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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살 흔들며…75리터 '쓰레기봉지' 들고 뛰었다[남기자의 체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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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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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서해 바다서 쓰레기 주우며 달려보니…100리터 쓰레기 순식간에 채워져, 지나온 길 깨끗해지는 '기쁨'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내를 다녀 봤습니다. 장애인들 심정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생전 안 보였던, 불편한 세상이 처음 펼쳐졌습니다. 뭐든 직접 해보니 다르더군요. 그래서 체험해 깨닫고 알리는 기획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입니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체험과 저널리즘(journalism)을 하나로 합쳐 봤습니다. 사서 고생한단 마음으로 현장 곳곳을 몸소 누비겠습니다. 깊숙한 이면의 진실을 알리겠습니다. 소외된 곳에 따뜻한 관심을 불어넣겠습니다.
서해 대부도 방아머리 해수욕장에서 쓰레기를 주우며 뛰는 기자. 75리터짜리 봉투라 무거웠다. 그런데 그걸 다 채울만큼 쓰레기가 또 많았다./사진=플로깅은 이런 느낌이 아니라 믿는, 이주아 머니투데이 PD
서해 대부도 방아머리 해수욕장에서 쓰레기를 주우며 뛰는 기자. 75리터짜리 봉투라 무거웠다. 그런데 그걸 다 채울만큼 쓰레기가 또 많았다./사진=플로깅은 이런 느낌이 아니라 믿는, 이주아 머니투데이 PD
뱃살 흔들며…75리터 '쓰레기봉지' 들고 뛰었다[남기자의 체헐리즘]
'잠깐만, 내가 생각한 그림은 이게 아녔는데……'

짊어졌던 75리터짜리 쓰레기봉투를 내려놓고 숨을 헐떡였다. 묵직한 걸 오른쪽으로 든 탓에 왼쪽 허리가 욱신거렸다. 바다를 배경으로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사뿐하고 우아한 달리기를 상상했건만. 그런 바람을 실현하기에 서해 방아머리 해수욕장 이용객들이 뿜어낸 쓰레기는 너무나 많았다.

철썩철썩, 파도 소리가 신음처럼 들려 다시 뛰었다. 몇 걸음 만에 멈췄다. 다 쓰고 남은, 기다란 폭죽이 모래사장에 푹 꽂혀 있었다. 쭉 뽑아 쓰레기봉투에 넣고 모래를 살포시 덮었다. 다시 뛰다 얼마 못 가서 또 섰다. 이번엔 먹다 버린 컵라면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었다. 냉큼 집어 봉투에 넣었다.
바다에 쓰레기가 많은 게 싫은 건 다 같은 마음일텐데, 왜 다들 버리고 갔을까./사진=이주아 머니투데이 PD
바다에 쓰레기가 많은 게 싫은 건 다 같은 마음일텐데, 왜 다들 버리고 갔을까./사진=이주아 머니투데이 PD
쓰레기를 주우며 바다를 뛰고 있었다. 달리면서 쓰레기 줍기다. '플로깅(plogging: 스웨덴어+영어)', '줍깅(줍다+조깅)', 우리말론 '쓰담 달리기(쓰레기 담으며 달리기)'라고 한다. 여기선 줍깅이라 하겠다.

계기가 있었다. 우연히 사진 한 장을 봤다. 제주 이호테우 해변이었다. 아름다워서 실제 가보기도 했던 곳이었다. 그런데 그곳에 온갖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눈살이 찌푸려졌다. 속상하기까지 했다. 좋아하는 제주 바다인데, 어찌 이리 만들었나 싶어서.
새벽 5시 15분, 쓰레기로 얼룩진 제주 이호테우 해변의 민낯. 이를 찍어 고발한, 제주도민인 신대장님은 "밤사이 버리고 간 각종 쓰레기에, 음식물에, 술 냄새까지 났다"고 했다./사진=제주도민 신대장님 인스타그램(@jeju_by.shin)
새벽 5시 15분, 쓰레기로 얼룩진 제주 이호테우 해변의 민낯. 이를 찍어 고발한, 제주도민인 신대장님은 "밤사이 버리고 간 각종 쓰레기에, 음식물에, 술 냄새까지 났다"고 했다./사진=제주도민 신대장님 인스타그램(@jeju_by.shin)
뛰면서 쓰레기를 주워보자, 그럼 다시 깨끗해진다, 그리 간단한 거였다. 그걸 실천해보면 함께하는 이들이 늘지 않을까 싶었다. 마침 뱃살도 두둑해진 참이니 열심히 줍다 보면 살도 빼고 '일석이조'.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마당 쓸고 동전 줍고(또 뭐 있었는데).



