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직원 12명' 日핀테크 회사 2000억원 주고 산 이유는

전 세계 직원 수만 14만명에 달하는 구글이 직원 수 12명에 불과한 일본 스타트업을 인수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구글이 일본 QR코드 기반 결제 애플리케이션(앱) 스타트업 프링(pring)을 200억엔(2087억2800만원)에 인수를 결정, 내년 봄 일본 송금·결제 사업 추진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진=AFP

닛케이는 "프링의 직원 수는 12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구글은 프링의 송금 서비스 잠재력에 주목했다"며 구글이 프링의 결제·송금 서비스 인프라를 활용해 일본 캐시리스(cashless·비현금) 결제 시장 경쟁에 합류했다고 설명했다.


2017년 설립된 프링의 회원 수는 수십만 명으로 일본의 대표 결제업체인 라쿠텐페이(5000만명), 페이페이(4000만명) 등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프링은 라쿠텐페이, 페이페이와 달리 50개 이상의 일본 시중은행과 제휴하고 있다. 또 스마트폰 결제업체로는 드물게 법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프링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회사만 400개에 달한다.

구글은 스마트폰 기반의 결제 서비스인 '구글 페이'를 전 세계 40여 국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일본에선 구글 앱에 등록된 신용카드 결제만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용카드 사용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번 인수로 프링의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일본 내에서 직접 금융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현금 사랑' 일본, 핀테크의 블루오션?

사진=일본 QR코드 기반 결제앱 스타트업 '프링'(Pring) 제공

현금 중심 결제가 보편화된 일본은 디지털 기반 간편결제 보급 속도가 더딘 상태로, 핀테크 산업의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구글도 일본 핀테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프링 인수로 일본 내 구글페이 단점을 보완해 현지 핀테크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운 듯하다.


닛케이는 "구글은 검색 엔진이나 지도, 동영상 서비스 제공 등의 강점이 있다. 지도 앱을 통해 가고 싶은 음식점에 먹고 싶은 메뉴를 사전 주문하고 결제까지 마칠 수 있다"며 기존에는 신용카드 결제만 가능했지만, 프링 인수로 QR코드를 통해 수수료 없이 무료 송금·결제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부연했다.

다만 일본 은행업계에선 구글의 일본 캐시리스 시장 진출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일본 캐시리스 결제 시장이 한국, 중국 등 주변국보다 뒤처져 있고, 사용자층도 얇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소비자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내 캐시리스 결제 비율은 전체의 30%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한국과 중국의 캐시리스 결제율을 전체의 70~90%에 달했다. 일본 대형 은행 고위 관계자는 "캐시리스 후진국인 일본 결제 서비스 시장으로의 진출은 '승자 없는 소모전'을 장기화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2018년 4월 '캐시리스 비전' 발표를 통해 캐시리스 결제율 비중을 전체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핀테크 관련 각종 사업과 지원을 추진했다. 그 결과 일본 디지털 결제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이 대거 늘었고, 일본 대표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매장에선 전자 화폐에서 QR 코드까지 30개 이상의 캐시리스 결제 수단을 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일본은 은행 등 금융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고, 위조지폐도 많지 않아 현금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현금 중심의 사회다. 대다수의 일본인이 현금 사용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해 캐시리스 결제수단 사용률은 여전히 낮은 상태다. 닛케이에 따르면 라쿠텐페이 다음으로 회원 수가 많은 페이페이는 지난 1분기 700억엔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