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먹으면 이룰 수 있다"…美시카고에 첫 흑인·여성 소방청장

미국 시카고에서 162년의 시 소방청 역사상 첫 여성 소방청장이 탄생했다. /사진제공=AP/뉴시스

미국 시카고에서 162년의 시 소방청 역사상 첫 여성 소방청장이 탄생했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시카고 시의회는 이날 흑인 여성 아네트 낸스-홀트(56)를 시 신임 소방청장으로 임명했다.


시카고 소방청은 1986년 처음 여성 소방관을 채용하기 시작했으며, 162년 역사상 여성·유색인종 여성이 소방청장에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로리 라이트풋 시장은 "31년 경력의 낸스-홀트가 검증된 리더십과 공직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낸스-홀트는 지난 1990년 시카고 소방관이 됐으며, 2018년 '여성 1호' 부청장에 올랐다. 이번에는 미국 3대 도시 시카고의 첫 번째 여성 소방청장이자 첫 흑인 여성 소방청장이라는 기록까지 세우게 됐다.


과거 시카고 소방국이 차별적 고용과 승진으로 연방 집단소송을 경험했던 전력에 비춰보면 엄청난 변화다. 1973년 집단소송 당시 시카고 소방관 5000명 중 흑인은 4%에 불과했지만, 지난달 시카고 소방청에 신규 임용된 소방관 42명 중 여성은 13명, 소수계는 15명에 달했다.

낸스-홀트 청장은 "내가 어렸을 땐 여성 소방관이나 유색인종 소방관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내 꿈이었던 소방관이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며"소방청장으로서 차세대 흑인 여성들에게도 '마음먹은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부서와 직급에 걸쳐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앞서 2007년 낸스-홀트 청장은 당시 16세이던 아들이 학교 인근 시내버스 안에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고를 겪었다. 이후 그는 총기사고로 자녀 잃은 부모들을 돕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했다.

라이트풋 시장은 "낸스-홀트는 개인적인 고통과 비극에 당면해서도 맡은 임무에 충실하며 희생과 봉사를 최우선으로 한 모범 공무원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카고의 남다른 선택은 처음이 아니다. 2019년 선출된 라이트풋 시장 역시 성소수자인 흑인 여성으로, 미국 대도시의 시장으로는 '최초' 기록을 쓴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