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보상 또 '제자리걸음'…소상공인들 "적금·보험 깨서 버티는데"

서울 용산구 이태원 전경./사진=뉴시스

코로나19(COVID-19) 손실보상 소급적용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소상공인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치권에선 여야가 손실보상 소급적용에 뜻을 모았지만, 정부가 형평성 우려를 지적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소상공인들은 늦장대응으로 피해만 더욱 커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3일 소상공인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손실보상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피해업주들의 고통만 가중되고 있다. 서울 종로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40대 A씨는 "영업시간이 오후 10시까지 늘어났지만, 상가 임대료나 인건비를 감당할 정도의 수준은 전혀 아니"라며 "영업시간이 제한 된 만큼 보상을 해주는 게 당연한데 왜 그런건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래방을 운영하는 B씨(53)는 상황이 더 안좋았다. B씨는 "영업시간을 늘려도 대부분 식당이나 주점에서 마치는 경우가 많다. 요새 누가 노래방까지 오냐"며 "적금은 물론이고 보험도 깨서 버티고 있다. 정부 소상공인 지원대출 말고도 여기저기 사채 빚도 얻었지만 이제는 더이상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진심으로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에 직격타를 입은 소상공인들의 피해상황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국 100대 생활업종 중 호프전문점은 2만8607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2472곳)에 비해 11.9%(3865곳) 줄었다. 간이주점은 1만2043곳으로 같은 기간(1만4146)에 비해 14.8%(2103곳)가 문을 닫았다.

영업금지를 당한 노래방은 올해 2월 기준 2만8609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163곳)에 비해 5.1%가량 줄어들었다. 새로운 과세대상 점포까지 포함된 수치로 이를 제외하면 폐업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전체 사업자수는 늘었는데 통신판매업이 2월 기준 37만6492개로 전년 동기(27만9249개) 대비 34.8%가량 늘었다.

소상공인 4차 재난지원금 ‘버팀목자금 플러스’ 자료사진./사진=뉴시스

소상공인 손실보상은 국회에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임시국회에서 통과가 불발됐던 코로나19 손실보상법 논의는 여야 합의로 이달 우선 논의하기로 했으나 여전히 답보상태다. 지난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는 소위원회를 열고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손실보상법) 관련 30여 개 법안을 심사했다.

하지만 정부가 형평성 문제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노래방 등 영업금지 업종을 대상으로 최대 800만원까지 지급해 14조원 가량을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형평성 문제도 다시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전국 소상공인 324만곳의 손실규모를 파악해 보상을 해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는 집합금지·영업제한 행정명령을 받은 사업장은 76만여곳(23.5%)만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정치적 합의가 의뤄진 상황에서 정치적인 발목잡기라고 쏘아 붙였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성명서를 내고 "반드시 소상공인 손실보상 소급적용 법안이 처리되기를 바란다"며 "일반 업종의 피해를 감안해 국가가 나서 소급하여 보상함이 마땅하다.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4%(전체 1205명)가 손실보상이 시급하다고 밝히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