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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옷 누가 입어" 홀대받던 내셔널지오그래픽, Z세대 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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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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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0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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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코닥, MLB, CNN...패션이 되다(上)

[편집자주] "한국에는 왜 이렇게 내셔널지오그래픽 직원들이 많나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자주하는 질문 중 하나다. MLB부터 디스커버리, 내셔널지오그래픽, 코닥, 나사, 폴라로이드, CNN, 팬암까지 일명 K-라이선스 브랜드들이 한국거리를 점령하고 있다. 심지어 수출까지 나서고 있다. 유명 브랜드에 한국의 패션 DNA를 접목, 대박 행진을 펼치고 있는 K-라이선스 패션의 성공비결과 전망을 살펴본다.


MLB·코닥·내셔널지오그래픽…한국에서 '옷'이 된 브랜드


"이런 옷 누가 입어" 홀대받던 내셔널지오그래픽, Z세대 열광
MLB(미국 메이저리그)와 디스커버리 채널이 한국에 상륙해 패션 브랜드가 됐다. 세계적 명성의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도 한국인의 손에서 패션 브랜드로 재탄생했다. '필름의 전설' 코닥과 미국 뉴스채널 CNN과 디스커버리에 이어 항공사 팬암까지 패션 브랜드로 탈바꿈하며 'K-라이선스 패션'은 1조원 넘는 시장을 창출하고 이제 수출까지 하게 됐다.

◇"이런 옷 누가입어" Z세대가 열광한 커다란 로고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과 달리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은 한국 브랜드다. 이 브랜드는 코스닥 상장사 더네이쳐홀딩스가 2016년 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로부터 라이선스를 취득해 패션 브랜드화에 성공했다. MLB와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코닥, CNN도 모두 한국 업체가 라이선스를 들여와 패션 브랜드로 만든 K-패션이다.

기성세대는 "이런 옷을 누가 입어?"라고 비웃지만 Z세대는 열광한다. 패션이 아니지만 매력적인 브랜드의 라이선스를 취득해 패션의 DNA를 이식하면서 모브랜드의 유산을 충실하게 살린 것이 성공 비결이다.

"이런 옷 누가 입어" 홀대받던 내셔널지오그래픽, Z세대 열광
김창수 F&F 회장은 국내 패션시장에서 '라이선스 브랜드 성공 방정식'을 세운 신화적 인물로 꼽힌다. 2010년 이후 유니클로, 자라, H&M 등 글로벌 패스트패션의 가열찬 공세에도 국내 패션업계에서 '디스커버리'와 'MLB' 두 개의 라이선스 브랜드를 앞세워 연 매출 8000억대 기업을 일궜다. 김 회장은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을 론칭하며 "아웃도어에는 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진정성과 같은 철학이 있어야 한다"며 브랜드에 생명과 가치를 불어넣으며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를 압도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F&F 관계자는 "전혀 다른 분야의 지적재산권(상표권)을 패션으로 탄생시키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며 "원래 브랜드가 지닌 내재적 가치를 패션으로 투영해 옷으로 표현하는 하나의 문화적 작업과 현지에 맞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F&F의 성공 이후 내셔널지오그래픽과 코닥이 패션 브랜드화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CNN·팬암·폴라로이드까지 라이선스 패션 브랜드로 나오고 있다. 하나의 라이선스를 두고 여러 개 기업이 경쟁을 벌이면서, K-라이선스 패션은 2021년 현재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런 옷 누가 입어" 홀대받던 내셔널지오그래픽, Z세대 열광
◇패션 아닌 브랜드, 패션으로 '재창조'한 K-패션의 새로운 비즈니스

코닥(KODAK) 어패럴은 공교롭게도 코로나19(COVID-19)가 창궐한 2020년 2월 론칭했다. 지독한 패션 불황에도 1년 만에 전국에 54개 오프라인 매장을 내며 9개월 만에 100억 매출을 달성했다. 신규 브랜드가 세우기 어려운 기록을 라이선스로 해낸 것이다. 올해는 연 매출 600억을 바라본다.

