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넷플릭스, 스필버그와 손잡았다…돌파구 만들까?

할리우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넷플릭스 전용 영화 제작에 나선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급성장한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시장 주도권을 두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최근 주춤한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강화함으로써 경쟁 우위를 다지겠다는 복안이다.

영화 '조스' 'ET' 등으로 친숙한 할리우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사진=AF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1일(현지시간) 스필버그 감독이 이끄는 스튜디오 앰블린파트너스와 다수의 영화 제작을 위한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거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스필버그 감독은 성명을 내고 "이번 계약을 통해 우리가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새로운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놀라운 기회를 갖게 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스필버그 감독과 손을 맞잡은 건 OTT 시장에서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서 2억800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리며 세계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업체로 군림하고 있지만 월트디즈티, 아마존 등 주머니가 두둑한 라이벌들이 잇따라 스트리밍 시장에 들어와 넷플릭스의 입지도 공격받고 있다.

월스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는 2019년 11월 출범 후 1년 반 만에 구독자 1억명을 넘겼고 최근 아마존은 '007시리즈'로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제작사 MGM을 84억5000만달러(약 9조5000억원)에 인수를 결정, 아마존프라임 비디오 콘텐츠를 강화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미국 통신·미디어그룹 AT&T의 콘텐츠 자회사 워너미디어 역시 디스커버리와 합병, 글로벌 OTT 시장 공략에 나섰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에 힘입은 OTT 시장의 고속 성장세가 팬데믹 후 경제 재개와 함께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여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의 경우 올해 1분기 신규 구독자 수는 398만명을 기록, 시장 전망치인 620만명이 크게 못 미쳤다. 성장 둔화 우려에 넷플릭스 주가도 올해 들어서만 8% 넘게 떨어졌다.


넷플릭스는 이에 대응해 인수·합병보다는 자체 콘텐츠 제작이나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올해 넷플릭스는 약 60편의 영화를 제작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스필버그 감독과의 계약으로 넷플릭스의 영화 사업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고 WSJ은 분석했다. 넷플릭스는 이달 앞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콘텐츠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사이트 '넷플릭스닷숍'을 오픈하기도 했다.

한편 넷플릭스와 스필버그 감독과의 계약은 할리우드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WSJ은 짚었다. 당초 스필버그 감독은 스트리밍 업체들이 만드는 영화를 한 수 낮게 본 것으로 알려진다. 2019년 오스카 시상식 후 스필버그 감독은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들은 오스카상이 아니라 방송 부문인 에미상에 어울린다며 폄하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공교롭게도 그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제작한 넷플릭스 전용 영화 '로마'는 유력한 오스카 작품상 후보였지만 트로피는 앰블린과 할리우스 거대 제작사 유니버설픽처스가 함께 제작한 '그린북'에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