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 들어도 '급식' 주겠다더니…현황 파악 손놓은 교육청

서울 한 초등학교에 급실실에 불투명 칸막이가 설치돼 있다. 2020.5.2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서울시교육청이 원격수업으로 인해 학교급식을 먹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모바일 상품권을 주고 편의점 도시락 등을 사 먹게 하는 '희망급식 바우처' 사업을 추진하면서 원격수업 기간에도 학교급식을 제공하는 '탄력적 희망급식' 시행 학교 현황도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빈축을 사고 있다.

교육당국이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국면에서 올해 1학기부터 탄력적 희망급식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자 교원단체들은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쏟아냈는데 서울시교육청이 교원단체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시교육청은 10일 희망급식 바우처 지원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시내 초·중·고·각종학교 학생 56만명에게 10만원 상당의 '제로페이' 모바일 포인트를 제공해 원격수업을 듣는 날에는 편의점에서 점심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매일 등교하는 초1·2, 고3, 소규모학교·특수학교 학생, 돌봄교실 학생, 저소득층 꿈나무카드(아동급식카드) 수혜 학생, 탄력적 희망급식 수혜 학생 등은 제외한 것으로 서울 전체 초·중·고·특수·각종학교 학생 85만명 가운데 66%에 달하는 수치다. 바꿔 말하면 서울 전체 학생 중 매일 학교급식을 먹는 비율이 34%에 그친다는 이야기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월17일 일선 학교에 탄력적 희망급식 운영계획을 안내한 바 있다. 학생 건강 증진과 학부모 부담 경감, 급식 업체와의 상생 등을 탄력적 희망급식 시행의 이유로 들면서 각 학교에 수요 조사를 거쳐 희망 학생에게 급식을 제공할 것을 당부했다.


학교 현장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3월 전체 1349개 학교를 전수조사한 결과 탄력적 희망급식 시행 학교는 478곳(35.4%)에 불과했다. 모든 학생에게 매일 급식을 제공하는 225곳(15.7%)을 포함해도 52.1%에 그쳤다.

233개 학교(17.3%)는 탄력적 희망급식 시행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고 401개 학교(29.7%)는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시행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었다.

탄력적 희망급식 추진이 더디게 나타나면서 교육당국이 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이후 현황을 파악하지 않고 있다.

학교 현장에 행적적인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추가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도 수집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기에 소규모학교 가운데서도 부분 등교를 시행하고 있는 곳이 있는데도 전면 등교 현황을 따로 파악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전면 등교를 실시하지 않는 소규모학교는 희망급식 바우처 지원사업에 포함시키겠다고 설명했다.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서울교사노동조합 등 교원단체는 지난 3월 잇따라 탄력적 희망급식 시행 계획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원격수업을 듣는 학생까지 학교급식을 먹으면 밀집도가 높아져 감염 위험이 커진다며 도시락 등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교원단체들이 교육당국의 탄력적 희망급식 시행 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서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맞벌이나 가정 형편 등 이유로 학교급식을 먹게 하고 싶어도 눈치가 보여 신청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탄력적 희망급식 시행 계획이 기대를 밑도는 상황은 인정하면서도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방역 측면에서 우려가 있는 데다 수업에서도 공백이 생기는 문제가 있어 학교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며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학생들에게 점심을 제공하기 위해 희망급식 바우처 사업을 병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운영상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하고 혹시 모를 사각지대도 해소해야 하기 때문에 탄력적 희망급식 시행 학교 현황은 추후 조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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