해배상에 대한 책임도 생긴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도 사업주가 보상할 손해배상액은 근로복지공단이 지급한 요양급여를 제외하고 산정한다. 아주 큰 부상이나 심각한 질병이 아니라면 근로복지공단에서 지급한 요양급여 외에 추가로 손해배상으로 얻을 수 있는 금액이 많지 않아 소송의 실효성이 적다.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마찬가지다. 근로복지공단의 요양급여를 지급받았다면 합의금에서 제외한다. 그만큼 합의금도 적을 수밖에 없다.

이남준 노무사는 "실제로 기업을 상대로 직접 소송에 나서는 경우는 드물고, 특별한 경우 위자료 청구 등은 할 수 있지만 금액이 크지 않은 걸로 안다"며 "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산재사고는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승인과 불승인시 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 결과로 마무리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