코닥 어패럴은 코닥에서 파생된 브랜드로, 130년에 이르는 코닥의 유산과 오리지널 이미지를 패션과 접목해 신규 콘텐츠를 재구성, 재창조했다. 코닥의 핵심 가치는 오래된 필름, 영화, 그리고 사진과 카메라인데 여기에 스토리를 입혀 디자인과 마케팅을 진행했다. 특히 코닥 어패럴은 코닥의 오리지널 로고와 노랑과 빨강 등 오리지널 색을 전면에 활용했다. 2020년 패션업계는 사실 무채색이 지배하고 있었는데 노랑, 빨강 등 원색을 활용한 시도는 그 자체로 위험한 실험에 가까웠다. 하지만 다양한 컬러 전략은 Z세대에게 "사진이 잘 나오는 옷"으로 각인되며 코닥 어패럴에 유명세를 안겨줬다. 코닥 어패럴은 매장 인테리어에도 상징적인 컬러인 노랑색을 풍부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런 옷 누가 입어" 홀대받던 내셔널지오그래픽, Z세대 열광
패션업을 영위하지 않는 글로벌 브랜드의 라이선스를 들여와 한국에서 패션으로 전개하는 것을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의 영역이다. 이게 패션으로 가능한가?라는 의문에 한국 기업들이 "가능하다"고 거침없이 나선 것이다. 이제 무엇이든 패션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스타벅스' '블루보틀' 무엇이든 다 옷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영미 코닥어패럴 마케팅부문 총괄 이사는 "단순히 유명한 로고를 옷에 붙인다고 패션이 되는 것이 아니다"며 "오리지널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를 재창조해 그 자체로 인정받는 또 하나의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라이선스 브랜드가 본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율은 대략 3~5%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라이선스 브랜드가 모브랜드에 로열티만 많이 지급하면서 패션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투자 없이 사업을 전개한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하지만 박영준 더네이쳐홀딩스 대표는 "시대를 앞서 가고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는 끊임없는 노력과 혁신 없이는 라이선스 브랜드가 패션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성공한 라이선스 브랜드는 모브랜드가 강력한 가치를 보유한데다 인지도가 높고, 이를 동시대 트렌드에 부합하는 옷으로 재창조해낸 역량 또한 뛰어났다. 특히 K-패션기업이 주도권을 가지고 글로벌 브랜드를 패션의 영역으로 이끌어내,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큰 잠재력으로 꼽힌다.

오정은 기자



'Z세대 교복' 내셔널지오그래픽, 패션으로 재창조한 이 남자


"이런 옷 누가 입어" 홀대받던 내셔널지오그래픽, Z세대 열광
“내셔널지오그래픽 의류 사업을 하고 싶은데 이거 하면 가방 팔면서 번 돈 다 날릴 것 같아. 근데 내셔널지오그래픽 옷 브랜드 꼭 하고 싶거든. 이 사업 해도 될까?”

‘Z세대 교복’으로 불리는 라이선스 패션 브랜드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론칭하기 전인 2015년 박영준 더네이쳐홀딩스 대표는 아내에게 이 같이 물었다. 아내는 답했다. “하지 말라고 해도 할 거면서. 그냥 편하게 하세요. ”

2020년 패션 불황에도 내셔널지오그래픽은 패션가를 강타하며 ‘원 톱’ 브랜드로 등극했다. 패션업계가 보릿고개를 넘는 동안 더네이쳐홀딩스는 매출액이 23.9% 증가한 2915억원으로 3000억원에 육박했으며 영업이익은 39% 증가한 553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을 론칭한 지 5년 만이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노란 스퀘어’에 푹 빠졌다...사업 망할 뻔

박영준 더네이쳐홀딩스 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오자마자 사업을 시작했다. 소형 가전 사업을 하며 돈을 꽤 벌었고, 평소 관심 있던 영국의 자선단체 브랜드 ‘왓에버 잇 테익스(What ever it takes)’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브랜드 사업을 시작했다.