바다는 추억을 줬는데, 우리는



방아머리 해수욕장 입구에 위치한 세면대. 쓰레기통인지, 세면대인지 헷갈릴 정도였다./사진=멘탈 나간 남형도 기자
방아머리 해수욕장 입구에 위치한 세면대. 쓰레기통인지, 세면대인지 헷갈릴 정도였다./사진=멘탈 나간 남형도 기자
장소는 바다로 정했다. 7월 말 8월 초, 휴가철엔 아무래도 쓰레기가 많을 것 같아서. 독자님 제보를 받아 서해 방아머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입구 인근 편의점서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샀다. 75리터짜리를 달라고 하며, 속으론 '이렇게 큰데 다 채울 수 있을까' 걱정했다.

괜한 우려였다. 손발을 씻는 수돗가부터 쓰레기가 넘쳐났다. 다 먹은 컵라면, 음료수 캔, 커피 플라스틱 용기, 빈 치킨 상자까지. 더 놓을 틈도 없이 일렬로 빼곡하게 버려져 있었다. 수돗가 옆 흙바닥은 더 심했다. 우유 용기, 장난감 삽, 캔, 폭죽 쓰레기 등이 큰 돌 위까지 올려져 있었다. 삐져나온 쓰레기가 걸을 때마다 채이기도 했다.
서해 방아머리해수욕장 세면대 인근에 마구 버려진 쓰레기(왼쪽)와 화장실 변기 옆을 뒤덮은 쓰레기./사진=우리나라라 믿고 싶지 않은 남형도 기자
서해 방아머리해수욕장 세면대 인근에 마구 버려진 쓰레기(왼쪽)와 화장실 변기 옆을 뒤덮은 쓰레기./사진=우리나라라 믿고 싶지 않은 남형도 기자
설마 싶어 들어간 남자 화장실은 똑바로 보기도 힘들었다. 좌변기가 있는 곳이 난리가 났다. 길게 뽑힌 휴지는 돌돌 말려 바닥을 뒹굴고, 컵라면 쓰레기에 다 먹은 콜라병까지. 해수욕장 입구서 마주한 민낯이 그랬다.

쓰레기를 치우던 공공근로 어르신은 "평일엔 한 번, 주말엔 두 번씩 치우는데 쓰레기가 말도 못 한다. 바라보기가 참 힘들다"며 한숨을 푹 쉬었다. 그와 함께 쓰레기를 담았다. 3분의 1이 금세 꽉 찼다.

한여름 바다는 조건 없이 추억을 남겨줬는데, 그 보답이 대체 왜 이럴까. 어떻게든 치우고 싶단 생각에 쓰레기봉투를 꽉 쥐게 됐다.




모래사장 쓰레기 1위는 '폭죽'


폭죽을 쏴서 예쁜 불꽃을 봤으면, 쓰레기도 가져가야지요./사진=이거 다 줍느라 허리 나갈뻔한 남형도 기자
폭죽을 쏴서 예쁜 불꽃을 봤으면, 쓰레기도 가져가야지요./사진=이거 다 줍느라 허리 나갈뻔한 남형도 기자
본격적인 줍깅을 시작했다. 모래사장으로 들어갔다. 모래에 푹푹 빠질 수 있으니, 바다 가까운 곳에서 뛰기로 했다. 바다로 흘러가면 아예 주울 수 없기도 해서였다. 바다를 보며 뛰니 좋았다. 갈매기 친구들이 발걸음마다 끼룩거리며 반겼다. 새우 과자라도 주고 싶었는데 해변에 있는 건 새우 과자 쓰레기 봉지 뿐이라 미안했다.

평범한 조깅보단 훨씬 힘들었다. 묵직한 뱃살이 위아래로, 심히 흔들렸다. 뛰는 것에, 숙이고 줍는 동작이 더해져서였다. 여기에 쓰레기 무게가 더해지니 팔 근육도 써야 했다. 해가 쨍쨍한 더운 날이라 금세 숨이 턱턱 막혔다. 이러다 허리가 아플까 싶어 스쿼트 자세로 주워봤다. 더 힘들어서, 방금 한 잘못된 생각을 접었다.

