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우정'이 빚은 선한 영향력…양주 오봉산 석굴암 주지와 장흥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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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주시 장흥면 '오봉산 석굴암' 전경 © 뉴스1

(양주=뉴스1) 이상휼 기자 = "50년 전쯤 오봉산 석굴암 주지스님이 동자승일 때 자주 마을에 내려와서 함께 해질녘까진 놀곤 했다. 면장으로 부임한 뒤 스님과 함께 지역민들을 위해 나눔과 봉사활동을 할 수 있어 뜻깊다."

경기 양주시 장흥면 대한불교 조계종 '오봉산 석굴암'의 주지 도일스님(57)과 이승대(56) 장흥면장은 1970년대 중반이던 어린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다.

유년 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도일스님은 출가해 9살 때 석굴암 동자승이 됐다. 호기심 많고 마냥 뛰어놀고 싶었던 그 시절 도일스님은 산아래 마을로 곧잘 내려가서 동네 또래들과 어울렸다.

이승대 면장은 "한살 많은 형인데 친구 사이로 지냈다. 하도 재밌게 놀다보니 스님은 번번이 어두워질 무렵 석굴암으로 향했다. 어린이 발걸음으로 마을에서 석굴암까지는 1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추억했다.

도일스님은 "큰스님께서 무척 엄하셨는데 이 면장을 비롯한 친구들과 노느라 혼나는 것도 잊곤 했다. 밤길을 걸으면 산짐승들이 나타나기도 했는데 어린 마음에 무척 무서웠었다. 밤 늦게 석굴암에 도착하면 큰스님께 호되게 혼났는데, 며칠 후 또 마을로 친구들 보러 놀러가곤 했다"고 회상했다.

동자승 시절에도 도일스님은 새벽부터 예불과 수행 등 일정이 빠듯했기에 마을 친구집에서 외박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이승대 면장(사진 왼쪽)과 도일스님(사진 오른쪽) © 뉴스1

자라면서 이 면장은 학교에 진학해 공직에 입문했고, 한학을 열심히 연마했던 도일스님은 16살에 법당 주련의 글씨에 빠져 당대 전통서예의 대가인 여초 김응현, 우봉 한상갑, 청계 양태석 선생을 사사한 실력파 서예가다. 이후 수십년간 선(禪)을 수행삼아 서화의 작품세계를 일궜다.

공직에 수십년 몸담았던 이승대 면장은 지난해 1월 고향인 장흥면 면장으로 부임했다. 평소에도 오봉산 석굴암 신도로서 마음을 수행하던 터였다.

이심전심인 두 사람은 보이차를 좋아해 한번 만나 마주앉아 차담을 나누면 대여섯시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꽃을 피운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추운 겨울에 이웃들이 걱정됐던 도일스님과 신도들은 성금 500만원을 장흥면에 전달했다.

이 면장은 기부받은 성금을 양주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추진하는 '감동양주 연합모금 프로젝트' 사업을 통해 관내 저소득 계층에 골고루 지원했다.

도일스님은 "오랜 코로나19 사태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의 소외이웃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소망한다"면서 "앞으로도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이 면장은 "면장으로 발령받았을 때 스님이 무척 좋아했고, 지역사회를 위해 항상 적극적으로 지원해준다. 또 행정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부분도 세심하게 조언해준다"고 밝혔다.

이 면장은 "어릴 때는 스님이 자주 내려와서 어울렸는데, 지금은 내가 조언을 구하고 정신수양을 하러 자주 석굴암에 올라간다"며 "오후에 올라가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자정이 되곤 한다. 아직도 어릴 때 마을 어귀에서 함께 놀던 시절이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말했다.

북한산과 도봉산 사이 오봉 바로 아래 우이령길과 인접한 '오봉산 석굴암'은 수도권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며, 나한기도도량으로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다. 전국석굴암 위로 거대 바위로 된 다섯 봉우리가 우뚝 솟았으며 오봉으로 불린다.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고 고려 때 나옹선사와 조선시대 설암선사의 뒤를 이어 동암선사 등이 주석했다. 조선시대에는 무학대사의 제자인 설암관익대사가 주석했다. 또 단종왕후가 단종을 위해 3년간 기도한 왕후원찰로 중수하기도 했다.

매월 법회와 기도도량을 행하며 가을에는 산사음악회를 연다.

평생을 오봉산 석굴암에서 살아왔고 입적할 때까지 이 곳을 지킬 예정인 도일스님은 "물질적 풍요와 함께 정신문화도 조화를 이뤄야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서 "천년고찰이 늘 그 자리에 변치 않고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불교가 사회의 행복지수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