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5월 등판할까…국민의힘 입당? 제3지대 '마크롱 모델'?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지난달 4일 사퇴 후 별다른 일정 없이 칩거하던 윤 전 총장은 최근 '101세 철학자'로 불리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방문해 조언을 듣고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는 등 비공식 활동을 이어가며 외부 노출을 자제해왔다. 2021.4.2/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5월 중 대권 도전을 공식화할 수 있을까. 여당의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대선 '양강' 구도를 형성한 윤 전 총장의 정치 선언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권의 정계개편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빅 이벤트로 꼽힌다.

'언제'와 함께 관심을 모으는 것은 '어떻게'이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할지, 아니면 제3지대에서 신당 창당에 나설지 여부는 아직 안갯속이다.
30% 지지율, 100억대 선거비용…영입 자신감국민의힘 일부 인사들은 윤 전 총장 영입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제1야당으로 '보수 적통' 격인 국민의힘의 인지도와 조직력 없이는 대선에서 성과를 내기 힘든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의 서울대 법대 선배로 친분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권영세 의원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에 강연자로 나서 "윤 전 총장이 정치를 한다면 국민의힘에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3지대에서 일부 정치인과 결합하기보다, 국민의힘이 30% 이상 국민 지지를 가진 정당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당연히 들어올 것"이라며 "대선은 돈도 많이 들지만 인적자원이 더 중요하다. 이를 밖에서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선거 비용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윤 전 총장의 영입을 자신하는 이유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지난달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대선 선거비용 상환액이 100억~200억원"이라며 "윤 전 총장이 재산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100억~200억원이 들어가는 대선판에서 버틸 수 있는 정도의 재산은 없다"고 분석했다.


권성동 의원은 지난달 22일 MBC라디오에서 "정당의 플랫폼에 들어와야 여러 가지 지원이나 혜택이 많다"며 "정무 감각이 있다면 제3지대에 머무르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아사리판, 도떼기판에 들어가면 끝"…마크롱 모델?하지만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을 선택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적잖다. 이미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윤 전 총장이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도로 자유한국당'이 될 수 있는 리스크, 두 전직 대통령 문제의 딜레마 등을 고려할 때 제3지대에서 윤 전 총장이 세력을 구성할 것이란 관측이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후 퇴장하고 있다. 2021.4.8/뉴스1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실상 제3지대에서 윤 전 총장의 킹메이커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을 '아사리판'으로 묘사하면서 "윤 전 총장이 지금 정돈되지도 않은 곳에 불쑥 들어가려 하겠느냐. 지금 국민의힘에 들어가서 흙탕물에서 같이 놀면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던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을 염두에 둔 듯 '마크롱 모델'을 거론하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도 지향적인 앙마르슈를 만들어 대선에서 승리한 후 기존의 공화당·사민당을 포섭해 다수당을 구성한 방식이다. 사실상 제3지대 필승론을 윤 전 총장을 향해 제시한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국민의힘의 인적·정책적 혁신이 제자리걸음인 점을 들어 "완전히 도떼기 판이다. 윤석열은 제3지대를 노리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또 "더 좋은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요구가 제도 때문에, 1987년 체제 때문에 실현이 안 되고 있다"며 " 그런 욕망을 타고 가야 한다. 국민의힘에 들어가는 순간 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