가장 많은 건 '폭죽 쓰레기'였다. 기다란 것, 동그랗고 짧은 것, 여러 개가 묶인 것 등이 모래에 그대로 나뒹굴고 있었다. '예쁜 불꽃을 다 올려다봤으면, 마지막엔 내려다봤어야지. 이걸 버린 너희도 밤하늘로 포물선을 그려보며 쏘고 싶구나.' 그런 아름다운 상상을 하며 쓰레기를 하나씩 주웠다.

누군가는 버리고, 누군가는 또 주워야 할지라도, 안 하는 것보단 줍는 게 더 좋기에. 기꺼이 달리며 쓰레기를 담았다./사진=이주아 머니투데이 PD
누군가는 버리고, 누군가는 또 주워야 할지라도, 안 하는 것보단 줍는 게 더 좋기에. 기꺼이 달리며 쓰레기를 담았다./사진=이주아 머니투데이 PD
오롯이 달리기를 이어가기엔 쓰레기가 너무 많았다. 조금 뛸라치면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보였고, 다시 뛰려니 컵라면 용기가 보였으며, 맘먹고 달리려니 양말 한쪽과 비닐봉지가 보였다. 해변 어디랄 것도 없이 전반적으로 그런 상태였다.

사람들은 바다를 보며 웃었고, 바다는 고요히 울었고, 난 부스럭거리며 쓰레기를 담을 때마다 그 작은 소릴 들었다.



75리터짜리 쓰레기봉투가 30분 만에



우아하게(?) 쓰레기를 주우며 달리는 기자./영상=이주아 머니투데이 PD, 남기자의 체헐리즘 유튜브 영상 中
우아하게(?) 쓰레기를 주우며 달리는 기자./영상=이주아 머니투데이 PD, 남기자의 체헐리즘 유튜브 영상 中
75리터짜리 쓰레기봉투는 빠른 속도로 찼다. 10분 만에 절반을, 20분 만에 3분의 2를, 30분 만에 묶는 부분까지 꽉 찼다. 드넓은 해변에서 십시일반으로 쓰레기를 모으니, 한 손으로 들기 어려울 정도로 묵직해졌다. 최소 10킬로 이상은 되는 것 같았다.

고상하게 이어가려 했던 나의 줍깅은, 시간이 갈수록 버거워졌다. 사뿐했던 걸음이 뒤뚱뒤뚱 무뎌졌다. 들고 뛰었던 쓰레기봉투는, 산타클로스 선물 자루인 마냥 어깨에 메게 됐다. 오른쪽과 왼쪽을 번갈아 가며 쓰레기를 채웠다. 무게를 못 이겨 손잡이 부분이 찢어져 구멍이 나기도 했다.

기이한 달리기에 사람들 시선이 쏠리는 게 느껴졌다. 안 무거운 척 달려보려 했으나, 점차 '에라모르겠다걷깅'이 돼 가고 있었다. 땀은 두 눈으로 흐르다 못해 찌르고, 숨은 턱턱 막혀 넘어갈 것 같았다.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기에는, 75리터는 큰 용량이란 걸 깨달았다.
쓰레기를 줍고 다니니, 다가와 쓰레기를 건네던 한 피서객. 기자의 턱살은 독자의 상쾌한 주말 아침을 위해 모자이크했다./사진=이주아 머니투데이 PD
쓰레기를 줍고 다니니, 다가와 쓰레기를 건네던 한 피서객. 기자의 턱살은 독자의 상쾌한 주말 아침을 위해 모자이크했다./사진=이주아 머니투데이 PD
모래사장서 놀던 이들도, 내가 쓰레기를 줍는 모습에 저마다 무언가를 들고 다가왔다. 해맑은 표정을 짓기에 혹시나 선물인가 했는데 쓰레기였다. 마침 봉투가 보이니 반가웠는지, 쓰레기를 봉투에 넣고 갔다. "좋은 일 한다"며, "고생 많다"며, "깨끗하게 해줘 감사하다"며 응원하는 이도 있었다. 그럴 땐 힘이 번쩍 났다.

