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채 뽑으면서 퇴직 사유 몰랐다는 교육청…'반쪽짜리 법률자문'도 논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9일 서울시교육청에서 2018년 중등 특별채용 관련 감사원 감사결과, 자가검진키트 등 현안 관련 출입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시교육청이 2018년 해직교사 특별채용 당시 지원자들의 해직 또는 의원면직 여부를 파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용 과정에서 구체적인 퇴직 사유를 파악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담당팀이 지원자들의 퇴직 사유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심사위원에게 배부했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와도 배치되는 입장이다.

또 서울시교육청이 특별채용을 실시하기 전에 법률 자문을 받으면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와의 정책합의문, 서울시의회 의원의 특별채용 관련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별채용의 배경이 되는 민감한 자료를 숨겼던 것으로 드러나 '반쪽짜리 법률 자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연퇴직자 5명은 합격, 의원면직자 9명은 불합격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4일 '특별 채용 지원자 가운데 해직자가 몇 명이며, 의원면직자는 몇 명인가'라는 질문에 "지원 서류를 받으면서 이를 따로 파악하지 않았으며 심사과정에서도 심사위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자료 제공 요구에 닷새 만에 나온 내용이다.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지원자의 퇴직 사유에 따라 합격과 불합격이 갈리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2차 전형에 올라간 17명 중 유죄 판결을 받고 국가공무원법 69조에 따라 퇴직한 '당연퇴직자' 5명은 모두 붙었고, 자의로 교직을 그만둔 '의원면직자'인 나머지 9명은 모두 떨어졌다.

특히 당연퇴직자 5명은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 1~5위를 차지했다. 2차 전형결과 1위와 5위의 총점 차이는 33점에 불과했지만, 5위와 6위는 45점 차이가 났다.


감사원은 조 교육감이 당연퇴직자인 이 5명을 특정해 특별채용을 추진하도록 실무진에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교조 소속이던 4명은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하고 선거자금을 모금해 유죄 판결을 받았고, 다른 1명은 2002년 대선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감사원은 담당팀이 지원자들의 해직 또는 의원면직 여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심사위원들이 특별채용 신청서, 자기소개서, 경력증명서 등 제출서류를 통해 지원자들의 구체적인 퇴직사유를 알 수 있었다고 봤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은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면접에서 물어봤을 수는 있는데, 서류나 근거 자료로 파악하지 않았고 (퇴직 사유에 대한) 차별을 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심사위원이 자연스럽게 알게 됐을 수는 있지만, 명시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특채' 변호사 자문 받았다더니…전교조 합의문 숨겼다
또 서울시교육청은 "전교조와의 정책 협의서, 시의회 요청서 등은 변호사들에게 제공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7명의 변호사에게 당시 특별채용에 대한 법률자문을 받았기 때문에 특별채용이 적법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2018년 11월 중순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협의회 실무협의를 통해 '2016년 이전 정치적 기본권과 관련해 해고된 교사'에 대해 연내 특별채용하기로 합의했고 조 교육감이 이같은 내용의 정책합의문에 서명했다. 또 서울시의회 의원 2명도 같은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시교육청에 제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법률자문을 받으면서 이같은 내용을 참고자료로 제공하지 않았다. 이에 법률자문을 근거로 특별채용이 적법했다는 서울시교육청의 주장이 힘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합의문이나 의견서를 제출했더라면 법률자문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교육청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불복해 재심의를 신청한다는 입장이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감사원으로부터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조 교육감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넘긴 가운데 시교육청은 무혐의를 소명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