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노조 '파업' 이번주 분수령?..현대차·한국GM 찬반투표로 압박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3가 거리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진행했다. 장마 시작으로 하늘을 뒤덮은 검은 구름 아래로 민주노총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코로나19 델타변이 확산에 따른 정부의 집회 자제 및 엄정대응 방침에도 민주노총은 Δ산재사망 방지 대책 마련 Δ비정규직 철폐, 차별 시정 Δ코로나19 재난시기 해고 금지 Δ최저임금 인상 Δ노조할 권리 보장, 5가지를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2021.7.3/뉴스1

현대자동차와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업계 노동조합(노조)이 이번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하며 총공세에 나선다. 합법적 파업권 확보로 강도 높은 '하투(夏鬪·노동계 여름철 연대 투쟁)'가 예상되면서 업계에선 벌써부터 생산 차질에 따른 영업 손실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30일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상(임단협) 결렬을 선언하며 합법적 쟁의 권한(파업권) 확보를 위해 오는 7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키로 했다. 사측이 지난 13차 교섭에서 내놓은 △기본급 5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100%+300만원 △품질향상격려금 200만원 △2021년 특별주간2연속교대 10만포인트 등 임단협 일괄 제시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기본급 9만9000원 인상(정기호봉 승급분 제외) Δ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연장(최장 만 64세) △전기차 생산에 따른 일자리 유지 등 당초 임단협 요구안을 충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13차례의 교섭에도 사측과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노동3권에 보장된 쟁의행위에 돌입키로 했다"며 "쟁의행위(파업)는 노동자들의 합법적 권리로 왜곡된 시선을 거둬달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교섭에선 여타 대기업과 공기업들이 임금인상을 단행하고 풍족한 성과급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있을 때에도 사회적 어려움과 같이하기 위해 임금 동결과 부족한 성과급을 받고 교섭을 무분규로 타결했다"며 "하지만 현대차 자본은 노조의 정당한 요구에도 분배정의를 왜곡하며 조합원을 하인 취급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고 질타했다.

다만 "파업이 맹목적인 수단이 될 수 없지만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점도 이해해달라"고 호소한 뒤 "쟁의기간이라 하더라도 사측과의 교섭은 이어 갈 것이며 회사가 조합원이 만족할 수 있는 납득할 만한 안을 가지고 교섭을 요청한다면 언제든지 임하겠다"며 휴가전 타결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에 대해 현대차 사측 대표인 하언태 사장은 "총 100개 항목에 달하는 요구안에 대해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1차 제시에 임금은 최근 3년 내 최고 수준, 성과 일시금은 작년 최종 타결액을 넘어서는 결단을 했다"며 "교섭이 '파행'이 아닌 '동행'의 길로, '투쟁'이 아닌 '미래 생존을 위한 경쟁'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냉정하고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현대차 (249,500원 ▼500 -0.20%) 노조가 파업을 단행할 경우 3년 연속 무파업 타결은 물건너 가게 된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사태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까지 버티면서 지켜낸 판매 신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초부터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감산에 돌입해온 한국GM도 노사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이미 지난 1일부터 파업권 확보를 위한 조합원(7655명)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이다. 개표는 오늘(5일) 이뤄진다. 노조는 앞서 Δ월 기본급 9만9000원 정액 인상 Δ통상임금의 150% 성과급 Δ코로나19 극복과 생계비 보전을 위한 격려금 400만원 △각종 수당 신설 및 인상 등이 담긴 '2021년 임금투쟁 요구안'을 확정했다. 이 요구안이 그대로 수용될 경우 1인당 1000만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인천 부평공장에 신차 배정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도 마무리하지 못한 채 대치 중이다. 최근까지 노조의 전면파업에 맞서 사측이 직장을 폐쇄하는 등 양측 모두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우리만 노조 리스크가 실적 회복세에 발목을 잡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무리한 요구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들과 임직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