해변 한쪽 끝까지 뛴 뒤, 돌아올 땐 너무 힘들어 대부분 걸었다. 이번엔 해변서 조금 더 떨어진 모래사장 쪽으로 다니며 미처 못 본 쓰레기를 주웠다. 쓰레기를 봉투 끝까지 채우고, 꽉꽉 누른 뒤 단단히 묶었다. 그리고 출구로 나오니 입구서 발열 체크를 하는 어르신들이 "고생 많았어요, 고마워요"라고 했다. 피로가 다 풀리는 듯, 기분이 좋았다.



"난 쓰레기 챙겨가", 그 아저씨가 제일 멋졌다


쓰레기를 줍고 있자면, 어디에서도 함부로 버리면 안 되겠구나 생각이 들게 된다. 그게 짧게 지구에 머무르다가는 이의 예의랄까./사진=이주아 머니투데이 PD
쓰레기를 줍고 있자면, 어디에서도 함부로 버리면 안 되겠구나 생각이 들게 된다. 그게 짧게 지구에 머무르다가는 이의 예의랄까./사진=이주아 머니투데이 PD
줍깅을 이렇게 알렸다간, 다들 싫어하게 만들 거란 생각에 불안해졌다. 그래서 좀 더 작은 쓰레기봉투를 사서 다시 해보기로 했다. 일단 너무 지쳤으므로 점심을 먹고, 인근에 있는 구봉도로 향했다.

이번엔 2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를 사서 챙겼다. 주울 수 있는 만큼만 줍기로 했다. 부담을 더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뛰는 것도 훨씬 편했다.

구봉도 해변은 방아머리 해수욕장보단 깨끗했다. 그러나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쓰레기가 생각보단 많았다. 여기도 단골 쓰레기인 폭죽과 일회용 플라스틱 컵, 다 먹은 컵라면, 과자 봉지, 깔고 앉았다가 버린 종이 등이 즐비했다. 뛰면서 줍고, 다시 뛰면서 주웠다. 빈 봉투를 차곡차곡 채워가는 기분이 좋았다.

한낮이 되자 땡볕에 살이 익어갔다. 무더위에 온몸이 타는 것 같았다. 이미 한 차례 줍깅을 마친 터라, 체력이 더 떨어져 있었다. 바다 내음에, 파도 소리에 충전해보려 해도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쓰레기를 봉투에 담아 챙겨간다며, 자랑스레 들어올리던 아저씨. 원빈보다 더 멋있어요. 사실은 이게 상식이긴 하건만, 그게 그렇게 어려우니./사진=이주아 머니투데이 PD
쓰레기를 봉투에 담아 챙겨간다며, 자랑스레 들어올리던 아저씨. 원빈보다 더 멋있어요. 사실은 이게 상식이긴 하건만, 그게 그렇게 어려우니./사진=이주아 머니투데이 PD
그때 다시 힘이 나게 해준 건, 아저씨 두 분이었다. 그들은 돗자리를 펴고 그늘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쓰레기를 줍는 날 보더니 봉투 하나를 자랑스레 들어 보였다. 그 안엔 그들이 만든 쓰레기가 다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린 쓰레기 다 챙겨가요. 아무 곳에나 버리면 안 되지."

바다를 아낄 줄 아는 그의 모습은, 그날 본 어떤 광경보다도 더 멋졌다. 행동하는 응원에 크게 힘입어 부지런히 구봉도의 해변 쓰레기를 주웠다. 2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도 금세 다 찼다. 다신 바다를 괴롭히지 못하도록 꽁꽁 묶어서, 버리는 장소에 놓아두었다.



작은 실험, '쓰레기봉투'를 놓았더니


방아머리 해수욕장 출입구쪽에 50리터짜리 종량제 봉투를 놓았더니, 사람들이 그 안에 쓰레기를 버렸다./사진=이주아 머니투데이 PD, 남기자의 체헐리즘 유튜브 영상 캡쳐
방아머리 해수욕장 출입구쪽에 50리터짜리 종량제 봉투를 놓았더니, 사람들이 그 안에 쓰레기를 버렸다./사진=이주아 머니투데이 PD, 남기자의 체헐리즘 유튜브 영상 캡쳐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리는 이유가 뭘까. 혹시 쓰레기통이 없어서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작은 실험 하나를 해보기로 했다. 50리터짜리 쓰레기 종량제 봉투 하나를 사서, 사람들이 쓰레기를 잔뜩 쌓아뒀던 장소에 놓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버리기 편하도록 봉지 입구를 벌려 놓았다.

