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과 경찰이 실시간 내통"…성폭력 폭로자 측 증거 보니

축구선수 기성용(FC서울)/사진=뉴스1

축구선수 기성용의 성폭행 의혹을 제기한 폭로자 측이 수사 담당 경찰관을 고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9일 서초경찰서와 고소인 기성용 간에 유착관계가 의심된다고 주장하며 서초경찰서 소속의 수사관과 팀장 2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공무상 비밀누설죄 혐의로 고발했다.


보도에 따르면 폭로자 측 법률대리인인 박지훈 변호사는 "담당 수사관이 수사정보를 기성용 측에게 실시간 중계하듯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폭로자 측과 수사관이 나눈 이야기가 기성용의 법률대리인이었던 송상엽 변호사가 배포한 입장문에 실렸다는 것.

당시 송 변호사의 입장문에는 "피의자 측은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두 달 가까이 수사기관 조사를 최대한 미뤄왔다", "수사 준비가 끝난 담당 경찰서를 돌연 교체해달라 요청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박 변호사는 또 "고소장을 받아본 뒤 피고소인 날짜를 잡으려 했지만, 고소장 확인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석요구서가 오는 상황도 벌어졌다"며 "고소장을 두 차례 열람신청해서 확인했지만 첫 번째엔 고소장의 첫 장만 왔었고 두 번째 열람에서는 고소장의 일부분이 삭제된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 고소장을 주는 건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서초경찰서는 "절차상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조사 참석 여부는 통상적으로 공유가 되는 사안"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수사를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무언가를 긴밀히 공유하고 있다'라고 볼 만한 사항도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경찰서 측은 고소장에 대해서는 "보통 한 달 정도 여유를 두고 출석요구 날짜를 보내는데 그 날짜에 맞춰서 충분히 고소장 열람이 가능하다"며 "의도적으로 고소장을 늦게 확인시켜준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고소장을 열람할 경우 고소장의 일부분이 제외될 수 있다고도 했다. 고소장 열람 등사는 다른 부서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인적사항이나 주요 수사 내용에 대해 제외하고 보내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양측 변호인끼리 감정적으로 비방하면서 격해진 상황이라 이와 상관없이 경찰에서는 절차에 맞게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월 기성용은 초등학교 시절 동성의 후배 2명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결백을 주장하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이들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고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소송전이 벌어지면서 기성용 측과 폭로자 측의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기성용 측 법률대리인인 송 변호사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한 가운데, 지난달 29일 폭로자 측 법률 대리인인 박 변호사가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지난 17일 녹음됐다는 이 파일에는 폭로자 측이 송 변호사를 상대로 건 명예훼손 고소 등을 취하해달라고 부탁하며 사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송 변호사가 박 변호사에게 "선을 넘었다" "제가 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죄송하다. 저 좀 살려달라"고 사죄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두고 기성용 측이 불리해져서 변호사가 사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자 송 변호사는 "폭로자 측에 용서를 구한 것이 아니라 사임하면서 서로 쌓인 감정을 풀려고 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폭로자 측은 마치 기성용 측에 약점이 있어서 사임하는 것처럼 언론플레이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송 변호사는 "공복 혈당 수치가 200을 넘기는 등 건강이 나빠져서 사임한 것일 뿐 기성용의 결백을 믿는다"며 자신의 사임 이유가 건강 악화 때문이라고 거듭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