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켜달라"는 구급대원에…"싸가지없게 말하네" 막말 택시

지난 10일 오후 10시쯤 서울 서대문구 한 골목에서 119구급대원이 택시기사에게 길을 비켜달라고 요청하고 있다./사진=쿠키뉴스

최근 서울에서 한 택시 운전사가 "길을 비켜달라"는 구급대원을 향해 막말한 사건이 발생했다.

14일 쿠키뉴스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10시쯤 서울 서대문구 한 주택가 골목에서 119구급차가 택시 차량에 가로막혔다. 당시 구급차에는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응급 환자가 타고 있었다.


공개된 영상에는 좁은 언덕길에서 구급대원들이 택시기사 A씨에게 "비켜달라. 위독한 환자 있는데 왜 그러시는 거냐"고 외치는 모습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몇 분간 마찰이 발생했다. 구급대원들은 "차를 조금만 움직여달라.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A씨는 차를 뒤로 살짝 뺀 후 "비켜주고 있잖아 지금"이라며 "어린 것들이 말이야. 너무 싸가지 없네 이거"라고 화를 냈다.

지나갈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재차 요구받은 택시기사는 "당신 왜 말을 그런 식으로 하냐"고 했다. 이에 구급대원이 "지금 비켜달라고 했지 저희가 뭐라고 했냐"고 하자, A씨는 "지금 차 빼주고 있잖아. 말을 왜 기분 나쁘게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환자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건강 상태를 계속 지켜봐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환자 가족은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택시기사는 '비켜달라고 할 거면 공손하게 말하라'고 소리 질렀다"며 "이런 사람이 처벌받지 않으면 다른 응급환자들이 같은 일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택시기사 A씨를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A씨는 구급차를 일부러 막거나 지체시킨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언덕길이라 후진이 어려웠고 차를 뺄 공간도 마땅치 않았다"며 "차를 빼려고 하는데 구급대원이 계속 시비조로 이야기해서 화가 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구급대원이) '사람 목숨이 중요하지 않냐', '경찰 부를까요'라고 말했다"며 "나를 비인간적인 사람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젊은 사람이 괘씸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소방서 측은 A씨가 악의적으로 구급차 진입을 방해한 것이 아니라며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소방서 관계자는 "일상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일 중 하나"라며 "시민들이 구급차 이송에 협조해주시면 좋겠지만 모든 게 저희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한편, 지난해 6월에도 서울 강동구에서 택시기사 최모씨가 사설구급차를 가로막아 논란된 바 있다. 당시 최씨는 "환자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며 구급차를 고의로 가로막아 환자 이송을 11분간 방해했다. 환자는 결국 사망했고, 최씨는 지난달 법원에서 징역 1년10개월이 확정됐다. 국회는 이 사건 이후 구급차 이송을 방해하는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법을 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