잠시 뒤 한 여성이 텅 빈 콜라병 쓰레기를 봉지에 넣고 갔다. 이어 다른 남성도 다 먹은 물통을 버리고 갔다. 비닐이며 종이며 쓰레기를 버리는 이들이 늘었다. 비어 있던 봉지 내부는 쓰레기로 차곡차곡 빠르게 쌓여갔다. 쓰레기봉투를 놓는 것만으로도, 일정 부분은 쓰레기통 역할을 톡톡히 하는 거였다.

50리터짜리 쓰레기 봉투를 놔뒀더니, 사람들이 함부로 투기하지 않고, 이 안에 버렸다./사진=뭔가 뿌듯한 남형도 기자
50리터짜리 쓰레기 봉투를 놔뒀더니, 사람들이 함부로 투기하지 않고, 이 안에 버렸다./사진=뭔가 뿌듯한 남형도 기자
다만 한계는 있어 보였다. 쓰레기봉투 바로 옆 수돗가 위엔, 어김없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쓰레기 등이 줄줄이 놓였다. 쓰레기통이 있을 땐 제대로 버리는 사람도 있지만, 그냥 아무렇게나 버리는 이도 있는 거였다.

안산시청 대부해양본부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방아머리 해수욕장엔 쓰레기통이 많진 않은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원을 10명 정도 투입해 쓰레기를 줍는데, 양이 일주일치로 따지면 100리터짜리 마대로 많게는 120포대씩 나온다"고 했다. 쓰레기 투기 금지 현수막도 붙이고, 열심히 줍지만, 단속 권한이 없어 계도하는 방법 밖에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쓰레기 막 버리는 시민의식 봐", 욕하는 걸 넘어 행동하기


줍깅의 마지막은 인증샷. 참 잘했어요, 셀프 칭찬./사진=이주아 머니투데이 PD
줍깅의 마지막은 인증샷. 참 잘했어요, 셀프 칭찬./사진=이주아 머니투데이 PD
그날 주운 쓰레기가 봉투로 약 100리터, 그렇게 휴가지에서의 줍깅이 끝났다.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를 우연히 보면, 그걸 버린 이를 나무랐었다. 저절로 욕이 나왔고, 거기까지가 평소 하던 만큼이었다. "미친 거 아냐?" 욕하고 잊어버리는 것. 난 쓰레기 안 버리니까, 내 일 아니니까. 우리나라 시민의식 갈 길이 멀다고, 환경 보호 안 하냐고, 그런 말들을 많이 했었다.

거기서 조금만 더 나아갈 수도 있다는 걸, 쓰레기를 주우며 깨달았다. 그건 완전히 다른 거였다.

드넓은 해변을 보며 저걸 언제 다 줍나 싶기도 했다. 어차피 또 와서 버릴텐데, 이게 무슨 소용 있나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쓰레기를 만지며 화도 났고, 땀이 뻘뻘 나니 힘들어 툴툴대기도 했다. 이물질이 손목에 묻었을 땐 그만할까 싶기도 했었다.

헉헉거리며 돌아오는 길에 바다에서 뛰노는 아이와 엄마를 봤다. 가는 길엔 쓰레기가 보였었는데, 돌아올 땐 깨끗한 바다만 보여 좋았다. 아이에게 소중한 그 추억이, 조금은 더 기분 좋게 자리 잡지 않을까. 그러니 내가 지나온 길만큼은, 오롯이 바꿀 수 있는 거였다. 해수욕장을 나서며, 허리를 끙하고 펴며, 거슬리는 것 없이 청량해진 바다를 보니 피로가 다 씻기는 듯했다.

쓰레기를 주우며,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겠다고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것도 좋았다. 내가 줍는 걸 본 이들 몇몇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게 참 좋아서, 다음에도 줍깅을 또 하고 싶어졌다.
모두가 함께 줍는다면, 쓰레기가 머물 자리도 그만큼 더 줄어들 거라고./사진=이주아 머니투데이 PD
모두가 함께 줍는다면, 쓰레기가 머물 자리도 그만큼 더 줄어들 거라고./사진=이주아 머니투데이 PD
에필로그(epilogue).

