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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 문제해결은 국익 유불리 따져 결정하라는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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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2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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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행사는 법적·윤리적 당위 전제하지 않아" 日주권행위 인정
반인도적 행위 국가면제 예외 추세에도 "국제관습법 변경 안돼"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기일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1.4.21/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기일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1.4.21/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온다예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두 번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가 일본의 국가면제(주권면제)를 폭넓게 인정하며 패소했다.

재판부는 2015년 한일합의가 권리구제 수단으로 볼 수 있고 이 효력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점, 국가면제 예외 범위를 확대할 경우 국익에 잠재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1차 손해배상 소송 결과와 달리 국가면제를 좁게 해석하고 반인륜적인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을 국익의 유불리를 감안해 결정하라는 판결이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민성철)는 21일 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절차를 끝내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헌법과 국제관습법에 따라 원고의 청구가 허용될 수 없다"며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 "국가면제 예외 둘 수 없어…위법한 주권행사가 될뿐"

이 재판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사안은 일본에 대해 국가면제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국가면제는 한 국가의 주권행위에 대해 다른 나라가 재판관할권을 갖지 않는다는 국제관습법상 원칙이다.

그동안 위안부 피해자 측은 일본의 반인도적 행위에 대해 국가면제 예외를 둬야 하고 대한민국 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국제관습법이 외국의 주권행위에 대해 폭넓게 국가면제를 인정하고 있고 이같은 국제관행이 현재까지 계속 유지되고 있다며 국가면제의 예외를 둘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영토 내에서 이뤄진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면제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국제관습법이 변경됐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영토 내 불법행위가 이뤄진 경우 국가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조약이 있지만 국제연합(UN) 국가면제 협약은 비준한 국가가 22개국에 불과한 점 등을 들어 "일반 관행이 있거나 법적 확신이 부여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측은 위안부가 중대한 인권침해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면제의 전제가 되는 국가의 주권행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 역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주권행사는 법적·윤리적 당위를 전제하고 있지 않다"며 "위법한 주권행사가 될뿐이지 주권적 성격을 상실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또 피해자들의 재판청구권에 대해선 "헌법상 재판청구권은 법률에 의해 내용과 범위 정해져 있고 국제관습법에 의한 제한이 내재적으로 전제된 권리로 봐야한다"며 재판권을 침해한다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488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위안부 피해자 2차 손배소 패소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 2021.4.2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488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위안부 피해자 2차 손배소 패소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 2021.4.2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절차적 문제 인정하면서 "한일합의는 권리구제 조치"

재판부는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일본과 체결한 위안부 합의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권리구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위안부 피해자 측은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일본과 체결한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중대한 하자가 있어, 당시 합의가 권리구제 수단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한일합의가 정식 조약이 아닌 정치적 합의이기 때문에 대안적인 권리 구제수단이 될 수 없고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배상청구권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일본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들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등 내용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절차상 하자로 인해 효력이 부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당시 한일합의가 정치적 합의었어도 개인이 아닌 국가간 합의었고 일본 정부가 피해해복을 위해 자금을 출연해 재단을 설립하고 구체적 지원 사업을 진행하는 등 권리구제를 위한 조치를 행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익 미칠 잠재적 영향도 고려해야"…외교까지 고려해 판단

재판부는 국가면제 예외범위를 확대할 경우 국익에 잠재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

외국의 경우도 국가면제 예외 인정에 대해 개별 입법내용이 다르고 유보조항을 두고 있는데 이는 자국 외교정책과 국익 영향을 고려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전적으로 국익 유·불리를 냉정하게 보고 정할 사안"이라며 "행정부, 입법부 정책 결정이 선행돼야 할 사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법원이 추상적 기준 제시하며 예외를 만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이 기울인 노력과 성과가 피해자분들의 고통에 비해선 미흡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2015년 한일합의도 겪은 고통에 비해 피해자들에게 충분한 만족을 줄 수 있다는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진 않지만 국제관습법과 대법 판례에 따르면 손해배상 청구가 허용될 수 없다"며 "피해회복 등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은 대내외 노력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2021.4.2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2021.4.2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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