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시간 파업도 모자라나..'불법'도 불사하는 르노삼성 노조

(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 르노삼성 부산공장.2020.9.25/뉴스1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파업을 앞세워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1년간 끌어온 현 노동조합(기업노조)에 소수노조들이 반기를 들면서 노노(勞勞)갈등마저 격화되고 있어서다. 현재 르노삼성엔 기업노조(1768명), 민주노총 금속노조 르노삼성차지회(39명), 새미래노조(제3노조·129명), 영업서비스노조(제4노조·26명) 등 4개의 복수노조가 있다.

1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새미래노조와 영업서비스노조는 전날(5월31일) 사측에 '2020년도 임단협'에 대해 재교섭을 요청했다. 현행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4조의 10 제3항)에 따르면 대표노조로 결정된 날로부터 1년이 지난 후엔 어느 노조라도 사용자에 교섭요구를 하면 사용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개시해야 하고, 단일화가 진행되는 동안 기존 대표노조는 쟁의행위(파업)를 중단해야 한다. 실제로 기업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확정된 시점이 지난해 5월29일이다.


새미래노조는 지난 29일 "교섭 대표 노조로 결정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교섭 대표노조 지위를 상실한 것"이라며 "노조의 최후 무기인 전면파업을 약 한달간 강행했지만 노사대표 간담회 2회만 있을 뿐 단 한차례의 교섭도 없었던 것은 더이상 할 수 있는게 없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표노조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기득권 포기와 2020년 교섭대표노조에 대한 재구성과 방향성을 새롭게 마련하는 것만이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요구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측은 '2020년 임단협 재교섭 사실의 공고문'을 내고 새미래노조와 영업서비스노조 요구에 따라 새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일단 이날부터 오는 7일까지 재교섭에 참여할 노조를 확정한 뒤 관련법령에 따라 이달 9일부터 13일까지 이를 게시할 예정이다. 재교섭을 요구한 노조들은 오는 27일까지 자율적으로 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하게 되는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 이상을 조합원으로 확보한 노조가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이에 사측은 다음달 3~8일에 노조로부터 통보받은 교섭대표노조를 공고하고 다음날인 9일에 이를 최종 확정하게 된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하는 한달여간 노사간 교섭은 불가하며, 쟁의(파업)권도 상실되기 때문에 쟁의권 확보 절차도 새로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 교섭대표노조인 기업노조가 이날부터 조합원들에게 쟁의지침 유지를 지시하는건 불법이란 얘기다.


기업노조는 이달초부터 전면 파업을 지휘 중이다. 그간 213시간에 달하는 노조 파업으로 약 2630억원의 손실이 났다는 게 사측 집계다. 노조 집행부가 회식비까지 제공하며 조합원들의 파업을 독려하고 있지만 참여율은 3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노사의 강대강 대치가 장기화될 경우 "부산공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새로운 방법을 찾겠다"는 르노 본사의 경고가 현실화될 수 있단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사측은 이날부터 브랜드 대표 소형 SUV(다목적스포츠차량) XM3의 유럽 판매 확대를 앞두고 부산공장 정상화에 나섰다. 지난달 4일부터 시작된 노동조합의 전면파업에 맞서 단행했던 부분 직장폐쇄 조치를 풀고 근무형태를 2교대로 전환하며 수출물량에 대응에 돌입한 것.

르노삼성 관계자는 "XM3의 본격적인 유럽 진출에 맞춰 노조에 먼저 손을 내민 것"이라며 "르노 본사에선 XM3 적기 생산을 위해 공급난에 시달리고 있는 반도체 물량까지 부산공장에 먼저 배정했는데 노조가 불법행위를 이어간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