쓰레기가 많다고 제보받은 곳 중엔 서해도, 강릉도, 부산도 있었다. 이날 더 줍고 싶었지만, 100리터의 쓰레기를 줍느라 너무 지쳐버렸다. 집에 와서 씻고 뻗어버린 뒤에도 다 못 줍고 온 쓰레기가 아른거렸다.

쉬면서 올림픽 경기를 보는데, 이어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한 선수가 전력 질주를 마치고 지쳐서 쓰러질 때, 다른 선수가 바통을 넘겨받아 열심히 뛰었다. 그걸 보며 쓰레기를 줍는 것도, 이어달리기처럼 이어 갔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강릉에 사는 이에게, 부산에 사는 이에게, 쓰레기를 함께 주우며 달려보지 않겠냐고 해봤다. 그러면서 내가 주운 쓰레기 사진을 보여줬다. 이어달리기에서 바통을 넘기듯이.

그랬더니 그는 너무 좋다며,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줍깅을 위한 팁(하면서 느낀 것)
달리는 포즈가 맘에 안 든다./사진=이주아 머니투데이 PD
달리는 포즈가 맘에 안 든다./사진=이주아 머니투데이 PD
1. 처음엔 무리하게 욕심내지 않는다.
75리터짜리 들고 뛰었더니 너무 힘들었다. 그러니 하기 싫어졌다.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많이 안 주워도 된다. 조금이라도 쓰레기를 줍는 게, 안 하는 것보단 낫다는 마음으로.

2. 백팩을 메는 게 낫다.
손에 들고 뛰면 무게중심 때문에 좌우 균형도 깨지고, 달리기 불편하다. 가벼운 백팩이나 크로스백 등을 메고 달리는 게 더 편하다.

3. 비닐은 찢어질 수 있다.
끝이 날카로운 쓰레기에 종량제 봉투에 구멍이 나기도 했다. 찢어질까 싶어 달리며 신경이 쓰였다. 그러니 찢어지지 않는 봉투를 챙기는 게 좋다.
축축해보이는 무언가를 줍는 기자. ah.../사진=이주아 머니투데이 PD
축축해보이는 무언가를 줍는 기자. ah.../사진=이주아 머니투데이 PD
4. 준비 운동은 충분히, 그냥 뛰는 것보다 힘들다.
쓰레기를 주우며 달려야 하니, 체력 소모가 더 크다. 처음부터 쓰레기를 주우며 뛰기보단, 빨리 걷기나 가벼운 조깅으로 몸을 풀고 본격적인 줍깅을 시작하는 게 좋다. 스트레칭도 필수.

5. 분리수거용 봉투는 따로 챙기자.
종량제 봉투에 넣어야 하는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가 분리되도록 봉투는 두 개를 따로 챙기자. 생각보다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가 많다.

6. 음료 버릴 통도 필요하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음료가 담긴 채 버린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그럴 땐 담긴 음료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두고 고민이 생길 수밖에. 그러니 따로 통을 챙기든, 버릴 곳을 확보하고 뛰든, 미리 생각하자.
다 주운 쓰레기는 지정된 곳에 버리고, 버릴 곳이 없다면 집으로 가져간다./사진=이주아 머니투데이 PD
다 주운 쓰레기는 지정된 곳에 버리고, 버릴 곳이 없다면 집으로 가져간다./사진=이주아 머니투데이 PD
7. 씻을 수 있는 장갑 챙기기, 비닐장갑도 쓰레기.
쓰레기를 주울 때 쓸 장갑도, 씻으면 반복해 쓸 수 있는 것으로 챙긴다. 일회용 비닐장갑은 땀에 차서 벗겨지기 쉬워, 여러 개를 쓰게 된다. 이 또한 쓰레기다.

8. 어디다 버릴지 위치부터 파악한다.
다 모은 쓰레기는 어디에 버릴 수 있는지를 미리 생각하면 좋다. 막상 다 채웠는데, 버릴 곳이 마땅치 않아 당황할 수 있다. 버리는 곳이 없을 땐 집으로 가져온다.

9. 쓰레기를 주웠다고, 주위에 자랑스레 알린다.
사진으로 인증샷을 남기면 다른 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때, 쓰레기를 버린 이를 향해 "보고 있냐? 네가 버린 거 내가 주웠어" 그런 표정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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