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가득한 집에 개 80여마리…방치돼 번식, 눈 못뜬 새끼도

최근 대전 한 재개발 지역 철거촌의 마지막 가구에 쓰레기들과 함께 방치돼 있던 유기견들이 구조됐다./사진=동물권행동 카라 SNS

대전의 한 철거촌에서 '애니멀 호딩'(animal hoarding) 상태로 지내던 유기견들이 구조됐다. 애니멀 호딩은 과도하게 많은 동물을 키우며 보호자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행위를 뜻한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최근 공식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대전 동구 천동 철거촌에서 A씨(65)가 키우던 유기견 중 일부를 구조해 보호 중이라고 밝혔다.


카라에 따르면 구조 당시 A씨 집은 고물과 쓰레기로 가득차 있었고, 개들은 비위생적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A씨가 물건을 수집하는 습관이 있는 데다 늘어나는 개들을 관리할 경제적 능력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A씨가 이 같은 생활을 하게 된 시작은 동네에서 우연히 만난 유기견 두 마리를 데려왔던 것이다. 그는 이후에도 눈에 밟히는 유기견을 계속 데려왔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인 A씨는 중성화 수술을 시킬 경제적 능력이 없었고, 그렇게 개들은 번식을 반복했다.

카라는 "관할 지자체에 중성화 진행과 사회복지사 투입 등 적극적 역할을 요청했다"며 "일부 개체의 중성화가 진행된 상태에서 쓰레기집에 남겨진 동물 구조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산모는 4마리로 추정된다. 현장에는 눈도 못 뜬 새끼 강아지들이 숨어 있었다"며 "새끼들이 깡통과 오물이 뒤덮힌 바닥 곳곳에 숨어 있어 구조하다가 밟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사진=동물권행동 카라 SNS

현장에 있던 개들은 약 80~100마리로 추정됐다. 총 44마리가 구조됐고 이 중 10마리는 가정에 입양됐으며, 아직 현장에는 25마리가량이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된 강아지들은 카라가 임시로 설치한 견사에서 보호받고 있다. 구조된 개체 중 절반 정도는 기생충에 감염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라는 당분간 강아지들의 질병 검사와 개체 정보 정리, 백신 접종 등에 매진할 계획이라며 돌봄 봉사와 후원을 요청했다.

카라는 "취약가구 애니멀 호딩 사례가 적지 않다"며 "심각한 유기동물 문제가 올바른 양육을 하지 못하는 분의 애니멀 호딩을 부추기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농림축산식품부의 역할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애니멀 호딩'은 동물들이 과밀화된 사육 환경에서 영역 다툼, 굶주림, 영양실조, 질병, 근친교배 등의 위협을 받기 때문에 동물 학대에 해당된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1명이 반려견을 3마리 이상 키울 수 없고, 호주에서는 4마리 이상 키우려면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내에서도 2018년부터 애니멀 호딩을 동물 학대로 정의해 처벌하도록 했지만 아직까지 처벌 사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