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기본소득 논쟁…오세훈표 '안심소득' 뭐가 다른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오전 중구 서울시청에서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규제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오세훈 서울시장이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안심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재명 경기지사가 비판에 나서면서 기본소득 논쟁이 뜨겁다. 서울시의 시범사업조차도 실제 시행까지 지급 대상 선정, 중앙정부와의 협의 등 갈 길이 멀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복지정책이 주요 쟁점으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안심소득 시범사업안이 결정되면 연내 적용 대상을 선정해 내년에는 안심소득을 지급하는 게 목표다. 지난 27일 출범한 '서울 안심소득 시범사업 자문단'은 안심소득 모델의 기본 방향, 적용 대상, 참여자 선정 방법, 사업 추진 후 성과지표 통계·분석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오세훈의 안심소득, 기본소득과 차별 지점은오 시장이 후보 시절에 발표한 안심소득 제도는 '중위소득 100%(4인 기준 연 소득 5850만원)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기준선 이하 소득분의 50%를 차등 지원'하는 구조다. 예컨대 4인 가족 기준 연 소득이 2000만원이면 중위소득인 5850만원과 차액인 3850만원의 절반인 1925만원을 지원해준다.


안심소득제는 기본소득제와는 다르게 소득이 부족한 일정 계층에게만 소득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안심소득은 특정 기준에 미달하는 계층에 대해서만 선별 지원하는 '하후상박(下厚上薄·아랫사람에 후하고 윗사람에 박한)형' 제도다. 반면 이재명 경기지사가 주장하는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보편적 복지 제도다.

서울시는 안심소득 도입으로 △소득 양극화 완화 △근로 동기 부여 △경제 활성화 △기존 복지·행정 절차 보완 △의미 있는 일정 소득 보장 등 5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소득이 많으면 지원금이 줄어들지만 총소득은 저소득 가구보다 많아지기 때문에 근로의욕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또 저소득층의 연소득 증대로 민생경제 회복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도 반영됐다.


자문단에 참여하는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변양규 김&장 법률사무소 전문위원은 2017년 노동경제논집에 게재한 '안심소득제의 효과'라는 논문에서 "기본소득제의 소득격차 완화 효과가 작은 것은 가구의 소득 수준과는 상관없이 15세 이상 모든 가구원에게 일정 금액을 나눠주기 때문"이라며 안심소득이 기본소득보다 소득격차 완화 효과가 더 크다고 주장했다.

안심소득의 기본적인 틀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대표적 우파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제안한 '음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 개념이다. 일정 수준 소득세 면제점을 기준으로 기준 이상은 소득세를 내고 그 이하는 정부 보조금을 받는 시스템이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 안심소득 시범사업 자문단 위촉식'에서 자문단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안심소득은 연 소득이 일정액에 못 미치는 가구에 미달 소득의 일정 비율을 현금으로 지원하는 제도로, 오 시장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2021.5.27/뉴스1

기존 복지체계와 통폐합 과제…재원 마련은 가능할까안심소득 시범사업은 지급 대상 선정부터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존 기초생활보장제도 중 일부를 통폐합하고 선별복지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수반돼야 한다. 안심소득을 도입하려면 생계급여 등 기존 복지 혜택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에 대한 중복 지원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수급자들을 설득하고 동의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 등 중앙정부와의 협의도 필요한 상황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복지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

재원 마련 방안도 해결 과제다. 대상이 전체 가구로 확대될 때는 2023년 기준 총 53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재원 조달 방안 등 현실성을 더 고려해야 한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의 생계급여 등과 국세청 지원의 근로장려금 등을 없애고 안심소득제로 대체하면 11조원을 마련할 수 있고 나머지는 정부의 복지 예산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게 오 시장의 설명이다.

이 지사도 재원 문제를 문제 삼았다. 그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하위 50% 500만명에게 평균 340만원씩 지급할 17조원 가량의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하라"며 "어찌 마련하실지 답은 없고 '정교한 설계'만 말씀하고 계신다"고 비판했다.

경제 효과에 대해선 "기본소득과 안심소득의 차이는 지역화폐로 보편지급한 1차 재난지원금과 선별현금 지급한 2~4차 재난지원금을 비교하면 분명하다"며 "지역화폐로 보편지급한 1차 지원금은 13조원에 불과함에도 40조원에 이르는 2~4차 지원금보다 경제효과가 훨씬 큰 것을 국민들께서 체감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에 출범한 자문단의 논의를 진행하면서 중위소득 50% 이하로 조정해 지급대상 기준을 낮추는 등 여러 방안을 두고 검토 중이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 내놓은 안에서는 200가구를 선정하는 시범사업에 소요될 예산이 연간 40여억원으로 추산됐다.

오 시장은 지난 29일 "시범사업에 참가하게 될 200에서 300가구의 샘플군과 이에 상응하는 대조군을 통계학적 방법론으로 최대한 고르게 선정할 것"이라며 "예산의 규모는 서울시의 연간 복지예산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범위내로 설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문단은 복지·경영·고용·사회과학·미래·통계 등 각 분야 전문가 24명로 구성됐다. 박기성 교수, 변양규 전문위원를 비롯해 김낙회 가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김승연 서울연구원 도시사회연구실장, 류명석 서울시복지재단 정책연구실장, 이명호 미래학회 부회장, 이석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등 학계 인사와 전문기관 연구원 등 20명이 참여한다. 박기재·김경영 서울시의회 의원, 김선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 김재용 도봉구 부구청장 등 4명이 당연직으로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