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도권 대학 정원 줄인다고 지방대 가나요"

"주말에 마트 문 닫으면 재래 시장에 사람이 가던가요. 이번 교육부 방안은 그것보다 더 심합니다. 대학 입학이 쇼핑은 아니잖아요. 수험생 입장에서는 기회 박탈이에요. 지방 학생 입장에서는 수도권 대학 정원 줄인다고 집 앞 대학 가고싶겠습니까."(수도권 A대학 입학처 관계자)

"우스갯 소리로 '서울대 제일 많이 보내는 학교가 (고교가 아닌) 연세대'라고 했습니다. 학생들은 더 좋은 대학에 가고 싶은 게 당연합니다. 입학 정원 줄이면 뭐합니까. 더 많은 지방대 학생들이 입학 후 반수로, 편입으로 인서울을 노릴 건데 그로 인한 학사 파행은 누가 책임집니까."(서울 B대학 관계자)


지난 20일 교육부가 내놓은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에 대해 수도권 대학 관계자에게 평을 부탁하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교육부의 방침은 전국 대학을 권역별로 나누고 유지충원율 하위 30~50% 대학에 정원 감축을 권고하는 게 골자다.

대학들의 반응은 심드렁하다. 특히 수도권 대학들은 역차별이라는 여론이 다수다. 정원을 줄일 유인이 없는데 강제로 정원을 감축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법 한 것이 수도권 대학들은 학령인구 급감에도 미충원 규모가 비수도권보다 크지 않았다. 올해 수도권 대학의 미충원 비율은 5.3%(1만128명)밖에 되지 않았다. 비수도권(10.8%, 3만458명)보다 피해가 적었다.

수도권 대학의 정원이 줄면 서울권 대학 입시 경쟁은 더 심화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정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대학들 역시 과거 대학구조개혁 등과 비슷하게 적극적으로 정원 축소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부 계획대로만 된다면 수도권 대학 정원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정부는 정원 외 인원도 관리하겠다고 나섰다.

정원 외 선발은 대학이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입학정원의 일정 비율에 한해 대상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는 제도다. 농어촌 및 도서·벽지 학생, 저소득층, 특성화고 졸업자 등의 경우 입학 정원의 11%까지 선발 가능하다. 지방대 관계자들은 "수도권 대학들이 정원 외 입학생을 통해 편법적으로 몸집을 불려왔다"고 지적해왔다.

다양한 정원 외 선발 전형 중 지방대가 가장 뼈 아픈 것은 농어촌 및 도서·벽지 학생들을 위한 전형이다. 이 전형은 학습 환경이 열악한 환경에 있는 고교의 졸업생을 뽑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한 마디로 수도권 등 도심지 대학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도서 벽지 학생들을 우대하는 전형이다. 주 모집 대상이 되는 인근 고교 학생들을 수도권 대학에 뺏겼던 셈이라 지방대학에겐 가장 뼈아픈 점이었다.

올해 정원 외 전형 중 모집 규모가 가장 컸던 건 농어촌 전형이었다. 대학미래연구소가 각 대학 전형계획을 분석한 결과 올해 정원 외 전형 모집인원 1만9953명 중 7392명이 농어촌 전형이었다. 이 중 수도권 대학의 정원은 2848명이었다.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은 "대학들이 정원을 조정하기 가장 쉬운 것은 농어촌 전형 정도일텐데 이렇게 되면 기회 박탈에 대한 반발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반강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지방대 경쟁력이 살아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대학미래연구소가 졸업생 3000명 이상의 31개 대학의 취업률을 조사한 결과 취업률 평균취업률(61.8%) 이상이면서 3개년 취업률이 상승하는 대학은 31개 대학 중 13개 대학(고려대, 한국외대, 건국대, 한양대, 연세대, 경희대, 성균관대, 인하대, 서울대, 국민대, 가천대, 동국대, 이화여대)이었다. 대부분 수도권이다.

반면 취업률이 하락하고 있는 대학은 총 9개 대학(충북대, 영남대, 부경대, 대구대, 동아대, 계명대, 동의대, 조선대)으로 모두 비수도권 대학이다.

이번 방안의 최종 목적지인 지역균형 발전과 지방대 살리기를 위해서는 대학 정원을 감축하는 것으로 끝나선 안 된다. 지방대도 학생을 끌만한 좋은 대학·학과가 생길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학습 환경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오로지 학생의 미래를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정부 역시 살릴 대학에는 확실히 힘을 실어주는 유연함을 보여야 한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라면 지방대에도 간다. 졸업 후 살 길이 보이는 대학에는 학생들이 제 발로 찾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