'왓 에버 잇 테익스'는 전 세계 800여명의 영화배우, 가수가 자신의 초상권을 제공하고 그 초상권을 사용해 브랜드를 전개해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지원하는 단체다. 이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패션도 화장품 제품도 출시하려 했는데 자선단체라 생산 조건이 까다로웠다. 라이선스 취득 후 3년간 제품을 단 한 개도 만들지 못할 정도였다. 결국 소형가전 사업에서 번 돈을 다 까먹으면서 망하기 직전까지 갔다.

돈도 못 벌고 고전하던 와중에 ‘왓에버 잇 테익스’와의 인연으로 어느날 ‘내셔널지오그래픽 협회’ 라이선스를 이용한 가방 사업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게 됐다.
"이런 옷 누가 입어" 홀대받던 내셔널지오그래픽, Z세대 열광
그렇게 인연이 되어 2012년 내셔널지오그래픽 가방을 출시했는데 시장 반응이 좋았다. 2013년 비즈니스 백팩, 2014년 캠핑용품으로 영역을 넓히며 라이선스를 확대했다. 2015년 여행용 캐리어를 출시했는데 더 잘 됐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었다. 노란 박스에 뚜렷한 내셔널지오그래픽 글자를 무기로 “해볼 만 하다”고 생각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대문짝만하게 써져 있으면 누가 입겠냐”

옷을 만들겠다고 하자 내셔널지오그래픽이라고 크게 쓴 옷을 누가 입겠냐는 반응이 많았다. 박 대표는 패션 전문가가 아니었기에 “자기가 좋아하는 옷”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대신 “남들이 좋아하는 옷”에 집중했다. 패션을 잘 몰라 서울대 최고위 과정을 다니며 중국과 동남아의 공장을 돌며 직접 생산을 총지휘했다. 2016년 첫 출시부터 반응이 괜찮았는데 2018년부터는 상당히 좋은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단순히 ‘로고’만 부착한 옷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 옷을 통해 내셔널지오그래픽 협회가 지향하는 철학을 구현하고 이미지를 투영한다는 것이다. 그 매력에 그가 빠져들었던 것처럼, 한국의 MZ세대(18세~34세)도 열광한다는 설명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로고를 보면 노란 스퀘어(네모 상자)를 보게 됩니다. 그 창을 통해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지향하는 모험과 탐험, 세상을 보는 창의적인 시각을 갖게 되는 거죠. 이런 이미지가 소비자들의 동경을 이끌어냅니다. 지금도 NG 소아이어티는 1년에 1000억 달러씩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소비자분들이 내셔널지오그래픽의 가치를 더 많이 생각하고 계신다는 걸 현장에서 느낍니다. ”

1800년대 설립된 내셔널지오그래픽 협회는 33인의 과학자가 지구에 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모험을 시작하면서 만들어졌다. 누적된 모험과 창의성, 그리고 기록의 역사, 지구를 위한 활동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가진 독보적인 유산이다. 한국에서 더네이쳐홀딩스는 통해 탄생한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이지만 미국 디즈니 본사의 엄격한 감독 하에 옷을 생산하는 이유다. 제품의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까지 내셔널지오그래픽 미국 본사의 확인을 받고 있다.
"이런 옷 누가 입어" 홀대받던 내셔널지오그래픽, Z세대 열광
◇"라이선스 브랜드는 제2의 창조"

박 대표는 “라이선스 패션은 제2의 창조”라며 “라이선스로 가져온 브랜드의 정체성을 잘 녹여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고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브랜드 가치가 옷에 잘 녹아들어갔던 것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국내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내셔널지오그래픽은 해외 진출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 디즈니 매장에 입점했고 올해는 홍콩에서 3개 매장을 추가 오픈할 예정이다. 대만에서도 반응이 좋아 올해는 주문이 작년 대비 2배로 들어왔다. 이천 물류 센터가 완공되면 수출 물량을 더 늘릴 계획이다. 중국 진출도 검토 중이다.

그는 “패션에는 유행이 있고 정상에 오르면 내려갈 길밖에 없다고 하지만 내셔널지오그래픽은 글로벌 감각을 갖춘 브랜드로 롱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항상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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