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이 불안해"…3가지 장점이 리더십 위기 초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전날 양당 대표 회동 관련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30대 최연소 당대표로 정치쇄신 바람을 일으켰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한 달만에 리더십 위기를 맞았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여당과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합의한 후 당내 반발에 번복하면서 여야 양쪽에서 십자포화를 맞았다.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론과 "중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인터뷰 등으로 이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상황에서 당에서 협의도 하지 않은 채 여당과 덜컥 합의하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에 '0선 대표'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이번 위기를 계기로 당 운영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여가부 폐지부터 재난지원금 합의 번복까지…흔들리는 이준석이준석 리스크에 불을 지른 것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덜컥 합의해버린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소비진작 추경 반대' 및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에 반대해온 국민의힘에서는 즉각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내 토론이나 소통은 물론 지도부와 협의도 없었기에 반발은 더욱 거셌다.


당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이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이 소상공인의 지원 확대를 명시적으로 정부와 합의하지 못한다면 저희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에 양해한 부분에 대해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수습에 나섰다.

그러자 이번에는 여당에서 합의를 뒤엎는 말 바꾸기라는 비난이 나왔다.

이 대표는 여성가족부와 통일부 폐지론을 꺼내 여권의 강한 반발을 산 것은 물론 당내에서도 이견을 노출시키며 경솔했다는 역풍을 맞았다.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는 홍콩 민주화 운동을 언급하며 중국에 대해 적대적인 표현을 사용해 중국 매체로부터 지탄을 받은 것은 물론 국내에서도 외교를 모른다는 지적을 들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찬 회동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사진=뉴스1

리더십 타격 부른 '이준석 리스크' 원인은?당 안팎에선 이준석 리스크의 원인으로 경험 부족에 더해 특유의 거침 없는 스타일, 지지기반인 이대남에 대한 과잉 대표성 등을 꼽는다.

사실 이 3가지는 그간 이 대표를 소위 '뜨게' 만들어준 요인이었다. 정치권에서의 경험 부족은 기성 정치인에 신물을 느끼던 국민들에게 신선하다는 느낌을 줬고 거침 없는 스타일은 "시원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이대남은 이 대표의 핵심 지지층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당대표가 되면서 이 3가지 장점은 외연을 확대하는데 결정적 걸림돌이 되고 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3일 T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그간 실책에 대해 "사실은 당대표가 되기 전부터 염려했던 부분"이라며 "당 운영 경험이 없고 원내에도 있지 않고 하니까 이런 일이 많을 텐데 걱정했다"고 말했다.

3선 중진인 김태흠 국민의 힘 의원은 "통일부, 여가부 등 정부조직법 개정 사안을 언급해 논란을 일으키는 것도 옳지 않다. 그것은 차기 대선 후보의 몫"이라며 "아직도 정치평론가, 패널처럼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언급하면 당이 곤란해진다"고 지적했다. 거침 없는 스타일이 그간 이 대표의 인기 요인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당대표인 만큼 발언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여성 문제, 북한 문제, 반중 정서 등과 관련해 자신의 지지기반인 이대남(20대 남자)의 여론을 의식한 듯한 언행도 불안 요인이다. 당대표가 '자기 정치'를 위해 성별, 세대별로 여론을 갈라치기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 경우 지지기반을 확대할 수 없는 한계가 분명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최근 이 대표의 모습을 겨냥해 "우려했던 것"이라며 "철학의 부재로 보수의 아젠다를못 만드는 것이다. 토론배틀과 같은 일회성 이벤트나 벌이다가 그거 약발 떨어지니 '백투더 MB(이명박)', 과거로 퇴행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당 대표로서 무게 중심을 잡고 소통하며 당 운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를 향해 "이제는 종편 논객이 아니라 제1야당 대표"라며 "무엇보다 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는 모습은 큰 문제로 보인다. 자신이 실패하면 우리 정치의 세대교체 흐름도 다시 원점으로 가버린다는 책임 의식을 가져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이준석 리스크를 '성인식'이라고 규정하고 이 대표를 향해 "영특함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래, 너가 잘났으니 너 혼자 잘 해봐'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사람들과 의논하고 조언을 구하는 것을 '시간낭비'라고 생각하지 마시라. 그 과정이 바로 정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