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힘빼지마" 친문 강경파의 역습…"민생" 송영길과 갈등?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2021.5.5/뉴스1

더불어민주당의 친문 '개혁 강경파'가 10일 "검찰개혁"의 고삐를 풀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송영길 신임 당 대표가 민생 정책 중심으로의 노선변화를 예고한 만큼 '민생'과 '개혁'의 균형 잡힌 추진이 가능할지, 아니면 양측의 신경전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경파 "개혁 없는 민생 없다" "朴 정부로 돌아갈수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2021.3.17/뉴스1

친문 성향으로 평가받는 윤호중 원내대표는 10일 MBC라디오에서 "코로나19 위기 때문에 고통받는 민생을 어떻게 살려갈 것인가가 시급한 과제"라면서도 "촛불혁명 이후 21대 국회에 국민들이 요구해온 검찰·언론개혁을 어떻게 해나갈지도 다 과제다. 검찰·언론개혁을 분명히 추진하겠다"며 개혁 의지를 놓지 않았다.

지난해 여당 내 '검찰개혁'의 키를 쥐었던 추미애 전 법무장관도 이날 페이스북에 "개혁 없는 민생은 없다"며 "검찰·언론개혁 대신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은 국민과 개혁 집권세력을 이간시키고 개혁 진영 내 분란을 키워 개혁의 힘을 빼려는 반간계(反間計)에 불과하다"고 적었다. 여당의 '민생' 강화 행보가 추 전 장관이 직접 나서 '개혁 추진'의 당위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강경파인 김남국 민주당 의원도 이날 추 전 장관의 글을 공유하며 "지금 여기서 개혁을 그만두는 것은 '박근혜 정부'로 돌아가자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부동산 정책과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경제를 챙기고, 민생을 위한 개혁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 민생과 개혁을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용민 최고위원은 7일 친여 성향 유튜브방송 '다스뵈이다'에서 "(전당대회) 선거 내내 개혁만 얘기했다" "개혁을 빨리 속도감 있게 하고, 민생은 민생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진행자 김어준씨는 "(김 최고위원이) 무작정 반성만 할 때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던 게 당원들의 마음에 와닿았다"며 재보선 이후로도 변하지 않은 그의 '개혁 DNA'가 최고위원 경선 '1위'의 배경이라고 추켜세웠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사진=뉴스1

송영길 당대표 선출…빨라지는 노선 변화이낙연 전 대표 체제의 임기 종료와 함께 활동을 마무랬던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 산하 수사기소권완전분리 태스크포스(TF) 의원들도 이날 국회에서 회동했다. TF의 재가동 여부 등은 신임 당 지도부와의 협의가 필요하지만,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 목소리를 높여 온 강경파로선 향후 목소리를 더 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송 대표는 선출 직후부터 노선변화를 천명해왔다. 송 대표는 "민생과 같이 공감하며 가겠다"며 취임 초부터 부동산·백신·반도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는 등 민생 정책에 방점을 찍어왔다. 강경파의 '개혁 드라이브'에 속도조절을 요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고용진 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개혁특위는 추가 논의해 구성하겠다"며 결정을 미뤘다.


송영길호의 인선도 개혁에서 한발짝 물러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송 대표는 3선의 박완주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기용했다. '친문'인 윤 원내대표와 맞붙어 패배한 박 의원은 계파색이 옅은 '비문' 의원으로 분류된다. '규제 완화론자'로 알려진 김진표 의원을 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으로 내정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최근 당내 강경파와 대립해왔던 조응천 의원은 이러한 기조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 의원은 7일 KBS라디오에서 새 지도부에 대해 "시작은 좋다. 민생 우선을 기치로 내걸고 검찰개혁보다는 부동산, 코로나19(COVID-19) 방역을 최우선 과제로 제일 앞자리에 놓고 있다"며 "또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분들을 주요 보직에 놓는 것을 보며 이제 제대로 하려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